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Aug 31. 2017

◆>>간절한 정성

          



사회에 첫걸음을 잘못 내딛는 바람에 다단계 판매 회사에 들어간 청년은 결국 몇 달 만에 수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되었으나 겨우 탈출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 후로는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무기력하고 희망 없는 청년노숙자가 되어버렸다.

차디찬 지하도 바닥에 종이박스를 깔고 새우잠을 자고 깨어난 어느 날도 아침부터 길가에 멍하니 앉아 있는 그의 콧구멍으로 어디선가 향긋한 빵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아 이게 무슨 냄새지…배고파 미치겠다…’

허기를 견디지 못한 청년이 무심결에 냄새를 따라 간 곳은 근처의 빵집이었다. 빈털터리였으므로 밖에서 냄새만 훔쳐 먹으며 유리창 안쪽을 기웃거리던 그의 눈에 문득 <수습 제빵사 구함>이라는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이거야. 나도 일을 할 수 있어. 빵도 실컷 먹을 수 있겠지…’

청년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공중화장실로 가서 최선을 다해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빵집으로 다시 달려가 견습 제빵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은 한참 동안 그를 살펴보더니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지원자가 많아서 간단한 테스트를 해야겠소. 여기 질문지에 답을 적어내고 가세요. 합격여부는 내일 아침 출입구에 붙여 놓겠소.”

청년은 초조한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답을 적었다. 그러나 질문은 너무 어려웠다. 빵을 밀가루로 만든다는 사실밖에 모르는 그는 스스로에게 실망하면서도 절실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다.

다음날이 밝았으나 그는 차마 빵집으로 달려가 볼 수가 없었다. 떨어졌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내가 뭘 하겠어…떨어졌을 게 뻔한데…휴우…’

청년은 실의에 빠져 다시 햇볕 아래 기대앉았다. 

그때 향긋한 빵 냄새가 또다시 참을 수 없게 그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끝내 버티지 못한 청년은 빵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공고문을 조심스레 살피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뜻밖에도 거기에는 자신의 이름이 또렷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당황하면서도 뛸 듯이 기뻐하며 빵집으로 들어간 청년이 주인에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그런데 어제 질문지엔 제대로 답을 못 썼는데…괜찮은가요…?”

그가 걱정스레 묻자 주인이 대답했다.

“자네가 이 근처 노숙자인건 알고 있었네, 빵을 만들어 본적도 없을 테고…그런데도 마지막 질문의 답이 마음에 들었네. 지금의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자넨 앞으로 훌륭한 제빵사가 될 걸세!”


‘맛있는 빵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는 무엇일까?’라는 마지막 질문에 고민하던 

그는 ‘정성’이라고 적었던 것이다. 



수십 가지 재료가 잘 어우러져야 좋은 빵이 만들어지겠지만 
만드는 이의 정성이 빠져있다면 
그것은 그저 밀가루덩어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어떤 화려한 말보다도 
가장 소박한 진실이 통하는 법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난 속의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