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Dec 28. 2022

죄책감과 자괴감

_결핵환자의 소회

2022.12.28

어제 새벽 5:30

오늘 새벽 5:30

|--->약 복용 이틀째다.

의식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눈은 조금, 안그래도 모니터를 오래 들여다보거나 폰화면의 깨알같은 글씨를 오래 해독하려하면 피로감을 느끼는 정도가 심해지는 것만 같다.

약물 부작용중에 시력감퇴를 가져오는 것이 있다고 했다. 증상은 시야가 좁아지고 색맹처럼 색 구분이 어렵고 어쩌고...설명해줬었는데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무튼 눈이 침침해진다는 것이었다. 이미 지금도 충분히 침침한데 말이다.... 또 어떤 약은 두드러기처럼 온몸에 올라오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아래 사진은 병원의 결핵전담간호사에게 받은 안내문으로, 결핵에 동원되는 약의 종류를 총망라해놓은 것같다. 어제 올린 복용약 사진은 현재 복용중인 약들에 대한 안내-약국에서 처방전과 함께 주는-이다.

대체로 모든 약들의 공통된 부작용은 간독성이다.

그래서 병원에 갈때마다 피를 뽑아 간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정도가 어느정도인지 측정하여 약의 종류를 바꾸거나 가감하는 모양이다.


결핵치료제의 종류와 부작용


어제 오후에는 전날 받은 보건소의 안내에 따라 남편과 어머니가 검사를 받으러 갔다.

그리고 오늘오전에 결과를 통보받았는데, 당연히 다행히 정상이었다.

남편은 보건소에서 결핵환자에게 지급되는 구호(?)물품같은걸 받아왔다.

종류는 '뉴케어_미니'라는 이름의 단백질보충제 2박스, 에너지바 한봉지, 비타민 B군보충용영양제 4통, 손소독용티슈 소형4개, Kf94마스크수십개까지...


단백질보충이 중요하단다. 단백질보충음료는 다행히 먹을 만해서 꾸준히 먹어볼 생각이 든다.

결핵이 과거 못먹고 못살던 시절의 질병인 만큼, 결국 나역시 어떤 이유로 못먹어서? 병이 생긴 모양이다.

나의 결핵 발병원인으로는 짐작하건대 궤양성대장염으로 인한 면역억제제 투여, 그로 인한 면역력 부족과 2020년 겨울즈음부터 시작된 '대충먹기, 혹은 거르기' 식의 불량한 식습관으로 인한 급격한 체중감소때문인듯. 체중감소와 면역력약화와 영양 불균형이 이어지다 보니, 그때 어디선가 감염되었거나  혹은 아주 오래전 몸 속에 숨어있었으나 활동하지 않고 있던 결핵균이 깨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어제 새벽 언니도 전화해서 이런다.

"결핵은 못 먹어서 생기는 병이야."

아하하....먹을 게 차고 넘치는 지금, 나는 왜 못 먹었을까...

스스로 되돌아 본다...직장 일에 틀림없이 지쳐가고 있었다.

만만하게 여겼던 비타민공장의 포장 작업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매일 십수킬로그램의 완제품 포장박스를 들어올려 쌓거나 포장에 쓰이는 제품들을 담아 이동할 때 쓰는 노란색 플라스틱으로 된 바구니도 하루에 수십개씩 들어 쌓아올려야 했다. 처음엔 그일도 별로 힘든 줄 몰랐다. 사실 그 정도야 생산직이면 다 하는 일이라고 여겼으니까. 그러나 나자신 체력이 계치를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인지 하루하루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심해져갔다.

나는 그래서 살기 위해, 그곳을 벗어나기로 결심했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근처 식당에서 먹는 점심도 반찬이 너무나 최악이어서 거의 밥만 먹을 정도로...먹겠다고 접시에 담아다가도 1/3이상 남겨 그대로 잔반통에 쏟아버리곤 했다.  집에서도 반찬 만드는일이 귀찮았다. 국이나 찌개정도만 겨우 내손으로 해먹고 반찬은 거의 없이 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사먹는 반찬은 왜 입에 안 들어가는지...알 수 없어서 반찬을 사다먹는 것도 한두 번하다가 때려치운지 오래였다.


걱정스레, 못먹어서 생긴 병이라는 언니의 말에 나는 앞으로는 일단 잘 먹어볼 생각이다.

