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29일, 나의 B제약 수습기간이 종료되었다.
그로써 정직원으로서의 근무기간이 진짜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B제약의 2분기 전체 회식 일정이 잡혀있었다.
5월30일 첫 출근을 시작으로 낯설고 새로운 일터에서의 근로는 고단하고 그런대로 달콤하다.
사장과 전무, 이사를 비롯하여 생산직 동료들과의 일상 또한 단지 신입으로서 적응하고 녹아들어가야 할 당연한 과정일 뿐이다. 나는 일부러 수습기간이 끝나기를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지 않았다.
맨 처음 생산직 근로의 세계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하루하루를 지나는 일은 마치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과정처럼 힘겹고 고되기만 했었다. 그래서 언제 일주일을 채우나, 또 한달을 언제 채우나...하는 막연함과 막막함 속에 스스로와 싸워야만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나는 헤아리지 않기로 했다.
그냥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나갈 뿐, 언제 일주일이 가는지, 한달이 가고 월급날이 돌아올 지에 대해서는 손꼽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시간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어 땀이 나도록 작업을 할 때면, 흘러가는 시간에 비례하여 반대편 팔레트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생산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시간은 그토록 촘촘하게 환전換錢되는 것이다.
그것은 오래전, 가끔은 시간이 남아 흘러넘쳐서 낮잠을 자거나 티비 앞에서 빈둥거리거나, 혹은 글쓰기를 핑계로 켜놓은 모니터 앞에서 공허노동으로 시간을 탕진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마치 수습기간 종료를 축하라도 해주듯, 마련된 전체 회식자리에서 수습직원인 나에게도 말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처음 입사할 때의 생각을 사람들 앞에서 실토했다.
저는, 이곳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죽기 전에는 절대 안 나갑니다! 그리고 아직 초보라 서투르고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시면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다소 과격하고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더이상의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보다 더 단단한 각오覺悟를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진심으로 나는
오늘 하루하루를 헤아리지 않는 것처럼,
떠날 날을 꼽지 않기로 했다.
이곳이 나의 마지막 일터가 되기를 바라고, 컴퓨터에 저장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더이상 수정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처럼 내게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흐르는 물처럼 흘러가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것이 마지막 취업도전 스토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나름대로3부작을 마친다.
인생은 길고, 나는 스스로 선택한 월급생활자로서의 삶에 만족한다.
그럼에도 나의 하루하루는 언제나 가장 열렬하고 무모한 도전이다.
++++나름대로 3부작(브런치북): 가장 열렬한 하루/ 더팩토리_D, 747일간의 기록/ 가장 열렬한, 취업 도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