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삶은 의외로 고집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아무런 기준 없이 흘러가는 대로 두면 금세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원칙을 세운다. 지켜야 할 것들, 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 그리고 자신을 규정짓는 기준들.
나 역시 그런 원칙을 세우며 살아왔다. 무언가를 정확히 해야만 한다고, 실수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내가 그려놓은 길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그렇게 하면 삶이 흔들리지 않고 단단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그랬던가?
완벽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어느 순간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서야 했다. 완벽이라는 목표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늘 계획대로 움직이고, 스스로 세운 원칙을 어긋나지 않게 지키려 애쓰던 내 삶이 한없이 지쳐 있었으니까.
완벽을 추구하는 삶은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줄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그 줄을 밟고 가는 동안에는 다른 풍경을 볼 여유가 없었다. 모든 것이 목적을 향해 조율되어 있었고, 그 목적이 이뤄지지 않으면 삶 전체가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세상은 나의 원칙대로만 돌아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내가 기대한 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계획은 늘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뒤틀렸다. 원칙에 매달릴수록 나는 더 자주 실패를 느꼈고, 그것이 곧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그때부터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 삶이 조금 흐트러져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모든 것을 치밀하게 계획하지 않아도, 충분히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보기로 했다.
완벽이란 목표를 포기하고 나니, 세상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예전에는 아무리 작아도 흠이 보이면 견딜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 흠조차도 삶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흠 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일이야말로 나를 갉아먹는 일이었다.
물론 여전히 원칙은 중요하다. 아무것도 없는 삶은 방향을 잃기 쉽다. 하지만 이제는 그 원칙이 나를 옭아매지 않게 만들고 싶다. 원칙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칙을 조절할 수 있는 삶.
완벽을 버리는 것은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더 유연해지는 일이다. 때로는 길에서 벗어나고, 때로는 계획에서 밀려나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 틈새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것들을 찾아나갈 수 있다.
결국, 삶은 그렇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법이다. 느슨한 태도 속에서, 때로는 나를 놓아주면서도, 여전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는 삶. 그것이야말로 내가 새롭게 세운 원칙이다.
완벽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그러니 조금은 흐트러지고, 가끔은 멈춰 서서 길을 잃어도 괜찮다. 그 모든 것들이 결국 나의 삶을 완성해 주는 작은 조각들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