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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Oct 10. 2018

다시 돌아온 가을 산책로

뤼팽이 떠난지 한달 남짓..혼자하는 아침산책

어느새 10월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가을인데 이제는 혼자서 이 길을 걷는다. 

뤼팽이가 떠난지 한달이 좀 지났다.

그동안 대체로 알수 없는 이유로 좀 바빴고 종종 뤼팽이를 생각할때면 콧등이 시큰해지며 마음이 아파오곤했다.

뤼팽이 덕분에, 매일 30-40분간의 산책을 할 수 있었던 지난날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야 깨닫는다. 


이제는 혼자서 산책하기가 쉽지않다. 


나는 가끔 귀찮아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여 뤼팽이를 돌보고 산책을 시키는일이 때때로 짐처럼 느껴졌었다. 

그래서 비가 올 때면, 영하 5도이하의 한파가 이어질때면, 혹은 부득이한 외출로 산책을 빼먹게 될때면 나는 뻔뻔스레 기뻐했었다. 

'뤼팽, 어쩌냐, 오늘은 산책을 못하겠네...헤헤...'

그런 나를 보며 뤼팽이는 속으로 얼마나 서운했을까. 

'남의 속도 모르고...이 사람아, 나도 코에 바람 좀 쐬고 싶다고!'


지나고 나니 그 아이의 짧은 15년 생애동안 빼먹고 지나가버린 수많은 산책기회가 그 자신에게는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는지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이런저런 이유로 산책을 나가지 못하던 날의 뤼팽이는 어쩐지 의기소침해진듯, 혹은 짜증스러운듯 땡깡부리는 듯한 몸짓과 짖음으로 불만을 표시하곤 했었다.

그럴때면 나는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고 무산된 산책으로 뜻밖에 내게 주어진 시간만이 소중할 따름이었다.

매일의 산책시간을 기억하여, 재촉하고 독려하여 나를 언제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보호자로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인줄도 모르고.


혼자 산책을 시작한지 열흘쯤 돼가는데, 늘 함께 걷던 길을 혼자 걸으니 허전한 느낌에 자꾸만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혼자 걷기는 즐겁지 않다. 

말이 통하지 않았어도 뤼팽이와 나는 그냥 그렇게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기쁨이 되었나보다. 


언제까지 뤼팽이를 생각할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게될지 모르겠으나 나는 가능한한 오래 최선을다해 기억하려한다. 그 녀석은 내 삶의 아주 넓고 커다란 부분에 자리잡았고 깊이 새겨진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햇볕 따스하고 바람 선들거리며 온화한 가을날이면, 산책을 나갈 때마다 뤼팽이는 그 조그만 몸뚱이가 들썩일정도로 즐거워하며 짧고 까만 꼬리를 엉덩이가 휘둘릴 정도로 흔들어 대곤 했다. 


가을은 벌써 다시 돌아왔고 겨울도 봄,여름도 다시 또 돌아올텐데, 나는 이렇듯 천천히 늙어갈텐데, 너는 어디에도 없구나....


나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는데.

 

뤼팽과 매일 함께 걸었던 산책로
지난해 10월말...혈소판감소증이라는 오진을 받고 엉뚱한 약을 먹고 죽다가 다시 살아난 다음의 가을 어느날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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