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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Apr 15. 2018

은둔형 외톨이,  자기만의 방에서 벗어나기

_그를 위해 내가 먼저 손 내밀어주는 용기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야기한 내용은, 사람사이의 소통과 대화, 긍정적인 인간관계에 다름아니다. 사람은 누군가와 늘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게 마련이며 그럼으로써 비로소 인간다움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하는 일은 기능적인 문제가 없는 한 혼자서도, 혼자만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그런 사소한 행위조차 가족이나 누군가와 함께 함으로써 더욱 풍성한 인간관계의 리듬이 이어지는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부득이 혼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외롭다, 사람이 그립다’라는 하소연은 너무나 당연하다.


인간은 본래 수많은 관계 맺음 속에서 살아가도록 태어나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가 빠르게 분화함에 따라 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들보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로부터 개인 공간으로의 잠적을 선택하는 경우들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느끼는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풀어낼 해결책으로 대화와 소통의 방법을 찾기보다 그냥 혼자만의 공간을 찾아 들어감으로써 '관계의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SNS가 발달하고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지구반대편의 누군가와도 거침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된 21세기의 오늘날에 이르러, 한편으로는 더더욱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어버리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른바 ‘히키코모리’라고도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외부 세상과 단절한 채 홀로 지낸다.

기껏 하는 일이라고는 자기 방에서 혼자 자고 먹고 인터넷 게임을 하는 정도이다.

심지어는 부모 형제와도 대면은커녕 말도 나누지 않으며 철저하게 은둔하는 삶을 산다.


이러한 은둔형 외톨이는 처음 일본에서 큰 사회문제를 일으키며 세상에 알려졌으나 이미 수년 전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우려할 만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들 대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개중에는 자살을 하거나 불특정 타인에 대하여 해코지를 하기도 하므로 예의주시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의 종수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특별한 직업 없이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였다. 40대가 되도록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은 물론, 결혼도 하지 않아 노부모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살면서도 하루 종일 방안에서 인터넷을 하며 머물렀다.

세상에 무관심한 그에게는 인터넷만이 유일한 세상이었던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도 앓고 있으나, 가족의 말은 전혀 듣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누구와도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늙은 아버지는 아들을 세상 속으로 이끌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도록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전 처음이다시피 한 사회생활에 그가 쉽게 적응할 리 없었다.

더욱이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하게 된 동료 H 씨와 잦은 갈등을 일으켰다. 한 번은 같은 부서 직원들의 소지품을 몰래 숨기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더니 결국 그 후 몇 달을 못 버티고 그만두고 말았다. 그는 다시 자신의 방에서 고요한 외톨이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그가 얼마 후 다시 밖으로 나왔는데, 그것은 회사생활을 하며 자주 마찰을 빚었던 동료를 찾아가기 위함이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일했던 회사 주변에서 서성이며 동료였던 H 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한참 후, H 씨가 그를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아무런 사심 없이 인사를 건넸다.

“종수 씨, 오랜만이에요~!”

"......."

그 순간 그는 대답 대신 옷 속에 감춰가지고 있던 칼을 H 씨의 목에 수차례 찔러 넣었다. 결국 H 씨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람을 두고 그대로 도주한 뒤, 그 역시 인근 야산으로 가서 목을 매달아 자살해버렸던 것이다.

H 씨 살해 사건이 보고되었을 때 당장 범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종수 씨는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은 외톨이였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친구나 직장동료는 물론 휴대전화도 은행계좌도 없었으므로 행적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 외에도, 2년제 대학을 다니다 정신분열증으로 학교를 그만둔 뒤 수년 동안 방안에서 혼자 지내던  20대 청년 은둔형 외톨이가 거리에서 마주친 행인을 이유 없이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 역시 세상과 담을 쌓고 살며 애인은 물론 친구도 사귀지 않아 대인관계가 제로인 상태였다. 휴대전화나 인터넷도 사용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해왔다.

그러는 동안 그의 내면에서는 세상에 대한 이유 없는 분노가 쌓여가고 있었다. 그것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바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었다!

바로 그런 의도로 청년은 평소에도 가방 속에 칼을 넣고 다니며 대상을 물색해왔던 것으로 짐작되었다.

    

위와 같은 예들은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 삶을 사는 이들의 극단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이유는
집단 따돌림과 가정불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실연의 아픔, 취업 실패 등으로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인터넷 중독자들도
쉽게 '은둔형 외톨이'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오래된 고립생활로 인해
외부와의 의사소통 방법이나, 분노와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하는 방법과 통로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상인에 비해 매우 충동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은둔형 외톨이들이 잠재적인 범죄자는 아니다!
국내의 연구팀이 밝힌 은둔형 외톨이들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씩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지만 길게는 5~10년 이상 그렇게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대개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직장도 없는데, 일체의 사회활동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친구가 전혀 없고 가족들과도 대화가 단절된 상태로 하루 대부분을 인터넷과 TV에 빠져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점차 대인공포증, 우울증, 성격장애, 강박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갖게 된다. 정신적 질환이 깊어질수록 자살 혹은 살인 충동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사실이 특히 우려되는 점이다.


이처럼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지내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일 것이다. 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애정과 관심에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격이 원래 그러니까…’ 혹은 ‘저러다가 말겠지…’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꾸준한 대화와 설득, 세상과의 소통의 통로를 열어주는 등 주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이유로 만약, 주위에 은둔형 삶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가족, 친구, 이웃 혹은 친척이 있다면, 그를 더 이상 어두운 방안에만 홀로 머물지 않도록 문을 두드려라.

누군가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한 마디가 마음 여린 그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음을 이해하고 먼저 다가가야 한다. 상처로 아파하는 그에게 관심과 소통의 문이 되어주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너와 내가, 또한 우리 모두가 함께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며 서로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아름다운 곳이니!

somehow@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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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마치며

지금까지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후로도 좋은 글,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출처: 이 매거진에 쓰인 (6회 차 제외) 모든 사진은 제(somehow)가 찍고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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