사랑이 낯설어진 순간

by someformoflove

나는 상상이 많은 사람이다.

머릿속에서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그려본다. 그게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는지, 사소한 순간에도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 그 장면을 관조하고 만다. 예를 들면, 키스할 때 눈을 감는 행동 같은 것 말이다.


한 번은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향해 다가가던 중, 문득 내가 눈을 감고 있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왜 키스를 하면 눈을 감아야 하는 걸까?’

이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그 짧은 생각 하나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 이리저리 생각이 번져가기 시작했고, 결국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그건 단순히 한 번의 어색함으로 끝난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왜 걷는 걸까, 왜 웃는 걸까, 왜 사랑한다고 말하는 걸까. 매일 반복해 온 익숙한 행동들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나에게는 그런 질문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었다. 그런 생각들은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 바람 같았다. 하지만 그 바람이 점점 거세지더니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너와의 사랑도 그렇게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다.

우린 처음부터 서로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너는 늘 감정적으로 세계를 바라봤고, 나는 논리와 이성으로 그것을 해체하려 들었다. 너는 해가 지는 풍경을 보며 무언가 거대한 서사를 떠올렸고, 나는 그날의 날씨와 지구의 자전을 떠올리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했다.

우리는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다른 점들을 덮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뭐가 어쨌다는 말인가? 세상엔 덮고 살아야 하는 것들이 많다.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어느 날, 너와 함께 걷던 길이 생각난다.

어깨에 닿는 가벼운 네 손길이, 차가운 겨울 공기와 함께 스쳤던 그 순간. “춥다”라는 말에 나는 네 손을 잡았고, 너는 그 작은 행동에 웃으며 손가락을 깍지 끼웠다. 그 순간은 참 좋았다. 네 손의 온기가 전해지던 그 짧은 찰나가 우리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사랑이 익숙해지면 사랑의 본질도 변한다.


너와의 사랑이 어색해진 순간, 나는 그 낯선 감정에서 도망쳤다.

너와의 대화가 이전만큼 설레지 않았고, 네가 떠올리는 이야기들이 더 이상 내게 새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자 질문들이 밀려왔다.

‘우리는 정말 사랑하고 있는 걸까?’

‘이대로 괜찮을까?’

‘사랑은 원래 이렇게 변하는 걸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 속에서 나는 그 자리에 갇혀버렸다.

매 순간 나를 짓누르는 그 어색함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우리를 파고들었다. 사랑의 본질이 바뀐 건 아니었다. 변한 것은 내가 너를 바라보는 방식, 우리가 함께 있던 순간에 대한 나의 태도였다.


네가 내게 물었다.

“왜 이렇게 멀게 느껴져?”

그 질문에 나는 어떤 답도 내놓지 못했다. 사실, 너를 멀게 한 건 나였다.


결국, 나는 우리를 놓아버렸다.

너는 마지막까지 내게 등을 보이지 않았다. 너는 떠나지 않았다. 떠난 것은 오히려 나였다. 나는 그 어색한 감정에 갇혀 너를 밀어냈다.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사랑이었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사랑은 의심이 아니라 믿음으로 채워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그 믿음을 지키지 못했다.


요즘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조금만 덜 상상하고, 조금만 더 눈을 감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너와의 사랑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질문의 답을 알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순간을 상상하고 만다.


그리고 지금, 그 순간을 회상하며 나는 문득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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