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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Feb 14. 2023

최적의 일자리를 찾아서

_까탈스런 실업자

2022년 12월1일_경험상 최악의 작업환경으로 1,2위를 꼽을만한 화장솔생산업체에서의 딱 하루 직업체험 후 나는 길위의 방랑자 신세가되었다.


비타민공장 퇴사와 더불어 새로운 직장으로 매일 위생복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고 작업을 해야하는 식품회사를 제외하고 싶었다. 비타민회사의 작업복이 특히 제전복制電服(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입는 의복)이어서 매우 힘들었던 경험때문이다. 가능하면 식품회사는 가지 않기 위해 일단 화장솔생산업체에 갔으나, 돈에 눈이멀어 자신이 일하게 될 환경에 대해 너무 안이했던 것이다. 그날의 면접에 현혹되어 헛바람든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다 한들 이미 돌이킬 수는 없었다.

뼈저린 반성과 교훈을 얻었다는 자위만이 하루만에 뛰쳐나온데 대한 유일한 변명이 되려나.


예전같으면 취업 하루만에 내팽개치고 나온다는 행위자체가 상당히 무책임한일로 생각되어 실행했다한들 몹시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했을 것이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인간인가' 하는 생각으로, 오히려 사업주에게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닐까 하며.
그러나, 한해 두해 생산직현장에서 보고 들으며 알게된 바에 의하면 취업했다가 하루이틀만에 그만두거나 일주일 혹은 한두달 일하다가도 심지어 아무 말도 없이 그만 두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나역시 맨처음 그런 사람을 보았을 때는 '참, 무책임하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하며 비난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자기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당사자는 물론 고용인에게도 결국은 손해가 되는 것이다.  특히, 고용주들도 그런 경우를 자주 겪다보니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취업후 곧바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1~2주일 정도는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곧, '며칠 일해보고 아니다싶으면 이때 도망가라'는 의미의 기회를 주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니 어차피 그만둘 거면 가능한한 빠르게 판단하는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아니겠는가.


나는 나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자기합리화의 기치아래 눈에 불을 켜고 워크넷을 뒤지다보니, 결국 나를 반기는 것은 식품회사밖에 없나 싶어 여러 식품회사를 두드렸다.

뜻밖에도 대형베이커리공장에서 며칠후 바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단점이라면 집에서 거의 30분정도 되는 거리였고 길이 너무 꼬불꼬불하다는 점에서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그외는 나쁘지 않았다. 주유비도 매달 10만원정도씩 쿠폰으로 지급한다하며 공장도 새로 지은 것이고 이미 들어서 잘 아는 베이커리브랜드였기에 신뢰감도 있었다. 베이커리라 해서 제과제빵자격증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빠띠쉐는 한두명 있을 것이고, 그외 인원은 대부분 그들을 보조하는 일이라고 했다. 사세확장으로 인원을 10명이상 뽑는중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채용되었다. 식품회사는 60세가 넘어도 경력만 좀 있으면 환영을 받는 편이었다.

채용을 다짐받았고 언제부터 출근하라는 얘기를 듣고 돌아오면서도 나는 마냥 기쁘기보다는 어쩐지 다른 곳을 더 찾아보고 싶었다. 가장 마음에드는 조건에다 아무리 주유비까지 준다해도 길이 좀 나빴기 때문이다. 

출근하게 될 날짜까지 시간이 있어서 나는 계속 다른 곳을 찾아 이력서를 날리고 전화를 걸었다. 그중 서너군데 면접을 보게되었다.

두번째는 프라이팬 생산 공장이었다. 내가 화장솔공장에서 뛰쳐나오던 날 친구 A도 함께 탈출했다. 그 친구와 함께 프라이팬 공장에 지원했고 면접을 보았다. 집에서 20여분 이내로 새로 조성된 공단의 새 건물이었다.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던 공장을 이번에 이전하며 직원을 뽑는 것이다. 하는 일은 제조되어 나오는 프라이팬의 손잡이를 조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식품회사가 아닌 것은 다행이었으나 선뜻 내키지 않았다.

프라이팬은 무겁다. 그것을 몇 개씩 들어 옮겨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집에서 프라이팬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거 달랑 하나만 들고도 무거운데 몇개씩 한 번에 옮겨야 한다면, 하루이틀은 몰라도 장기간 그일을 지치지 않고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취업되었으나 출근 전날 출근을 포기했다.

다음으로 키토산 섬유 공장,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사장과 면접을 보았는데, 그녀는 아무래도 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곳의 일은 무겁거다 힘든 일은 없어 보여서 은근히 그곳에 취업되기를 바랐으나 내 간절함과 달리 끝내 취업에는 실패했다.

그 다음으로는 즉석주먹밥 제조 공장. 식품업체다. 밥을 해서 갖가지 속재료를 추가하여 주먹밥을 만들어 편의점등 에 납품하는 곳이었다. 젊은 여사장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무거운 쌀 포대를 옮기거나 냉동창고에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며 질척한 작업장 바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장화를 신어야 한다고 했다. 식품업체라 그냥 만만하기는 했으나, 무거운 쌀포대를 강조하고 냉동 창고에 드나들거나 장화를 신어야한다는 조건이 웬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곳에서도 탈락했고 안도했다.

위의 세 곳은 그나마 베이커리공장보다는 집에서 가까워서 거리상 부담감도 적었으나 결과적으로 인연이 닿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뜻밖의 소규모 베이커리공장 S제과가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그곳은 대형과자생산업체의 건물 한 동을 빌려서 사용하는 곳이었는데, 주로 마늘빵을 생산하여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곳이었다. 알고 보니 동네에서 빵집도 운영중이었다.

면접을 보러 달려갔다.

길은 뜻밖에도 차 한대씩밖에 다니기 힘들 정도로 좁은 시골길에다 꼬불꼬불한 게 아직도 이런 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집에서 7~8분거리의 가까운 곳임에도 무척 외진 느낌이었다.

어찌어찌 찾아 들어간 건물은 낡고 허름했다.

낡은 조립식 공장건물 3층 정도에 마련된 사무실은 그냥 썰렁한 창고였다. 12월 중순이었는데, 너무나 허름하고 휑해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직원의 존재만이 그곳이 사무실임을 확인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사장이 나타났고 뜻밖에도 선선하게 나를 채용했다.

목요일이었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게 되었다. 나는 기뻤다.

되려면 또 이렇게나 쉽게 되는거지,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건물1층에있는 공장도 둘러보았는데, 겉보기보다 내부는 비교적 깔끔했기에 마음에 들었다. 하게 될 일도 빵에 크림을 바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날 나는 대형베이커리공장에 취업포기의사를 전달했다. 물리적 거리감이 부담되고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집가까운 곳만큼 끌리지 않았다.


다음주 월요일, S제과에 출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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