어제부터, 언니의 조언대로 쇠고기를 구워먹었다. 매일 조금씩 고기를 먹어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혹 그러다 지방까지도 덩달아 과다섭취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일단은 단백질 섭취에 매진해야겠다.


오늘 아침 보건소에서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 딱 5일 다녔던 그 식품회사 이전에 다닌 회사에 대해서도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12/5일에 객담검사를 의뢰했는데 그로부터 3개월이전까지 근무한 회사도 조사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나는 다시 또 눈앞이 캄캄했다.


열렬한 시도끝에 마지막 직장이 되기를 희망하며 들어갔던 그 비타민회사를 나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6개월만에 뛰쳐나왔는데, 그중 3개월이 역학조사기간에 포함된다니...지금 그곳에서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을, 한때 나의 동료였던 그들은 보건소관계자를 통해 듣게되는 나의소식에 어떤 심정일 것인가. 나는 또 다시 미안하고 죄스러운 심정에 사로잡혔다.

내가 의도한 것은 결코 아니었으나 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게되다니...

내가 그곳을 떠날때 나를 끝까지 붙잡으며 몇번이나 다시 돌아오라고 하시던 전무님께 가장 미안스럽다.


죄책감,

그것은 아마도 결핵환자로 확진된 이후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임에 틀림없다.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를 끼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자괴감,

한편으로는 그들이 나를  생각할 때, 그전까지의 다른 이미지는 다 지워진 채로 '단지 결핵환자, 언젠가 자신들에게 결핵을 옮겼을지도 모르는 불결한 존재'로 각인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결핵탐구2.              

|진단/검사
2주 이상 지속되는 호흡기 증상 및 전신 증상이 있는 경우 결핵을 의심하고 진단적 검사를 시행한다. 특히 환자가 결핵에 감염될 수 있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강력히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우선 결핵균의 감염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tuberculin skin test) 또는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IGRA: interferon-gamma release assay)를 시행할 수 있고, 활동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X선 촬영을 시행하고, 결핵균을 확인하기 위한 객담 도말검사 및 배양검사를 시행한다. 이러한 초기 검사의 결과가 결핵을 진단하는 데 부족한 경우 환자에 따라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CT), 기관지내시경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빠르고 정확한 핵산증폭검사(PCR)을 통한 결핵균 검사 등이 도입되었으며, 일단 결핵이 진단되고 나면 배양된 결핵균에 어떤 약이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약제 감수성 검사, 검출된 균의 결핵균 여부를 확인하는 균 감별검사 등을 시행한다.          
|결핵균 검사
결핵균 검출은 결핵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통적으로 항산균 도말검사와 배양검사를 사용해 왔으며, 객담을 최소한 3번 이상 뱉어 시행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핵산증폭검사(PCR)을 통해 객담 내 결핵균에 존재하는 DNA를 검출하여 결핵을 진단하는 방법이 확립되어 사용되고 있다.

배양검사는 가래뿐만 아니라 뇌척수액이나 흉수, 농양, 조직 등에서 얻은 검체로도 시행할 수 있다. 배양을 위한 배지로는 고체 배지와 액체 배지가 있으며, 결핵균은 그 특성상 배양에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대개 8주까지 배양 결과를 확인해야 하나 배양 양성은 3-4주 정도에 가장 많이 나온다.
배양검사에서 균이 자라면 항산균 염색을 통해 결핵균의 여부를 확인하는데, 최근에는 결핵균의 확인을 위해 핵산증폭검사 등의 분자생물학적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감별된 결핵균에 대한 약제 감수성검사가 시행된다.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CT)
임상적으로 의심은 되나 흉부 X선 검사만으로 결핵의 진단이 힘든 경우에 전산화 단층촬영(CT)이 유용하다. CT는 오래된 섬유화 병변과 새로운 활동성 병변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특히 소세기관지나 소세기관지 주위의 병변은 결핵이 시작됨을 특징적으로 보여준다('tree-in bud' pattern). 그 외에도 CT는 공동, 흉곽 내 림프절 병증, 좁쌀 결핵(결핵균이 피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가 여러 장기에 염증을 일으킨 상태로 마치 좁쌀처럼 미세한 병변이 전신에 나타나는 것), 기관지 확장증, 기관지 협착, 흉막 질환을 진단하는데 민감도가 높고 결핵종 내의 석회침착 여부 판정에 특히 유용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결핵 [Tuberculosis]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매거진의 이전글 결핵약을 받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