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거동이 자유롭지 못해 멀리 가기도 그렇고...그렇다고 종종 가보았던 집근처의 멀지 않은 곳은 너무나 익숙하여 지루할 뿐더러 진정한 나들이의 느낌도 나지 않을 듯.
하여, 인천 쯤...멀지 않고 탁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적당한 포인트를 알고 있는지 주위에 문의한 끝에 알게된
마시안해변?
그래, 이번 휴가의 하루는 어머니와 남편과함께 인천 마시안해변이란 데를 가보자.
12일, 딱맞춰 비도 안오고 햇볕 내리쏘는 화창한 여름날씨다.
오랜만에 운전하는 남편,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어가며 인천까지 1시간남짓한 거리를 주행한 끝에 도착했다.
가는 길은 가끔은 막히는 구간도 있으나 쭉 뻗은 도로는 한산하다.
인테넷 검색으로 마시안해변의 수많은 카페들중에서 브런치메뉴가 있는 한곳으로 정하고 도착했다. 일찍가서 일찍 돌아오라는 팁을 들고 갔기에 일찍 도착하여 브런치를 먹을 생각으로 우리는 아침식사도 거르고 부랴부랴 오전 9:30즈음 출발하였으나 안전운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남편덕분에 거의 11시가 다되어 도착.
10시부터 문을 여는 탓인지 카페의 2층, 그나마 전망이 좋아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리는 이미 거의 만석이다. 딱 한자리가 남아있어 다행히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바다는 바다인데, 우리가 꿈꾸고 그리며 달려간 그 바다는 아니고.....물 다 빠져서 누리끼리한 갯벌만 드러난...
울엄마, 여기 뭐 볼게 있다고 한시간이나 걸려서 왔느냐며 시작부터 불만이시다...
하긴, 누가봐도 물빠진 바다는 그리 재미가 없다.
그렇더라도 멀리 보이는 수평선 위에는 거뭇한 형체로만 보일지언정 배들도 떠있고 그림같은 흰구름 떠있는 먼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아닌가...
어쨌거나 도착하자마자, 아침 겸 점심으로 브런치메뉴를 시켰는데...울엄마 이 또한 맛이 없다며 툴툴...대는 게 어린아이 투졍부리기 저리가라다.
그날의 브런치
그러면서 온종일 저렇게 물다빠진 갯벌바닥만 실컷 보다 가겠구나...난 신나는 공연도 하고 재미있는 놀이기구도 있는 그런데 가는줄 알았지...막 신나는 그런곳.하신다.
티비에서 인천하면 흔히 보여주는 월미도의 요란벅적지근한 풍경을 연상하고 따라나섰다니, 어머니가 그토록 실망하신 이유를 알겠다.
그러나 어쩌랴, 내가 생각한 휴식은 이런 것,
넓게 확 트인 바닷가에서 따가운 햇볕에 살갗이 익도록 늘어져 뒹굴며 무료하도록 한가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
한편으로, 어머니의 성향을 단적으로 알게 하는 저 말씀에서 아직까지도 팽팽한 생의 집요한 의지를 느낀다.
브런치 먹고 차 마시고 물빠진 바다 저 멀리로부터 조금씩 물이 들어오는 광경을 눈여겨보기도 하고 우리의 한가한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뒤 느긋하고도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기로 한다.
마시안해변 물때 시간을 조회해보니 오후 5시가 넘어야 만조가 된단다. 그렇기 때문인지 아주 조금씩 천천히 스물스물...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오후 5시쯤이면 저 바다 가득 출렁이는 바닷물을 볼 수 있겠으나 이제는 우리가 돌아가야 할 시간.
해변이라길래, 처음 갈때는 어머니도 조금쯤 거닐어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가끔 물빠진 갯벌로 주황색양동이를 한손에 든 사람들이 한두 명 조개캐기라도 하러 들어갔다 나오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마시안해변은 해수욕장같은 모래사장은 없는, 그래서 멀리 앉아서 그렇게 바라볼 수만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