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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복지란 무엇? 1

_명절에 대처하는 사장의 자세1

by somehow Sep 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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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바로 지난해 추석즈음이 생각났다.


더팩토리_D의 CEO, 그녀는 대체로 늘 꽥꽥거렸다는 이미지를 남기는 와중에도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해보려 노력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끔 직원들을 모아 점심시간에 회식이라며 어디 음식점으로 끌고가 사먹이거나 중간 휴식시간에 맞춰 떡볶이나 피자, 치킨을 주문해놓고 불러내어 갑자기, 빨리 먹자며 다그치거나 하면서. 

그러면서 입으로 늘, 자기는 직원들과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는게 삶의 낙이라느니 하는 헛소리를 해대곤 했다. 한마디로 직원의 복지라고는 사실 그게 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라고 이름붙이기도 거시기하지만말이다.


사실, 생산시설의 생산직 휴게실은 방처럼 만들어서 짧은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잠시라도 다리를 펴고 누워 쉴 수 있도록 돼 있는게 일반적인 듯했다. 잘은 모르지만, 더팩토리_D에 취업하기 전에 다녔던 몇군데 식품생산직 알바를 했던 공장에는 모두 그런식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래서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생산직임에도 그나마 일과중 몇분씩이라도 온전히 완벽하게 제 몸을 수평으로 펼쳐 누이고 종아리로 쏠린 피를 온몸으로 공평하게 배분시키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팩토리_D에는 그런 공간이 없었다. 콧구멍만한 탈의실이 두개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는 여자용, 다른 하나는 남자직원용이었다. 그중에서도 나는 남자직원용 탈의실을 썼는데(당시, 남자생산직은 없었다) 일상복을 작업용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보관하는 사물함 몇 칸과 의자 한두 개를 놓으면 그만인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결코 다리를 뻗고 누울 엄두를 낼 수 없도록 일부러 고안한 듯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 곳에서 단 하루도, 작업 중간 휴식시간에 1초도, 다리를 뻗고 몸을 쉬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잠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리다 이내 생산시설로 돌아가기를 2년여동안 반복했을 뿐이다. 

그래서 한 번은 사장에게 생산직을 위한 휴게실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사장은 여유 공간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 또 한 번은 정말로 제대로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휴게실을 마련할 기회가 생겼을 때 다시 요청했었다. 그때는 놀랍게도 마치 내 요구를 들어줄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었으나 결국, 제멋대로, 나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 (그에 관한 에피소드 또한 뒤에서 길게 떠들어야겠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듯했다. 생산직에게 왜 그런 휴식공간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니까 설치할 이유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입으로 가증스럽게도 복지를 운운했다.


복지얘기를 하자면 그나마 뺄 수 없는게 명절 선물이다. 그렇다, 대개 명절이면 회사는 직원들에게 명절선물을 지급한다. 안 줘도 그만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명절이면 떡값이니 뭐니 하며 사측에서 기분좋게 한턱 쓰는 것이 아니겠나. 

더팩토리_D의 사장 그녀도 어디서 보고 배운 것은 있어서, 몇번의 설과 추석에 주로 과일상자를 내밀었다. 그 역시 지역의 잘 아는 생산자에게 아무래도 좀더 저렴하게 구입해오는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크고 묵직한 과일상자는 평소 괴퍅스럽기까지한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을 순간적으로나마 희석시키는 기능을 내포했다. 

뭐, 안 받아도 전혀 상관없는데 이런 것까지나...하면서 우리는 그래도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징징대면서도 사장노릇을 하려고 애쓰는 젊은 여사장에게 심정적으로 잠시나마 관대해지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몇번의 명절이 지나고 지난해 추석 즈음이 되었을 때의 황당했던 일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해 봄쯤이던가, 그 역시 일자리 지원정책으로 한사람을 충원한 적이 있었다. 대기업과자브랜드회사에서 일하다 퇴직했다는, 나보다 한두 살 많은 남자분이었다. 그를 6개월 한시적으로 영업직으로 영입하면서 사장은 매출증대를 기대했었나보다. 6개월이라는 기간은 그의 월급 거의 80~90%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기간이었다. 사장은, 영업직이지만 전무라는 타이틀을 붙여주며 6개월간 온갖 잡일에 부려먹었다. 

그러고 추석 전에 6개월이 끝났다. 그때 그는 알량하고 속빈 강정과도 같을 망정 더팩토리_D에 계속 남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로서도 6개월동안 괴퍅스런 사장의 경영방식에도 어느정도 적응되었다고 생각되었고 작은 회사일수록 몇십 년 자신의 식품회사 경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퇴사가 아닌 계속 근무를 원해서 사장과 몇날며칠 동안 긴 면담을 이어갔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는 결국 쫒겨날 것이다. 사장은 결코 지원금이 끊긴 직원을 계속 쓰지 않는다. 사장에게 자기돈을 써가면서까지 계속 고용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연 그가 남는지 떠나는지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확률은 너무나 뻔했다. 

6개월간 되도 않는 영업을 해가며, 힘쓰는 온갖 잡일에 동원되었던 그는 계속 고용이 아니면, 권고사직형태로라도 퇴사사유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권고사직이라도 당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 알다시피, 권고사직은 사회적기업의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고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에 사장은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나마나한 면담이 며칠동안 이어진뒤, 그는 추석을 며칠 앞둔 시점에 쓸쓸히 회사를 떠났다. 

일은 그 후에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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