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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Oh My Life

문득 나선 가을,

_그곳에 가다

by somehow

10월 들어 맞이한 연휴, 이틀째_10월2일.

회사에서 누군가에게 추천받은 장소가 궁금했다.

아침부터 날은 흐리고 빗방울도 날리고 해서 갈까말까 한동안 고민하다가

남편을 일으켜세운다...


우리 한번 가볼까?


짧게 스치듯 지나갈 이 가을 드라이브에 나선다.


달리는 길가에 가을을 맞은 코스모스가 종종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곳 코스모스 군락지_빗방울 뿌리는 흐린 날씨에도 이끌리듯 사람들이 모여들어 저마다의 추억을 만들고 있다.


마침내 도착한,

"ㅇㅊㅎㄱ"

무슨 카페니 하는 폼나는 이름도 아닌 그곳은 뜻밖에도 이미 사람들로 북적인다.


흐린날씨에도 차들이 붐빈다 했더니 다들 나만큼 호기심을 안고 이 먼 변방까지 찾아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구나...


오래된 김치공장을 리모델링 하여 2020년 8월에 오픈했다는...
"ㅇㅊㅎㄱ" 근처의 코스모스 군락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가 제대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오늘까지 하루를 꼬박 넘기며 계절을 재촉한다.


계절은 어김없이 시간을 관통하여 흘러가고 다시 마주치는데, 흐드러진 가을 길목에서 나는

아직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는 구순 노모와,

그런 어머니를 돌보는 수고를 떠안은 언니에게는

이번 가을을 편히 느낄 여유가 없으려니 싶어 송구한 마음 가득하다.

.

.

.

다음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에는 엄마를 보러 가야지.



실은, 어제 오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며칠 전에야 처음 겨우 밥 한그릇을 다 드시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들은 뒤였는데, 어머니의 음성은 바닥이 뚫린 항아리에 쏟아지는 물소리처럼 공허했다.


_엄마, 내가 지금 갈까?

_아니...너무 멀어서 자주 오라고는 못하겠네. .하신다.


당장 달려오라는 말씀보다 어쩐지 마음에 사무쳤다.


나는 당장이라도 달려갈 수 있었는데,

지난주에 다녀왔기에 한 주 걸러 다음주에 가기로 언니와 했던 약속때문에 집에 있었던 것 뿐인데...


_그럼, 담주 토요일에 꼭 갈게.

_...그래, 너 아픈건 괜찮냐...걱정스럽다...하신다,


생각처럼 몸이 회복되지 않아 혼자 자유로이 거동하지 못하는 탓에 큰딸에게조차 짐이 될까 조바심인 어머니는, 그런 와중에도 당신의 고통보다 아직 젊은 딸이 아플까봐 더 근심하신다.


_응...난 이제 괜찮아. 엄마, 밥 잘 드시고 기운 내자! 엄마, 보고 싶어!


그리하여 나는 오늘밤, 당신의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 나의 손을 잡고 우리집으로 어서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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