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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명절에 대처하는 사장의 자세 2
몇 번씩이나 전화를 하시고 관리사무소까지 가서 수소문하셔서 선물을 전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말씀 드립니다.
그런데 사장님, 29일 전화로 장황하게 하신 말씀을 한마디로 하면, 이번 추석선물 없다. 아니었습니까. 저는 그렇게 이해했고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놓고 그렇게까지 애써서 선물을 주시는 건 무슨 상황입니까.... 병 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요...퇴사한 @팀장과 *전무는 빼고 직원들에게만 줘야하나마나 고심된다시며, 저한테 ‘당신은 선물을 받기만 하면 좋은 거 아니냐, 회사 이미지야 훼손되든지 말든지 아니냐’, 하셨죠. 그 표현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저는 선물 따위 관심 없었고, 퇴사하는 직원을 미리 챙기지 못하고 그로 인해 회사 이미지 훼손시키게 된다면 그건 사장님의 잘못된 판단이 자초한 일이니 사장님 발등을 찍으셔야죠. 그렇게 이미지 걱정되시면 더욱 신중하고 진지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일 처리할 생각은 왜 처음부터 못하셨습니까?
그러니 결국 그 일의 책임은 사장님의 것인데 은근슬쩍 ‘O과장 입이 싸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자기합리화를 하시더군요. 아무리 입이 싸기로, 나간 사람한테 선물을 받았네 말았네 하고 알려져서 회사이미지 구겨질까봐 걱정스럽다는 말은 도대체 어느 나라 논리입니까? 궤변을 하도 열변하시기에 어이가 없어서 제대로 말을 하기도 어렵고, 말을 해봐야 왜 두둔하느냐 소리만 하시니 대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하신 의도가 무엇인가 헛갈렸습니다. 처음에는 제 의견을 묻는 줄 알았는데 갈수록, 결국 사장님 본인은 전혀 잘못이 없고 모든 잘못은 너희에게 있다,로 끝나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무례하실 수가 있습니까? 말을 하기 전에 한 번도, 아무 생각도 해 보지도 않고 혓바닥에서 굴러 나오는 대로 말을 뱉으시는 듯 했습니다.그래서 고심 끝에 이제라도 이렇게 글로써 저의 생각과 진심어린 조언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저의 진심을 이해하신다면 끝까지 읽으시고 행간의 의미를 잘 새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저는 사장님 입장에서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소 억지가 없지 않을 때에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어떤 문제를 이야기하시면 제 의견을 듣고 반영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언제나 끝에는 자기 합리화로 결론이 나더군요.
그러던 중, 연휴 전날 29일 전화로 하신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좀 지나치십니다. 다시 한 번 정리를 하자면, 추선선물로 직원들에게 무언가 선물을 챙겨주시려 했죠. 그런데 과장의 언행이 사장님은 몹시 괘씸하고 참을 수 없는 거죠. 그런 경우, 뻔히 그런 줄 알면서 경솔하게 할 소리 안할 소리 부주의하게 하시는 사장님이 가장 큰 원인제공자입니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자기 잘못은 전혀 없고 모든 문제의 원인이 저 입 잘 놀리는 O과장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는 거죠. 그러나 제가 보기엔 모두 똑같이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지혜롭다거나 현명한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일로 제게 넋두리하시면서 추석선물 얘기로 논리를 확장하시더군요. 결론적으로 남아있는 너희들에게도 아무것도 안 주고 말겠다, 그래야 공평하겠다. 그 소리 아니었습니까? 저는 애초에 선물 관심 없었습니다.
회사사정 얼마나 힘든지 사장님이 그렇게 노래하듯 하지 않으셔도 알 수 있으니까요.
(중략)
사장님, 박사과정까지 공부하시고 일도 하시고 무척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시는 모습에 존경심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 처세나 회사운영에 관한 지식은 누구 못지않게 해박하신지 몰라도 사람을 다루는 기술, 혹은 ‘지혜’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인간관계에 관한 지혜는 많이 부족하신 듯합니다. 사장님이 늘 ‘바쁘게 알바라도 일해서 한푼 두푼 모아서 당신들 월급주려고 이리저리 뛴다’하시는데, 애쓰시는 거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화자찬하지 마세요. 다들 알고 있는데, ‘사장님, 오늘도 저희 월급 주시려고 몇 십 만원 벌어오셨죠, 수고 많으셨어요.’ 라고 직원들이 대놓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본인 입으로 떠벌이지 마세요. 그러는 순간, 사장님의 노고가 하찮은 것이 돼버립니다.
(중략)
...그럼에도 그렇게 월급 나가는 게 아깝고 힘들면 해고하시면 됩니다. 다 잘라내고 지원금 받을 수 있는 새 일꾼 쓰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정식직원으로서 당당하게 근무하고 일한 만큼 받는 월급가지고 그렇게 생색을 내시면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무슨 큰 잘못인 것 같아 자존심 상하고 모욕감까지 느껴집니다. 그런 면에서 사장님은 매우 무례하십니다. 아무리 직원이라지만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면 서운합니다. 사장님만 늘 개고생한다고 생각하시고 아무도 본인 마음은 모른다는 생각으로, 직원이 우군이 아니라 적군이라 생각하신다면 회사는 비전이 없습니다.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참고 견디고 버티어 나가야 좋은 날도 맞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돈을 벌려고 하지 말고 사람을 벌어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을 깊이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사장님, 연휴기간동안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시면 어떨까요. 통화에서도 사장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 잘못은 하나도 없다, 1도 잘못한 게 없다 모든 것은 O 과장이나 K주임, @팀장 등 다른 사람 잘못이라고 성토하셨습니다. 그리고 제 잘못도 강조하셨죠. 저는 물론, O과장도 @팀장도 K주임도, 모두들 사람인지라 실수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모르고 넘어가기도 하죠. 내 잘못은 하나도 없어 라고 말하기 전에, 그때 내가 잘못한 게 무엇일까를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요.
사장님도 제가 볼 때는 본인 잘못을 먼저 생각하고 반성하기보다, 남의 잘못을 먼저 찾아내고 그것을 합리화하는데 익숙해 보입니다. 그러나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을 먼저 해야 한답니다. 그러기 쉽지 않으니 세상에는 ‘모든 일은 내 탓이요’ 하라는 말이 있겠죠.
저도 늘 잘못하고 실수하고 돌아서서 후회하고 반성합니다. 그러고도 지나면 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눈곱만큼씩이라도 나은 인간이 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직도 너무나 어리석고 경솔하고 신중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반성하고 후회하며 삽니다. 쳇바퀴같은 꼴이지만 그런 과정이 없이는 인간은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장님을 비난하거나 싸우자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의도를 오해하지는 말아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만 옆에서 보기에, 겪을수록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해서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보다 어리다고 만만하게 생각한 적도 결코 없으며, 늘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사업체의 책임자로서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하시는 듯하여, 충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한 일입니다. 또한 이런 글을 쓰는 저 또한 회사에서 그전에는 해본 적 없는 재고조사에서 숫자 때문에 실수하고 스트레스를 받을뿐더러 그 외에도 결함투성이이며 늘 실수하고 경솔하고 이기적인 사람인 것도 사실이며, 그런 저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찾아내기 전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입니다. 사장님은 좀 지쳐 보이기도 하고 자기수양의 시간이 필요해보입니다.
저는 사장님을 응원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사장님과 뜻을 합쳐 앞으로도 열심히 우리 회사가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진심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20201001 유00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