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자취를 하며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이 있었다.
고향 집은 버스를 타고 들어간 읍내에서도 한참 동안 걸어가야 하는 깊숙한 시골이었다. 여학생은 대학생이 된 뒤로는 장학금도 받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같은 과 친구의 생일초대를 받게 되었다. 처음 가본 친구네 집은 도시에서도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멋진 곳이었다.
“어서들 오너라! 와줘서 고맙다!”
초대받은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친구의 어머니가 활짝 웃으며 그녀들을 맞이했다. 그 어머니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무척 기품 있고 아름다워 보였다. 손톱에는 고운 매니큐어도 바르고 있어서 무심한 행동을 할 때에도 항상 특별해 보였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과 달콤한 후식까지, 여학생은 그토록 안락한 삶과 곱고 우아한 어머니를 둔 친구가 부러워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시에, 문득 시골에서 날마다 까마득한 남의 밭일을 다니느라 햇볕 피할 날이 없는 새카만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온종일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하느라 굽어 버린 등은 시든 할미꽃처럼 추레해보였고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온 두 손은 그야말로 나무갈퀴처럼 거칠고 험했다.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자 여학생은 ‘저렇게 우아하고 고상하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하며 고개를 저어버렸다. 그 뒤로 그녀는 ‘나도 나중엔 그렇게 멋지게 살 거야. 엄마처럼 살진 않을 거야…’ 라고 각오를 다지며 더욱 분발했다.
그런 어느 날인가 학교를 나서던 여학생은 저 멀리 길가에 시든 할미꽃처럼 서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불현듯 어머니가 떠오른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그 사람을 외면한 채 다른 길로 돌아서 가버렸다.
그날 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자취 집 앞에 도착한 그녀는 또다시 어둠속에서 그 등이 굽은 그림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다름 아닌 어머니였던 것이다.
“아이고, 얘야… 어디 딴 데로 이사 갔나 하고 걱정하던 중이다…”
어머니는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말하며 딸에게 다가갔다. 작고 구부정한 몸집으로 양손에는 무언가를 잔뜩 싸 들고 서있는 어머니를 본 순간, 딸의 가슴이 탁 막혀 왔다.
아무 말도 못하고 무심코 짐 하나를 받아 들었는데, 뜻밖에도 너무나 무거워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다음 순간, 그녀는 어머니의 굽은 등을 힘껏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부모가 되기 전까지는 결코 부모님의 사랑을 전부 헤아릴 수 없다.
다른 사람의 부모와 나의 부모를 은연중에 비교하면
상처받는 것은 나 자신일 뿐이다.
그럼에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은 크고 무거운 사랑이 아닐까.
모습과 장소는 달라도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은 모두
헤아릴 수 없는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