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일인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 누구는 어떤 일을 했고, 누구는 실수를 했으며, 또 누구는 결국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 마치 타인의 삶이 한 편의 드라마라도 되는 듯, 끝없이 회자되고 분석된다.
어쩌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삶을 궁금해하도록 설계된 존재일지도 모른다. 남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을 주고받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관심이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누군가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데 집중될 때다. 남의 실수를 가십거리로 삼거나, 타인의 선택을 깎아내리며 우월감을 느끼려 하는 순간부터 대화의 본질은 변질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한 가지 궁금해진다. 그렇게까지 남의 삶을 논하는 동안, 정작 자기 자신의 삶은 얼마나 충실히 살고 있을까.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은 충분한 걸까. 남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자신을 돌아보기보다 타인의 삶을 소비하는 것이 더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타인의 이야기를 분석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자신의 결핍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나에게 집중하는 편이다. 이 세상은 나를 지키기도 벅찬 곳이다. 그렇게 살아온 나에게, 남의 이야기를 하며 험담으로 하루를 채우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얼마나 본인에 대해 할 말이 없으면 남을 이야기하는 데 시간을 쏟는 걸까. 남의 이야기를 듣고 말하면서도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며 자아성찰을 한다면 그것은 의미 있는 대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무의식적으로 사람을 깎아내리는 것은 참으로 미성숙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온 세상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자기 자신이 아닌 남의 시선으로 채워져 있다. 어릴 적부터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의식하고, 사회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조정한다. 그렇게 남들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가 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규정짓게 된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런 사회가 되어버린 걸까. 나라는 사람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어째서 남의 이야기를 하느라 내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걸까.
물론, 나는 본래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감정을 이야기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살면서 깨달았다. 모든 사람에게 솔직함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어떤 사람에게는 진심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솔직함이 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말을 아끼게 되었고, 점점 내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구분하게 되고, 결국엔 꼭 해야 하는 말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감추는 법을 배웠다.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이 타인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내 이야기를 살아가야 한다. 삶이란 결국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여야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남의 이야기를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생이란, 타인의 대화 속 한 장면으로만 남기에는 너무 길고 복잡한 과정이 아닐까. 남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논하는 데 시간을 쓰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완성해 가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나에게 삶이란, 내가 직접 쓰고 완성해 가는 이야기다. 화려한 결말이 아니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내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남들의 시선이 아닌, 오직 나만의 이야기로 삶을 채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나의 이야기를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