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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Feb 16. 2023

고막을 찢는 소음에 대처하는 법

_다 갖춘 일자리는 없는 것일까

아차, S제과이전에 면접을 보았던 한군데를 빼먹었다.


물티슈를 제조 하는 곳다.

앞서 다녔던 비타민공장과 비슷한 지점에 있으나 집에서부터의 거리로 따지면 조금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근처 공단의 안쪽에 위치했다.


물티슈.

그냥 물티슈도 아니고 식당에 가면 하나씩 받아사용할 수 있게 1개씩 낱개 포장되어 나오는 식당용 물티슈. 가볍고 냄새없고 깨끗하고 먼지도 없을 것같았다. 워크넷에서 공고를 확인하고 전화를 하고 곧장 달려갔다. 거리가 좀 먼것이 흠이긴 하지만 된다면야....하는 생각으로.

면접관은 현재는 물티슈를 플라스틱원료로 생산하는데 앞으로 펄프재질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펄프는 원재료가 비싸기는 하지만 환경을 생각해서 그렇게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인원충원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대화를 하다가 면접관은 내가 일을 할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현장을 보여주었다. 사무실로 쓰는 조립식건물 옆에 좀더 커다란 생산동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느낌을 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였으나, 막상 생산동 안으로 들어가자 소리가 들렸다.


점점 더 안으로 들어가 다시 문 하나를 열고 들어서자 서너대의 기계에서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소리가 작업장 안에 가득했다.

귀를 틀어막고 그대로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크고 둔탁한 소리가 정신을 멍하게 했다.


각각의 기계는 물티슈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그 끝에는 작업자가 한명씩 붙어서서 마지막으로 비닐포장에 담겨져나오는 납작한 물티슈를 잡아모아 갯수를 세어 상자에 넣으면 되는, 참 쉽고 단순한 일이었다.

일의 성격과 노동강도에 대해 감은 잡았으나, 귀를 때리는 소음때문에 짜증이 치밀 것만 같았다. 속으로 한숨을 쉬며, 한시도 지체하고 싶지 않은 공간을 빠져나왔다. 이런데서 일을 한다고?...하라고...?

와, 너무 시끄럽네요...?

현장을 보여주는 공장장같은 분에게 묻자,  자신의 귓구멍에서 귓마개를 꺼내 보여주며 말한다.

귀마개를 하면 좀 낫습니다.


귀마개. 

예전 마스크공장에서 일할때가 생각 난다. 마스크 공장의 소음도 장난이 아니다.

마스크도 각각의 기계를 거치며 하나씩 완성되어 쏟아져나오는데, 원단이 들어가서 입력된 디자인 대로 마스크 모양을 만들어내는 단계에서 레이저가 사용된다고 했다. 그 레이저소음은 삐- 하는 고주파음이었는데 신경을 몹시나 자극하는 소리였다. 거기 더해서 기계가 돌아가는 전과정에서 철커덕거리는 소리까지 합쳐져서 그 곳역시 하루 종일 대단히 시끄러운 작업장이었다.

처음 멋모르고 알바를 하러왔던 사람중에는 너무 시끄러워 인간이 일할 곳이 아니라며 돌아간 경우도 있다.

나역시 처음에 크게 당황스러웠으나 대부분의 작업자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같아 의아하기도 했다.


나는 그곳에서 버티기 위해 귀마개를 사용했었다. 

처음엔 문구점에서 파는 주황색의 그 흔한 것을 착용했으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후 인터넷검색을 통해 작업용 귀마개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중에서 너무 비싸지도 않고 적당할 것으로 보이는 것을 구입해 사용했다.

귀마개는 그것을 귓구멍에 꽂으면 소음이 완전 차단되는게 아니다. 거슬리는 고주파음과 철컥이는 기계음 등을 조금 무디게 해주는 정도이다. 소음차단을 기대하고 귀마개를 한다면 실망할 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또한 귀마개는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다소 줄여줄 뿐 주위의 말소리 등은 그대로 들을 수 있다. 마스크 공장에 다니는 동안 나는 귀마개를 사용하는데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귀마개를 한 채로 집으로 돌아오기도 할 정도였다.


아무튼, 식당용 물티슈 공장에서 돌아오면서 나는 갈등했다.소리가 너무 커서, 귀마개를 한다해도 기본적인 정신없음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견디면서 일을 해야 할까...

면접관은 사실 면접내내 내 학벌 대비 작업능력에 의심을 표했다. 그래서 내가 충분히 느낄만큼 나를  뽑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결국, 나는 취업에 실패했다. 연락해준다더니 연락이 없었다. 가볍고 깨끗하고 냄새없는 그 일자리가 아깝게 느껴졌으나 동시에 고막을 터뜨릴것처럼 막강했던 소음을 생각하면서 차라리 잘됐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정확히 헤아리자면 몇 군데일지 알수도 없을만큼 더많은 곳에 전화를 걸었었고 면접을 본경우만도 5~6군데정도 되는 것같다.


그끝에 운명처럼 나타난 식품업체 S제과.

12월 초, 화장솔업체에서 뛰쳐나온뒤 식품업체 밖에 갈 데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스런 생각에, 보건증을 다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보건증 만료기간은 4월이지만, 지난해 비타민공장에 입사당시 보건증을 위한 엑스레이 검사 결과 (비활동성폐결핵이라는 판단이 나옴) 문제가 있었던게 생각났다. 그래서 시간이 있는 이참에 확실해 두자는 생각에, 그때 진료를 받았던 대학병원 호흡기내과에 찾아갔다.

주치의는 객담배양검사 등을 시행하면 폐결핵의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으니 시도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오케이했다.

당연히, 내가 무슨 폐결핵에 걸렸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날이 12월5일이었다.

객담배양검사는 가래를 두 달 동안 배양하여 그 속에 들어 있을지 모르는 균을 키워서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내 가래 속에 결핵균이 있다면 이번에는 분명히 나올 것이고 그게 아니면 그 역시 확실하게 밝혀질 것이었다.

검사의뢰를 해놓은 상태에서 결과는 두 달 후에나 나온다니, 까맣게 잊은 채로 나는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12월15일, S제과의 면접에서 취업이 된 것이다.



12월 19일 첫출근을 시작했다.

꼬불꼬불 시골길 같은 이상한 길을 따라들어간 그곳에서 건물은 허술하지만 하게될 일이 바게트에 마늘소스바르기정도이며 소음이 없으며 깨끗하고 유해한 냄새도 없는 곳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 나이 비슷해 보이는 남자사장도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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