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뜨거워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첫사랑이 그랬다. 나는 언제나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가득 찼고, 그녀는 한결같이 차가운 사람처럼 보였다. 그 차가움이 견디기 어려워 서운함이 쌓였고, 왜 나 혼자만 이렇게 뜨거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함께하는 시간은 마치 내가 그녀를 녹여야 한다는 의무처럼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그녀를 녹이려 할수록, 나는 더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사랑이란 건 언제나 뜨거울 필요가 없다는 걸. 오히려 너무 뜨거운 사랑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배웠다. 처음에는 나도 그녀처럼 차가워지기 싫었고, 사랑은 끝까지 타올라야 한다고 믿었지만, 서서히 그녀의 온도에 맞춰지며 내 열기도 잦아들었다.
요즘은 사랑을 요리처럼 생각하게 된다. 가끔 너무 일찍 끓어 넘친 음식은 금세 타버리고, 그 풍미를 잃는다. 사랑도 다르지 않다. 천천히, 은근한 불로 오랫동안 끓여야 그 깊이가 우러나고,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너무 뜨거운 사랑은 금방 식어버리고 말지만, 적당한 온도로 데워진 사랑은 서서히 우리를 채운다. 몇 번을 더 데우고, 간을 맞추면서 더 풍부해진다. 그렇게 천천히 식지 않는 사랑이 더 귀하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됐다.
30대 후반이 되니, 사랑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20대의 나는 늘 상대방을 타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나는 작은 온기를 더 소중히 여긴다. 그때는 불처럼 격정적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것만이 진짜라고 믿었지만, 지금은 불씨가 조금씩 피어오르며 따뜻함을 유지하는 것이 더 값지다고 느낀다. 지나치게 뜨거운 사랑은 자신도, 상대도 쉽게 지치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로의 열기가 모두 소진되고, 남는 것은 차갑게 식어버린 감정뿐이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나도 사랑이 필요하다고. 젊은 시절처럼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느리고 따스하게 다가오는 그런 사랑 말이다. 지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열기는 마치 약불처럼 희미하다. 하지만 그 약한 불을 다시 뜨겁게 만들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다가와 나와 함께 천천히, 오래도록 그 불을 지피고, 함께 따뜻함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제는 더 이상 서두르지 않는다. 예전에는 사랑을 쟁취해야 하는 것처럼 여겼지만, 지금은 기다릴 줄 안다. 온도라는 건 강제로 맞추는 것이 아니니까. 서로의 온도가 맞아떨어지길 바라며, 나는 서서히 나만의 열기를 유지하고 있다. 천천히 데워질 사랑이 찾아오길 기대하면서.
사랑이란 건, 생각보다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가꾸는 것임을 이제는 안다. 그러니 누군가가 내 삶에 들어와도 예전처럼 재촉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 온기가 우리 사이에 스며들도록, 시간을 들여 함께 맞춰나갈 수 있기를. 그렇게 천천히 데워진 사랑이 더 깊어질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