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수도자의 섬, 몽생미셸

울궈먹는 여행기

by somehow


지겹게 울궈먹는다...

남들은 해마다 몇번씩 해외여행을 다니며 안 가본 곳이 없다느니 세계가 제집 앞마당이라느니 하지만

우리는 여러 사정상 외국으로 나갈 기회가 많지 않다.

지난 7년전에 다녀온 45일간의 유럽여행이,

앞으로 수년내에 이루어지길 희망하는 두번째 해외여행 이전에는

내 생에 가장 큰 역사적 행위였다고 심장에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정말 지겹게 울궈먹는 것도 사실이다.


카카오스토리에도 그 해의 여행에 관해 수시로 글과 사진을 올렸었고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는 알라딘서재에도 여행기를 올렸었다.

그리고 또다시 이곳에도 여행의 추억을 새긴다....

여행이 일상다반사인 이들에게는 참 싱거워 보일지도 모를 여행 울궈먹기를 왜 나는 자꾸 하는 것일까...

새로운 문물과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지만

마음만큼 수시로 달려갈 수 없기에 지난 여행을 나는 자주 되새김질하며

그해 여름을 기억하며 행복감에 젖는다.

사진은 그런 의미에서 참 다행스러운 작업이었다. 흔한 캐논 디지털카메라로

그 45일 남짓한 동안 내가 찍은 사진은 무려 5000장이 넘는다. 그 사진들이 지금은 매우 귀한 재산이 되었다.

생각날 때, 궁금할 때 한번씩 열어보며 과거를 생각한다.

아름답고 소중했던 그 시간들을 이렇게나마 내 기억뿐 아니라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필름카메라였다면 그렇게 많은 사진들을 간직하기도 어려웠을 테니 문명의 시대를 사는 것도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지나간 그 여름 뜨거웠던 45일의 몇장의 기억들을 들추며

그 순간의 바람과 햇볕과 공기의 흐름과 나의 심장이 색다르게 펄떡이던 느낌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는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울궈먹는 여행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그해 45일 여정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몽생미셸 탐방기.


몽생미셸Mont-Saint-Michel 수도원은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사이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거대한 모래톱 한가운데에 솟아 있는
작은 섬에 있다.
이곳은 대천사 미카엘에게 봉헌된
고딕 양식의 베네딕트회 수도원으로
‘서구의 경이(Wonder of the West)’로 꼽힌다.
수도원의 거대한 벽 아래쪽으로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수도원 건물은 11세기와 16세기 사이에 건축되었으며,
독특한 자연 지형을 극복·적응하여 건설된
기술적·예술적 걸작으로 손꼽힌다. [네이버 지식백과]

대략의 크기는 둘레 900m, 높이 78.6m에 이른다.


몽생미셸 수도원 내, 기도드리는 수녀님ⓒsomehow


천주교신자인 우리에게 성당은 여정 중 만나는 수많은 장소가운데

특별한 느낌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었다.

이곳 수도원성당, 수많은 관광객들이 수도원 곳곳을 쑤시고 다니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고 부산한 중에도

기도시간인지 한 수녀님이 기도대앞에 계시는 모습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 그 주위에는 고요와 적막이 커튼처럼 수녀님을 감싸고 있는 듯 했다.

북적이는 관광객들의 시선과 카메라와 잡담소리들도 그곳에는 아무런 방해요소가 되지 않는듯,

수녀님은 한없이 고요한 자세로 그림처럼 머물러 계셨다.



수도원3층 내부 뜰을 들러싸고 있는 127개의 돌기둥 회랑ⓒsomehow



미끄럼틀 같은 이것은 과거 수도자들이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물건들을 주고 밭는 용도로 이용되었다고 한다.ⓒsomehow


수도원 외벽 일부ⓒsomehow


ⓒsomehow


ⓒsomehow


수도원 주변 갯벌, 섬 자체가 수도원이니 썰물 때는 이렇게 드넓은 갯벌이 드러난다.ⓒsomehow


수도원 아래쪽의 지붕들은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건물들이다. 관광상품 판매점들이 많았던것으로 기억된다.ⓒsomehow





ⓒsomehow


몽생미셸이 있는 마을에 도착한 것은 전날 오후,

곧바로 수도원에 가려 했으나 비가 내리는 바람에 걸음을 돌리고

다음날 찾은 것. 그날밤 둘이는 말도 안되는 일로 마치 세상을 끝장낼 것처럼 싸웠다.

아마 여행시작 후 첫다툼이었고 이후로 우리는 정말 하루 걸러 한번씩 싸운것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은 짓이었지만

그당시 나는 말만 좀 통한다면 혼자서라도 당장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속으로 골백번 되뇌었던 기억이 있다.

싸운 다음 날 같이 뭘 보러간다는건 정말 내키지않는 일이었으나

어차피 집으로당장 돌아가지도 못할 바에야 털어버리고 여정을 이어갈수밖에 없는일...

남편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바람에 그나마 함께 사진 찍은것...

사진에는 그러니까, 그장소에 대한 기억뿐 아니라

그날의 나의 마음상태와 사연이 그대로 저장되어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아마도...20100818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