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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Feb 03. 2023

변명辨明, 오로지 나를 위한

_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적당한 헛기침이 필요해 보이는 순간이다.

어-흠!

나름대로 3부작이라 명명하며 마무리지었던 그 3번브런치북:가장 열렬한, 취업도전기를 끝으로 나는 더이상 취업시장을 기웃거릴 일은 없으리라 다짐했던게 불과 6개월 전이다.

바로 한치 앞의 일도 모르면서, 감히, 무모하게도 나는 그렇게 허튼 장담을 호언했다.

그래서 다시 정색하고 흰 여백 앞에 앉은 지금 나는 참 부끄럽다. 그 구누도 아닌 나자신에게.

그럼에도 나는 뻔뻔하게 얼굴을 씻고 앉아 요기 베리의 저 말씀을 떠올리며 지나간 6개월여 시간의 나를 고백해야겠다. 


그야말로 끝날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니까.


나의 무모하고 대책없는 도전이 끝이 나려면, 그러니까 내 삶이 끝나야 진짜 끝이 아닐까 말이다.


1. 뼈를 묻을 때까지 다녀보겠노라고, 누가 시킨 적도 없는 말을 방언이라도 터진 것처럼, 비타민회사에 들어가자마자 떠들고 다녔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왜 그러고 다녔나 싶다.

그만큼....나는 정착하고 싶었다. 

적당한 수준을 갖춘 적당한 생산시설에서 내가 감당할 만한 수준의 일이라면 얼마든지 나의 남은 생을 투자하고 싶었을 뿐이다. 

지난해 실업급여수급기간이 끝난후 몇번의 탐색끝에 획득한 비타민공장의 내 자리는 그래서 보석처럼 소중했다. 가능하면 10년씩 된 고참들과 사이좋게 열심히 일하며 소박하게 늙어가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나의 소박한 바람은 뜻밖에도 너무나 쉽게 사위어갔다.  


첫번째 실망의 단서는, 국민연금 체납.


어느 직장이든 취업이 되면 기본적으로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가입이 이루어진다. 그 비용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때문에 월급여를 받으면 4대보험명목의 액수만큼 차감이되는 것을 확인할 수있다. 그로부터 근로자는 당연히 나의 4대보험도 꼬박꼬박 불입되고 있으려니하고 안심하게 된다. 나역시, 나와 함께 근무를 시작한 10여년 아래의 동료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우리는 이 회사가 '국민연금을 상습적으로 체납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존 직원들에게 전해듣게 되었다. 

그순간, 나는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어쩌다 한두 번이라도 어이없을 것을 상습 체납이라니...

아주 예전부터, 그 회사는 기본적으로 3개월치 국민연금을 체납중이었다. 

우리가 입사한 5/31일이후 6월분부터 불입되어야 할 국민연금을 예로 들자면 6.7.8월 3개월이 지나도록 십원 한푼 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9월 들어 어느날 집으로 국민연금 3개월치가 밀렸다는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나의 동료외에도 두어명의 타정실 남자직원들도 그런 안내문을 난생처음 받아들고는 어리둥절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물론, 입사후 얼 마지나지 않아 회사가 전직원의 국민연금을 체납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도 무척 당황스럽기는 했으나...막상 빨간색 안내문을 받아들자 분노게이지가 치솟았다. 


그 일로 남자직원 한사람이 이의를 제기했고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우리는 모두 싱숭생숭한 분위기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뜻밖인 것은, 무려 10년, 9년씩 다니고 있는 직원들은 국민연금 상습체납이 마치 남의 일인양, 혹은 별일 아닌양 무덤덤한 반응이라는 점이었다. 

그들의 논리는 이랬다.

"그동안에도 아예 안내는 것은 아니고 계속 3개월씩은 체납상태이면서도 불입은 하고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회사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 것뿐이다. 예전에는 월급도 몇달씩 밀렸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월급은 안 밀린다...."

그들은 이미 회사와 한마음 한뜻 일심공동체가 되어 있었다. 

3개월 밀렸다가 4개월째가 되면 한달치를 불입하는 식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기다리면 결국은 다 해결될테니까 이해해야 할까? 


그렇게 회사가 어려운데, 사장님 사모님인 이사님은 하얀색 때깔좋은 벤츠를 씽씽 몰고 다니실 뿐더러, 근속 10년부터 5년까지의 터줏대감 생산직들에게는 무슨무슨 팀장이라는 명목으로, 그중에는 실제로 전혀 팀장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려운 직원에까지 매달 20~3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소속되었던 포장실 인원 9명중 4명이 각각 무슨무슨 팀장인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오래된 직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안는 일에는 돈을 허투루 쓰면서, 정작 사용자로서 지켜야 할 의무인 국민연금을 체납하는 것에는 아무런 도덕적 책임감따위는 없는, 그냥 기다리면 언젠가는 다 채워질 것인데 뭘 그렇게 조바심내느냐는 회사의 태도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아무튼 9월쯤에 그렇게 국민연금 체납이라는 민낯이 처음 신입들에게 밝혀지자, 회사는 허겁지겁 그사태를 해결하는 시늉을 하기는 했는데....




_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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