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계속 달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달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서 달리고 있다. 숨이 가쁜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사람은 숨이 차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딱 그렇다. 힘들다는 감각은 분명한데, 어디서부터 힘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계속 앞으로 밀려나듯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일을 하기 싫다.
이 말은 사실 너무 순해서, 지금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하기 싫다는 건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나 가능한 감정이다. 지금은 선택이 없다. 멈추면 끊길 것 같고, 쉬면 뒤처질 것 같고, 잠깐이라도 손을 놓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이 늘 뒤에서 등을 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달린다. 방향이 맞는지, 이 길이 정말 길인지 확인할 여유도 없이.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러다 길이 갑자기 끊겨버리면 어떡하지. 아무 예고도 없이 낭떠러지가 나오면, 나는 속도를 줄일 틈도 없이 그대로 떨어지지 않을까. 아니면 벽일지도 모른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다 갑자기 나타난 벽에 그대로 부딪혀서, 그동안 쌓아온 것들까지 한 번에 박살 나버리는 장면. 그런 상상이 머릿속에서 자주 반복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데도, 이미 한 번 겪은 것처럼 생생하다.
나는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이 제일 나를 지치게 한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닌 상태. 분명 어딘가에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고, 또 어딘가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정도의 능력. 문제는 그 애매함이 계속 나를 꿈꾸게 만든다는 데 있다. 될 것 같다는 착각을 주고, 아직은 아니라는 현실을 동시에 던져준다. 그래서 나는 계속 발을 빼지 못한다.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과, 아직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사이에서 계속 흔들린다.
가끔은 묻고 싶어진다.
왜 나는 이걸 놓지 못할까. 정말 재능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재능이 없다는 걸 인정하기가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그냥 여기까지 와버렸기 때문에, 돌아갈 용기가 없어서일까. 인생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따져보려 해도, 정확한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아주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 것 같고, 그중 어느 하나만 달랐어도 지금과는 다른 자리에 서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만 남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삶이 누군가에게는 원하는 삶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하지만 가능성이 있고, 힘들지만 완전히 망하지는 않은 상태. 밖에서 보면 아직 달리고 있고, 아직 무언가를 붙잡고 있는 사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위치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버거운 걸까. 내가 유난한 걸까, 아니면 다들 이렇게 버티면서 사는 걸까. 모두가 좆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하루를 넘기는 걸까.
생각이 여기까지 오면, 머릿속이 점점 소음으로 가득 찬다.
이래야 한다, 아직은 아니다, 더 버텨야 한다, 그만둬도 된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동시에 떠들기 시작하면, 나는 그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싶어진다. 시각도, 청각도 전부 꺼버린 채로, 그냥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누워 있고 싶어진다. 판단도, 선택도, 가능성도 없는 상태. 그저 숨만 쉬고 있는 존재로 잠시 멈추고 싶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이렇게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문장을 붙잡고,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단어로 바꾸고 있다. 아마 이게 내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무너지고 있으면서도, 그걸 기록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다. 달리다 멈춰 서서, 숨을 고르며 자기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
어쩌면 인생이 꼬였다는 말 자체가 틀린 걸지도 모른다.
꼬인 게 아니라, 애초에 이렇게 복잡한 형태였을 수도 있다. 똑바로 뻗은 길이 아니라, 계속해서 방향을 바꾸게 만드는 구조. 확신보다는 의심이 많고, 안정감보다는 불안이 기본값인 삶. 그런 삶에서는 늘 애매한 재능이, 애매한 가능성이, 애매한 희망이 따라붙는다.
나는 아직 답을 모르겠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도, 멈춰야 하는 시점도. 다만 지금은 이렇게 말로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마음이 안쪽에서부터 터져버릴 것 같다는 것만 분명하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이렇게 써본다. 잘 쓰려고 하지 않고, 정리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지금의 나를 그대로 눕혀놓듯, 문장 위에 내려놓는다.
아마 오늘도 결국 다시 달릴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왜 숨이 가쁜지는 알고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