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생각하는 시간
어느덧 2017년의 11월.
올초부터 다사다난했다면 다사다난했던 봄 여름 그리고 가을이 지나간다....
2003년생 뤼팽이는 지난 봄, 뜻밖의 췌장염으로 고생하다 살아났으나 6개월여후인 9월쯤에는 또다시 뜻하지않은 병원신세를 지고 말았다.
췌장염이전에도 뒷다리에 힘이 빠지고 자꾸 미끄러지는 증상이 있었으나 어느 순간 사라졋다가 췌장염이후 그런 증상이 다시 나타났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췌장염이후 관리가 중요하다며 의사의 권유로 LOW FAT사료를 먹이기 시작한게 5-6월경부터였는데, 그와 함께 일체의 간식급여도 중단되었다.
로우팻 사료는 얼마나 맛이없는지, 뤼팽이가 한 알갱이도 먹지 않으려 몸부림을 치고 급기야 하루종일 배고픔을 참고참다가 한밤중에야, 정말로 죽기않기위해 마지못해 먹는다는 듯 깨작거리며 조금씩, 그야말로 숨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씩만 먹는 상황이 3개월정도 이어졋다. 그러나 나는 의사의 말을 충실히 따라야 뤼팽이가 고지혈증이며 만성췌장염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맹목적으로 믿으며 뤼팽이의 삶의 질에 대해서는 무심햇다. 그후 9월쯤 몸무게는 점점 줄어들고 뒷다리 미끄러짐, 기운없음 증상은 더욱 심해져서 9월쯤 병원에갔을 때, 피검사를 했을 때, 뜻밖에도 뤼팽이는 놀랍게도 혈소판감소증이라는 새로운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몇번이나 검사해도 그렇다며...외견상 혈소판감소증에 관한 증상을 설명하며 그런 증상이 보엿는지 물었다. 그런 증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럼에도 의사는 혈소판감소증도 위험하니 그에대한 약을 처방해주며 매우 독하니다른 약들(이미 뤼팽이는 3-4가지 약을 먹고 있었다...밥은 제대로 먹지 않아도 약은 꼬박꼬박 먹였다..)은 끊고 혈소판감소증치료제만 먹이라는거다...
집으로돌아와 혈소판감소증의 증상이 외적으로 보이는지 관찰하며 그 독한 약을 먹엿다. 한번은 먹더니 그다음부터는 약을 먹이면 모두 토하고 밥도 전혀 먹지 못하고(물론 밥은 그전부터도 안먹으려했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는듯햇다. 그즈음 나는 고민했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정말 혈소판감소증일까? 약을 못먹고 밥도 못먹고 토하는데 제대로 진단한 것일까....그리고 봄에 췌장염으로 입원해 무사히 치료를 받앗던 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렷다. 6개월만에 다시 찾아간 의사에게 현재 뤼팽이의 상태와 치료받은 내역을 설명했다. 그리고 다시 피검사를 실시했다. 그결과는 뜻밖이었다. 혈소판감소증이 아니었다!!!
혈소판감소증은 특유의 현저한 외적증상이 동반되며, 피검사과정에서 작은 오류로도 잘못 진단될수 있다는 설명도들엇다. 결국 오진에 의해 잘못된 처방약을 먹고 뤼팽이는 며칠동안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쳤던 것이다.
그로부터 새로운 처방과 치료계획이 수립되었다.
의사는 말했다.
뤼팽이는 지금 14세정도이고, 강쥐들의 평균수명이 16년정도임을 감안할때 뤼팽이는 충분히 잘 살아왔고 반면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고 예상된다. 그렇다면 그 남은 시간동안 약이나 먹으며 살게할 것인가, 그것이 과연 노견들에게 바람직한 삶인가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고지혈증이나 갑상선질환, 혹은 관절염 등의 증상은 종의 특성이나 나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그로인해 생명이 위독하게 분초를 다투지 않는다면 만성질병으로 인정하고 적당히 관리하면서도 건강을 더 해치지 않을 정도로 본인들의 평소 식습관을 유지하며 살게하는것이 맞지 않느냐는 얘기였다.
그제서야 나는 뤼팽이의 '삶이 질'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앗다.
의사도 바로 삶의 질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이제 겨우 한두살짜리 아기 강아지라면 어떻게든, 수술을 하든 무엇을 하든 질병의 완치를 위해 갖은 수를 써보겠지만, 솔직히 말해 이제는 살아온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짧은 이 애처로운 생명에게, 인간의 욕심으로 완치에는 도움도 되지 않을 독한 약만 밥먹듯 먹여가며 살게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것인가.
그날부로 우리 모두는 뤼팽이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래서 이미 6킬로대로 줄어든 체중을 늘이도록 일단 잘 먹는 것을 찾아 먹이도록 노력하고 약은 영양제정도만 먹이는 식으로 하게되었다.
9월20일경부터 시작된 뤼팽이를 위한 삶의 질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고 그로부터 3-4주만에 거의 완전한 회복을 이루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운빠지고 뒤로 밀려나곤 하던 뒷다리조차 힘이 들어가고 근육까지 새로 붙으면서 짱짱하게버티고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회복기에는 영양이 풍부한 것으로 찾아먹이고 맛난 간식들도 실컷 다시 먹게되자 뤼팽이도 언제 아팠냐는듯이 되살아났다. 마치, '그래 , 이게 사는 맛이지! 사는게 뭐있나?'하듯이 표정조차도 즐겁고 행복해보였다.
그로부터 두달여가 가까워지는 요즘 뤼팽이는 다시 8-9킬로그램의 무게까지 회복되었고 아침저녁 밥그릇을 무심한듯 비우고, 간간이 주어지는 간식들을 즐겁게 음미하며 오전무렵의 산책도 신나게 즐긴다... 물론 나이는 속일 수없는 지라 산책나선 걸음이 한창때와는 많이 느려지긴 했으나 주위의 냄새와 사물들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지치지 않는다.
그여름내내 뤼팽이는 맛없는 로우팻사료를 거부한채 점점 저렇게 쇠약해져가며 하루종일 누워 잠만 자곤했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얌전히 잘 있다고만 생각하며 밥을 안먹는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오늘아침의 뤼팽 산책길. 횡단보도 앞에서...
요즘의 뤼팽이는 다시 그런대로 무난하고 행복해보인다...물론 순전히 이기적인 나의 짐작일뿐이지만 말이다...
우리가족의 바람은 딱 이정도로만 활발하게...이정도로만 행복하고 아무 일 없이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도 오늘같은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그러다 아무 걱정없이 아픔도 없이 행복한 꿈을 꾸다가 먼 훗날 이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까지는 늘 오늘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