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인계차 그전에 오전 3시간정도 미리 일해본 것까지 합쳐봐야 H주간보호센터에서 머무른 것은 총 40시간도 안 된다....
이번처럼 빠른 결단을 내린 적은 또 처음이었다.
그 와중에도 워크넷에서 집 근처의 사회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를 구하는 공고를 발견하고 문의를 했었다.
먼저 메시지를 보내어 신입도 지원가능한지 물어보니 이력서를 메일로 보내주면 확인하고 연락를 하겠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경력 없음,이 장애가 된다는 사실은 심적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부질없는 희망을 갖느니 신입은 안 된다고 하면 아예 지원도 하지 않을생각으로 문의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메일을 보내라 하기에 곧장 메일을 보냈다.
그후에, 연락이 곧바로 오지 않았고, 또 나는 생각했다. 신입인 건 그렇다치고 이력서의 나이를 보니 또 안 되는가 보구나...하고.
그렇게 실의에 빠질때 쯤 뜻밖에도 연락이 왔다. 5/9일 오전에 면접을 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놀라고 반가웠다.
분명히 나이를 확인하고도 면접을 하자는 것은, 적어도 일말의 희망은 가져도 될지도 모르겠다고.
H주간보호센터의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보니, 메시지가 와있었다.
미안하지만 다음 기회에 연락하겠다는 것, 그러니 면접은 취소가 된 것이다.
나는 몹시 실망했다. 아주 작은 희망 하나가 또 꺼져버린 기분이었다.
아예 기대를 하게 만들지나 말 것이지, 면접을 하자고 할 때는 언제고 금세 취소를 하겠다니...한숨만 나왔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이 현실일 지도 몰랐다.
역시 아무래도 나이가 걸림돌일까, 추측컨대, 나보다 더 젊은 지원자가 등장했기 때문이 아닐까.
세상 일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되는 것이 있고 안되는 것이 있다...뻔한 깨달음.
지금, 내가 도전해보려는 사회복지사 직종이 그런 것 같다.
요양보호사 직에서는 의외로 내 나이는 젊은 축에 속한다고 했으나 해낼 자신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저 위안을 삼아 보자면, 한번 도전해 보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는 사실 정도.
지금 내가 막연히 선망하는 직업으로서의 사회복지사도 희생이나 봉사정신이 지극히 박약하고, 지독히도 이기적인 나같은 사람으로서는 어찌어찌 취업에 이른다 해도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도망치는 것은 아닐까.....
이제 나는 아직 남아있는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어쩌면 끝까지 다 채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 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아마도분명한 것은 n번째취업도전은 성공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나는 어느새 아득한 허허벌판 위 눈먼 떠돌이처럼, 방향을 잃어버린 채 머리 위를 어지러이 날으는 까마귀떼 울음소리에 정신을 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