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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Mar 07. 2017

모피코트의 불편한 진실

_사치와 허영에 들뜬 귀부인들에게 고함



“여보! 밍크코트 사준다고 약속한 게 언젠데 아직까지 모른 체 해요?친구들은 다 하나씩 걸치고 나왔는데 나만 모직코트 입었잖아요!”

날씨가 유난히 추웠던 어느 겨울날 저녁, 식탁에 앉은 아내가 남편에게 투덜거렸다. 중학생 딸 은정이와 고등학생 딸 우정이를 둔 그녀는 그날 낮 동창회에 다녀온 뒤 짜증이 나 있었다.

“누가 안 사준대? 그게 좀 비싸야지... 여자들은 참 이상해. 몇 백만원씩이나 하는 걸 몸에 걸치고 다니고 싶냐? 모피 말고도 따뜻한 옷이 얼마나 많은데…….”

아내의 불평에 남편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비싸니까 오래 두고 입잖아요? 기상이변이 심해져서 이번 겨울도 얼마나 추워요? 요새 백화점 모피 코너가 호황이라던데크리스마스 선물로 이번에 한번 저지릅시다~, 여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둘째 은정이가 거들고 나섰다.

“아빠, 나도! 나도 밍크 조끼나 목도리 같은 거 하나 해주면 안 돼? 나도 추워 죽겠어요.”

“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무슨 밍크야? 그건 시집가서 네 남편한테 해달라고 해, 엄마처럼! 엄마도 내 남편한테 해달라는 거잖아, 지금.”

그때 큰딸 우정이가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는 듯 수저를 놓으며 말했다.

“두 사람 다 정신 좀 차리는 게 어때요? 모피코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기나 하고 그걸 입겠다고 야단인지 모르겠네. 난 절대 모피 안 입기로 결정했어. 난 모피 반대주의자야!”

“모피를 어떻게 만들겠어? 죽은 밍크 가죽 벗겨서 만들겠지.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밍크는 죽어서 모피를 남기는 거지.”

어머니의 대답에 우정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모르시는구나. 밍크나 여우, 너구리 같은 모피를 어떻게 얻느냐면요, 죽이는 게 아니라 산 채로 벗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안 된다는 거고요.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우정이는 얼마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밍크코트 생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밍크코트 한 벌을 만들려면 자그마치 200마리 정도의 밍크가 필요하대요. 그런데 그 밍크를 죽인 다음에 털가죽을 벗기면 잘 벗겨지지 않는 데다가 털의 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 벗겨야 하는 거래요. 여우나 너구리 같은 것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산 채로 때리거나 전기 충격으로 기절시킨 다음 재빨리 가죽을 벗기는데,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린 동물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는대요. 그뿐인 줄 아세요? 카라클이라고 양모피가 있는데, 그건 새끼를 밴 엄마 양이 새끼를 낳기 직전에 죽여서 배 속에 있는 새끼 양의 모피를 벗긴 거래요. 이렇게 태어나기 직전 양의 털가죽을 찾는 이유는 실크같이 광채가 나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패션계에서 인기가 높다는 거죠.”

모피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은 비좁은 공간에 갇힌 채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옥 같은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다 공포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좁은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좌우로 왔다 갔다 하거나 밖으로 나가려는 듯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자기 몸을 절단하거나 자해하고, 심지어 동족이나 자기 새끼를 잡아먹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우리에 갇힌 동물들은 가죽이 벗겨지기 전까지는 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

모피 농장주들이 움직이기도 힘들 만큼 작은 철장 안에 동물들을 가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동물들의 활동을 최소화함으로써 최대한 부드러운 털을 얻기 위한 극단적 조치다. 농장주들에게서는 생명 존중 사상이나 윤리 의식, 하다 못해 측은지심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 동물들은 이미 생명체가 아니라 최고급 모피를 생산하는 일회용품에 불과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모피의 85%가 이렇게 만들어진다.

우정이의 설명을 들은 어머니와 은정이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머나…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세상에! 그 수많은 모피코트가 다 그렇게 만들어진단 말이야?”

“정말 의외구나. 그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는데. 은정 엄마, 그 사실을 알고도 모피가 계속 입고 싶어?”

아버지가 놀란 얼굴로 묻자 어머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나 한 사람 안 입는다고 그런 잔혹 행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 나 때문에 그렇게 잔혹하게 동물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모피 업계에서도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알면서도그러는 건 그만큼 상품 가치가 높다는 거잖아. 그럼 근본적으로 모피산업을 뿌리 뽑아야 하는 거 아냐?”


세계적인 모피 생산국인 미국, 캐나다, 그리스,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북유럽 국가의 모피 업체들은
생산 원가를 줄이는 한편 자국의 까다로운 동물보호법 규제를 피하기 위해
생산 기지를 점차 중국으로 이전해 큰 이익을 보고 있다.
그러한 업체들의 이익에 비례해
동물권과 동물복지 개념이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에서
모피산업이 발전한다는 것은 동물들에게 더 큰 고통이 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에서는 최근 3년 동안 무려 백만 마리가 넘는 하프물범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중 97% 이상이 3개월 미만의 어린 물범들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양동물 살상 행위인 이 사냥이 이어지는 이유도 하프물범의 털가죽이 각종 모피 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모피 외에 하프물범 기름을 원료로 한 건강 보조식품의 수요 증가가 상업적 바다표범 사냥을 확대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캐나다산 하프물범 기름의 최대 수입국이다. ‘오메가 3’라고도 불리는 일부 건강식품에 바로 이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모피코트 한 벌을 얻기 위해 약한 동물에게
극도의 공포와 참혹한 고통을 안겨주며 자유와 권리, 생명을 유린하는 것은
과연 윤리적이며 정의로운 일일까.
인간에게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아무런 죄의식도 도덕관념도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일까.
정말 필요한 것이라 해도 그것을 취하는 방법이 그릇되고 왜곡되었다면
그 재화 역시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동물에게도 생명이 있고 고통을 느끼며, 주어진 삶을 자유롭게 누릴 권리가 있다.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이처럼 잔혹한 모피 사냥이 앞으로 계속되어도 괜찮을까. 오늘날 모피의 이용은 동물의 희생을 바탕으로 인간의 욕구를 채우는 수단일 뿐 결코 합리적이거나 필수적이지 않다.


이제 모피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아니라 극단의 사치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류산업의 발달로 모피를 대체할 훌륭한 섬유와 의류들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모피를 찾는 것은 사치와 허영심의 극단적인 발로일 뿐이라는 모피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단 한 사람의 소비자가 줄어들면 곧 수십, 수백 마리 동물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덜어줄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는 '동물권'이 있다.
우리가 각자의 이기심을 버리고 애정과 관심으로 지켜본다면 잔혹하게 죽음을 맞는 동물이 줄어들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는 곧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함께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가 아닐까.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궁극적인 대안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201108다시읽기*청소년을위한 정의의 올바른 이해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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