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감시당하는 괴로움

_CCTV, 인권침해의 도구

by somehow Sep 24. 2021
아래로

처음 더팩토리_D에 입사했을 때, 내가 일하게 된 포장실에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공장의 거의 모든 장소에 그것이 설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사무실에는 크지도 않은 공장과 사무실을 비롯한 여러곳을 비추는 카메라가 보내오는 화면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화면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것의 용도는 감시가 아니라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과연그럴까, 더팩토리_D 말고도 몇군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그들 공장내부와 외부에도 CCTV가 설치된 것을 당연히 보았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끔 고개를 들어 저멀리 천장구석에서 자신들 지켜보는 크고검은 눈동자를 발견할 때면 어쩐지 숙연해지는 듯했다. 그 눈밖에 나지 않기위해 열심히 일하는 척, 감시카메라를 신경쓰지 않는 척 분주히 움직였다.

또한 그 눈동자 뒤에서 직원들을 지켜보는 이들도 자신이 목격한 상황에 대해 결코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하지않았다. 그곳의 눈동자들은 단지 조용히 지켜보며 기록할 뿐인듯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정말로 그것을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CCTV는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전후 사정을 밝히기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에 더큰 의의를 두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더팩토리_D에도 그 커다란 눈동자 카메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 모니터링은 사무실에 있는 화면에서 누구라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안전사고가 난다면 녹화된 당시 화면을 돌려보아 원인을 규명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문제는 그보다는 직원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역할로 눈동자가 활동되는 것이다.


첫 출근날이던가 그 즈음 어느날이던가, 포장실에서 선임자로부터 일의 노하우를 배우는 동안 나의 자세가  불량했던가 보다. 예상치 못한 어느 순간, 포장실에 있는 전화기가 울렸다. 받아보니 사장이었다.

-선생님, 지금 왜 그러고 계세요?

내가 선임자 옆자리에서 포장작업대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네? 저요??

뜬금없고 예상못한 질문에 당황하여 되묻자 사장이 지적한다.

-좀전에 삐딱하게 기대어 계셨잖아요? 일하는데 자세가 왜그러세요? 하하하.

순간, 뒷골이 쎄하면서 몹시 기분이 나빠졌다. 나는 다만 잘못을 인정할 뿐이었다. 그게 잘못이라면 말이다.

그후에도 그렇게 갑작스런 사장의 확인 전화는 종종 이어졌다.

알고 보니, CCTV모니터링은 사무실에서만 가능한게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휴대전화에도 연결되어 있어서 원하는 아무 때나, 자신의 휴대폰을 켜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다른 직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집에서도, 출근시간 이후에 자신이 아직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 휴대폰을 통해 회사내 출근무렵 곳곳의 상황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한들, 그렇게 즉시적으로, 대놓고, 니들을 언제나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하는 것이 맞을까.


또 한번은, 그곳에서 10개월여 기간동안 함께 일했던 친구 H와 수제초콜릿생산작업을 할 때였다. 어느 날 아침, 그날 해야 할 작업 순서나 준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포장실 전화가 울렸다. 사장이었다.

-지금, 그 H선생님은 왜그러는거에요?

우리는 깜짝 놀랐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무슨말씀이세요?

정말 몰라서 되물었다.

-방금 H선생님이 이상한 행동을 하시는 것같아서요. 제가 다 봤어요! 모르는줄 아셨죠?

사장은 자신이 지금 감시카메라가 보내오는 실시간영상을 보고 있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며 이렇게 반문했다. 그때 H는 그상황에서 전혀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날의 생산일정에 관해 둘이 의논하고 있었고(이제와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행동이 있었을 것이다) 그순간 잠시 위생모자를 쓰고 있는 머리를 긁었거나 하품을 했거나 따위의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게 전혀 문제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설명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자 사장은 말했다.

-출근했으면 빨리빨리 일을 하셔야지, 왜 그러고 꾸물거리고 계세요?

나는 한숨을 쉬면서 전화를 끊었다.

출근을 하면, 일이 없다면 모를까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함께 일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불필요한 것일까. 감시용이 아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도구라는 저 검은 눈동자의 CCTV를 가지고 그렇게 대놓고 인권을 침해해도 되는것인지,사장의 당당함에 화가 치밀었다.


당연히 우리는 CCTV로 직원을 온종일 감시하는 부당함을 고발하자고 이야기했었다. 인권위원회나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면 틀림없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끝내 아무도 그 일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모두의 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좋든싫든 이토록 어려운 시기에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으며, 뛰쳐나간다 한들 또 쉽게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다들 아니꼽고 더러워도 참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래서 다들, '내가 그만두게 되면 꼭 투서를 날리겠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역시 쉽지 않았다. 내가 앙갚음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로 인해 사회적기업인 더팩토리_D가 문을 닫거나 하면 거기에 목맨 직원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전 17화 한여름 땡볕아래 풀베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