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는 것도,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너무 오래 해왔다.
한때는 뜨겁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불타오를 때, 그 열기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고 믿었다. 더 노력하면, 더 애쓰면, 더 나아질 거라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불길이 부담스럽기 시작했다. 너무 뜨거우면 금방 타버린다는 걸, 늦게야 깨달았다.
이제는 뜨거운 것도 지친다.
살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된다고 해도 그게 정말 원하는 결과였는지도 모르겠고. 다들 비슷할 거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어떤 날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포기해 버리고 싶고, 또 어떤 날은 별거 아닌 일에도 이상하게 집착하게 되고. 감정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걸 다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요즘은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도 귀찮아졌다. 과정이 어땠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야기하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설명한다고 해서 상대가 정말로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한다고 해도 결국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니다. 설명하는 동안 스스로 지쳐버리는 게 더 크다. 그러니 그냥 말수가 줄었다. 아니, 어쩌면 감정이 줄어든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여전히 뭔가를 하긴 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 건 더 피곤하니까.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머릿속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 반대다. 손을 놓고 있으면 온갖 생각이 다 들고, 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어느새 더 복잡해진다. 차라리 움직이고 있는 게 낫다. 그렇다고 해서 막연히 애쓰는 건 지겹다.
그냥 행복하고 싶었다. 원래는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행복은 해야 할 일이 되어 버렸고, 내가 원하는 게 많아질수록 해야 하는 일도 늘어났다.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집착만 커졌고, 정작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면 문제는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뭘 해도 결국 허전하니까. 기대했던 만큼의 성취가 주어져도, 원했던 걸 손에 넣어도, 그 순간뿐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욕심을 부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이제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해 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부족해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살아간다는 건 ‘더 나아지는 일’만이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일일 수도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좀 편해질까 싶지만,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어쨌든 지금은 그런 마음이다. 아니, 그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