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한때 나의 세계였다.

by someformoflove

비가 그치고 나면, 어딘가에 숨어 있던 그 잔향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공기 중에 희미하게 퍼지는 이 냄새는 마치 잊힌 기억의 조각들처럼 불현듯 나를 찾아온다. 그 잔향 속에는 내가 한때 알고 있던, 아니 지금도 어쩌면 알고 있는 그 사람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그 사람은 마치 비 같은 존재였다. 늘 곁에 있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우리의 시간은 잔잔한 빗소리처럼 흘러갔고, 그녀와의 대화는 가끔씩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처럼 나를 깨우곤 했다. 하지만, 결국 비처럼 스며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비가 그친 뒤의 고요함처럼, 나를 둘러싼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평온해졌지만, 나는 그 잔향 속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그 사람은 한때 나의 세계였다. 늘 곁에 있으면서도, 그녀와 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닿을 수 없는 어떤 거리. 그 거리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리워했다. 하지만 결국, 그 사람은 어느 날 조용히 그 거리를 넘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남긴 잔향만을 붙잡고 그곳에 홀로 남겨졌다.


지금도 비가 내릴 때면, 그 사람의 흔적이 떠오른다. 빗물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그 잔향이 내 안에 스며든다. 그 냄새는 단순한 비의 냄새가 아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기억이며, 내가 잃어버린 시간의 조각들이다. 나는 그 냄새를 맡으며, 그 사람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되새긴다. 그때의 우리, 그리고 지금의 나.


비가 그친 뒤의 공기는 늘 맑다. 하지만, 그 속에 남아 있는 잔향은 나에게 잊히지 않는 그 사람의 흔적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이 잔향은 영원히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은 이제 사라졌지만, 그 잔향만큼은 내 곁에 남아 나를 감싸고 있다.


어쩌면, 그 잔향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 냄새에 잠겨 그 사람을 기억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비가 내리는 동안,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그 잔향 속에서, 그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했던 나 자신을 다시금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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