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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Dec 06. 2021

D-나의 범죄경력

_실습을 위한 필수조건

사회복지 현장실습을 위해 갖추어 제출해야 할 서류는 이렇다.

1.실습신청서

2.실습생 신상카드

3.실습현장 의뢰회신공문

4.노인학대/범죄경력조회회보서


적지 않은 실습비를 지불함으로써 일종의 계약을 맺은 다음으로 이와같은 서류들을 갖추어야 했다.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서류들 가운데 4번 항목 범죄경력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심리는 알듯 모를 듯한 긴장을 느끼게 했다.

혹시 나만 모르고 있던 뜻밖의 범죄경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게 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35조의 2제2항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에는 시설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은 근무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이런 내용이 있지만, 실습생의 범죄경력조회에 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다만 지자체별로 장기봉사자, 실습생, 아르바이트생 등 시설에 장기적으로 상주하는 인력에 대하여 일종의 예방차원에서 범죄경력조회를 진행하는 것같다. 사회복지기관의 범죄경력조회는 기관 종사자가 필수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조회서 제출을 거부한다면?, 하는 의문도 들었으나 목마른 사람은 실습생이니 우물을 파라면 파고 벽돌을 찍으라면 열라게 찍을 밖에 수가 없다. 그럼에도, 범죄경력이니 노인학대전력유무를 확인하는 절차는 괜히 사람을 쫄아들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노인학대전력유무에 대한 점검 또한 노인복지시설종사자의 경우라면 필수적인 절차라고 생각되었다.


뜻밖에도 조심스러운 심정으로, 위태로운 구름다리를 건너기라도 하듯 더듬거리며, 실습생 전담관리자가 알려주는  범죄경력조회시스템(https://crims.police.go.kr/main.do)에 접속하여 마침내 깨끗한 나의 범죄경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게 뭐라고, 괜히 나쁜 짓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도 사람을 괜히 위축시키는 절차인 것은 틀림없었다.

실제로 노인학대/범죄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와 같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사회복지시설에의 접근을 스스로 꺼리도록 만드는 기능 또한 있는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력조회 자체가 법적인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작정하고 감추려 한다면? 과연 완벽하게 범죄경력자를 걸러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만에 하나'라는 의문도 들었다.




서류가 갖추어지고 160시간의 실습준비도 마무리 되어갔다.

실습은 2021년 4월10일부터 6월13일까지 매주 토/일에 8시간씩 이루어지게 된다.

실습 시작 당시는 더팩토리_D 퇴사(4/30퇴사) 전이었고 나는 여전히 그 곳에서 막바지 정신적 고초를 겪고 있었다.


하루 8시간씩 주5일 더팩토리_D에서 일하고 주말 이틀동안 쉬는 시간이 근로자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는 생산직근로자_월급생활자의 삶에 들어가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전까지는 이른바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늘 집안에서 먹고 자고 살림하고 시어머니를 수발하거나 강아지 돌보고 글을 쓰는 일을 하거나 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휴일이나 휴가에 대해 특별한 개념이나 의미가 없었다.

아무 때나, 일이 있으면 일하고 일이 없으면 무한정 쉬는 패턴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물론, 그 당시에도 나는 나름대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는 했다.

이를 테면, 1994년 즈음부터 시작된 수영을 꾸준히 이어왔는데, 새벽 6~7시의 자유수영 습관을 주3회 이상 유지하고 있었다. (노환때문에 수영을 그만두기 전인 2018년까지는 어머니도 늘 함께 다녔었다. 그 뒤로도 오래 이어진 생활의 리듬을 깨지 않기 위해 혼자서도 계속 했다. 그러한 부지런함이나 꾸준함 등의 성향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틀림 없다.) 그것은 내가 수영을 아주 좋아하고 무척 즐겼기에 가능했을 수도있다. [이에 관한 잡설은 <그만두어야할 때를 아는 것1>에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somehow/121]
코로나가 막 번지기 시작하자 본의 아니게 일단 멈춤을 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수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가끔, 남편과 휴가를 갈 때만 수영장시설이 좋은 숙소를 찾아 지치도록 수영을 하는 정도로 아쉬운 해갈解渴을 할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완전히 코로나가 물러난 뒤에나 다시 수영장에 돌아갈 생각이다.

그러나, 정식으로 취업하여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직장건강보험 가입자의 신분이 되면서 주5일 하루 8시간의 쉽지 않은 노동 끝에 주어지는 주말 이틀동안의 휴식은 그야말로 황금보다 값지고 소중한 것임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더팩토리_D에서의 마지막 시기였던 가장 혹독했던 겨울을 지나며 몇 번인가 토요일인가 일요일 근무를 한적도 있었다. 노동력과 근로시간대비 정해진 시한까지 물량을 도저히 맞추기 어려운 때, 노동력 충원요청은 무시한 채 무조건 물량을 채우라는 일방적인 사장의 지시는 황금보다 귀하고 꿀보다 달콤한 주말의 소중한 휴식의 반납을 의미했다. 물론, 객관적 사실만 놓고 본다면 사장은 한번도 제 입으로 주말에 나와서 일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었다. 그냥, 물량을 못맞추면 주말에도 일할 수 있겠죠...라는 식으로, 니들이 잊고 있는 것같아서 알려준다는 듯 운을 뗄 뿐이었다. 등떠밀리 듯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주말 하루를 8시간동안 추가로 일하고 나면 밀린 집안일을 하기에도 지친 몸을 쉬어주기에도 결코 충분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10주 동안이나 주말을 몽땅 반납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걱정스러웠다. 그러다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정말로 그럴만한 가치는 있는 것일까,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들끓었다. 그러나 일단 출발한 이상 끝까지 가보기는 해야 할 것같았다.



필수 제출 서류도 끝나고 실습 첫날이 다가왔다.

첫 날은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 했다.






|참고:범죄경력조회시스템/노인학대범죄경력조회에 관한 근거

노인관련기관의 설치 신고.인가.허가 등을 관할하는 행정기관의 장은 노인관련기관을 운영하려는 자에 대하여 본인동의를 받아 노인 학대 관련 범죄경력조회를 관계 기관이 장에게 요청하여야 함(범 제39조의 17 제4항)

노인관련기관의 장은 기관에 취업 중이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 중인 사람 또는 취업하려 하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려는 사람(이하“취업자 등”)에 의하여 본인의 동의를 받아 관계기관의 장에게 노인학대 관련 범죄 경력 조회를 요청하여야 함(법 제39조의 17 제 5항)

취업자 등(추가)이 노인학대 관련 범죄경력조회 회신서를 노인관련기관의 장에게 직접 제출한 경우에는 노인학대관련 범죄경력조회를 한 것으로 간주함(법 제39조의 17 제 5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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