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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실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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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Dec 02. 2021

D-00

_실습을 위한 준비


◉◈▣노인주간보호센터


내가 이곳을 사회복지 현장실습처로 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내 어머니가 지난 해부터 거의 매일 출퇴근하시는 재가 노인복지시설이기 때문.

두번째, 집에서 아주 가까워서, 자차로 10분 이내의 거리이기 때문.


현장실습은 대체로 사회복지사과정 수업이 거의 끝나갈 때, 혹은 이론과정이 다 끝난 후에 하는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현장실습을 하는데 필요한 전공필수과목만 우선 이수완료한 상태였던, 전체 과정의 2/3시점에서 시작했다.


현장실습은 그야말로 현장에서 총 160시간을 때우는게 원칙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현장실습을 직접실습과 간접실습으로 나누고 직접실습 120시간/간접실습 40시간의 비율로 하라고 실습처나 교육원 측에서는 권장했다.

나도 처음에는 현장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었기에 직접실습과 간접실습을 모두 하기로 했었다.


간접실습이란, 말 그대로 하자면 비대면 실습이라는 뜻일텐데, 실상은 온라인으로 어떤 이론수업과정을 듣고 그에 대해 적지 않은 분량의 리포트를 매우 상세하게 작성하는 것이었다.

막상 직접실습을 하다보니, 직장을 다니는 와중에 새벽에는 이론과목 수업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말 이틀동안의 실습일지를 제대로 쓰고 수정하고 하는일 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간접실습 해본 경험자의 썰에 의하면, 리포트를 쓰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여러가지 상황에 비추어 나는, 간접실습때문에 새로 골치를 앓느니 차라리 현장에서 160시간을 채우는 것이 경험학습의 차원에서는 더 유리할 뿐 아니라, 현장실습이라는 의미에 보다 충실한 것이라 생각하여 160시간을 모두 직접실습으로 채우기로 변경했다. 그로써 4월초부터 매주말 토/일요일 각각 8시간씩 현장실습을 이어나갔다.


이처럼 160시간의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준비과정이 있었다.

온라인 교육원에서 사회복지사과정 이론수업을 모두 완료한 다해도 실습현장은 직접 내가 찾아내는 것이 첫번째였다. 코로나때문에 많은 사회복지시설들이 잠정적으로 폐쇄되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 되어 실습처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어머니가 늘 이용하시는 그곳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실습처 선택에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좀더 스펙트럼을 넓혀 다양한 복지시설을 탐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약간 남았다.

어쨌든 나는 어머니의 시설 이용과 관련해 자주 통화하고 면담을 진행했던 ◉◈▣노인주간보호센터의 부원장에게 연락하여 내가 그곳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해도 되는지 문의했다. 부원장은 흔쾌히 받아주었다.

단, 실습을 하는데는 실습비가 필요했다.

실습비는 놀라운 금액이었다.

대체로 실습을 한다는 것은 그 시설에 가서 무임금으로 자원봉사를 하는것과 같다. 그러면서 견습생처럼 현장의 상황을 실제로 보고 들으며 느끼고 배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실습처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유용한 노동력을 일정기간동안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실습생들의 노동력 제공이라는 측면만 생각한다면 일당을 받지는 못할망정, 돈을 내고 실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기는 아직 어설프게 이론만 수박겉핥기식으로 주워들은 풋내기 실습생들을 받아주고 보고 배우게 해준다는, 혜택을 준다는 생각을 그쪽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관 운영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대가 혹은 그들 기관(시설)의 속살을 들여다 보게 해주는 대가 정도라고나 할까.

그 실습비용은 보통 10만원정도가 일반적으로 형성된 적정비용인 듯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부원장의 입에서는 30만원이라는 액수가 튀어나왔다.

아,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10만원 정도면 적당하다고 갑과 을이 서로 합의할만 한데, 특별히 너무 세게 부른다 싶었다. 잠시 망설였으나 나는 그냥 알겠다고 했다.


자신이 있는가보다,고 생각했다.
실습생에게 아주 많은 걸 가르쳐 줄건가 보다,
그냥 10만원짜리 실습처와는
틀림없이 다른 무언가가 있는가보다,고 생각했다.

그즈음, 더팩토리_D에서 나와 함께일하던 스물아홉살짜리 여자애(그때는 해가 바뀌어 서른이 되었음)도 현장실습을 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나와 달리, 이미 몇달 전에 사회복지사과정 이론 수업은 모두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현장실습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아이는 이상하게 느긋해 보였다. 아직 젊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자신은 나중에 더 나이 들면 사회복지사로 일할 생각이며 당장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실습도 그때가서 해도 될것 같다고 했다. 느긋해서 좋다고 해야 할까...나는, 그렇게 매사에 걱정없는 듯, 느긋한 듯 게으른 듯한 그애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을 말해 줬다.

언제까지 공장에서 이런 싸구려대우 받으며 살거냐, 나는 이미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긴 하지만 너도 굳이 식품공장에서 젊음을 소진할 필요는 없지 않냐, 너도 공장 다니며 힘들게 공부했으니 현장실습도 얼른 끝내서 가능하면 네 동생처럼 사회복지사로 일해 보는게 좋지않겠냐, 넌 아직 젊기 때문에 나보다 훨씬 유리하지 않냐, 너랑 나랑 같이 이력서를 낸다면 누굴 뽑겠니, 너라면?

그후, 그 아이도 현장실습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몇몇군데 실습처를 찾아보다가 쉽지 않은 듯, 내가 선택한 ◉◈▣노인주간보호센터서 함께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안될 것은 없었다. 실습비가 다른 기관들보다 터무니 없다고 느껴질만큼 비싼게 문제였고, 그 점에 불만이 없다면.

결국 그 아이는 나와 함께 실습을 시작했고 조금 유리한 조건에서 과정을 시작했기때문인지 실습기간도 짧게 끝냈다.



알고보니 많은 복지시설들이 실습생을 받지 않기때문인지, 그곳 ◉◈▣노인주간보호센터 주중이나 주말에 늘 실습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어머니가 빨간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엄청 많아서 주중에도 하루종일 수발을 아주 잘 들어준다는 얘기를 종종 하셨었다.

내가 실습을 시작하던 4월 무렵에도 실습생이 이미 여럿이었다. 문득, 이 기관은 실습생들로 장사를 하는 것같은 느낌도 들었다. 실습생 한 사람당 30만원씩 10명만 받아도 대체 얼마냐, 싶었다.

그렇기에, 나로서는 본전생각 나지 않도록 사회복지 현장의 상황에 대해 정말 제대로 잘 배우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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