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너렁청하다

_탁 트여서 시원스럽게 넓다

by somehow



추석을 맞아 천주교신자인 경준이네 가족은 용인에 있는 공원묘원으로 성묘를 갔습니다. 그곳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잠들어 계십니다.

“성묘 때마다 이렇게 길이 밀리고 막히는데… 대중교통이 닿지를 않으니 차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없고 말이야…”

아버지가 성묘객들의 승용차들로 꽉 막힌 주차장 같은 도로에서 두어 시간째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몇 년 전보다도 길은 더 넓어지고 다듬어졌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자동차가 늘어나니까 넓어진 길도 별 도움이 안 되네요…”

어머니도 꽉 막힌 차 창밖을 내다보며 답답한 듯 말씀하셨습니다.

마침내 서울을 출발한 지 3시간이 넘어서야 경준이네 가족은 공원묘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도 다시 가파른 산비탈을 타고 만들어진 좁은 길을 승용차로 한참 더 올라간 곳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산소가 있었습니다.

“으아아~ 이제야 도착했네! 아침에 출발했는데 벌써 점심때가 됐어요. 배고파요!”

경준이가 끙끙거리며 성묘음식과 갖가지 보따리를 들어다 옮기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그래도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오니까 좋지 않니? 저 앞을 좀 봐라, 너렁청하니 이런 전망 좋은 곳은 서울에선 찾을 수도 없잖아?! 공기도 맑고…스흡~~하~~~!”

아버지는 오랜만에 찾은 부모님 산소 앞쪽으로 시야가 넓게 트인 경관을 가리키며 심호흡을 하셨습니다.

“맞아요, 성묘 오는 길을 힘들지만 여기 꼭대기에 오르고 나면 바람도 시원하고 눈도 가슴도 뻥 뚫리는 것처럼 넓게 트여서 속이 시원해요~”

의젓한 경준이의 말에 아버지는 뿌듯한 심정이 되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조상님께 성묘하는 게 꼭 힘들고 어려운 일만은 아니지? 이렇게 기분전환도 할 수 있고 말이야… 이게 모두 다 조상님 덕분 아니겠니?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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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렁청하다’라는 표현은
‘탁 트여서 시원스럽게 넓다’의 뜻으로 쓰이는
재치 있는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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