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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Mar 28. 2023

기적을 내려주소서

_마음 먹는다는 것

지난 3/11, 한바탕 소동을 펼친 끝에 어머니는 결국 요양원에 들어가셨다.

요양원의 '요'자도 듣기 싫어하던 요양원에.

그 자신, 스스로 거동이 불가한 지경에 이르자 도리가 없었던 탓이다.


눈으로는 나를 욕하는게 확실해 보였다.

아니, 입으로도 저것이 나를 이런데다 갖다버렸다,고 외어댔다.

언니와 나와 남편은 그저 허허...웃음을 흘릴밖에.


그로부터 2주가 흘렀다.

처음에는 자주 전화를 해대며 이거 가져와라, 저게 없다, 하시며 나를 자꾸 불러댔으나

언제부턴가 스스로도 포기한 것처럼 그냥 누워지내셨다.


보다 못한 언니가 지난주 방문해, 막내딸이 5월에 온다 하니 그때까지는 스스로 걸을 수 있어야

함께 나가 바람이라도 쐬고 집에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날 죽을힘을 다해 일어나 한 바퀴 걸었다, 했다. 그러나 그 뒤로 다시 자리에 누운채 아파서 못 일어난다 소리만 되풀이 중이었다.


지난 주말에는 푹끓인 누룽지가 드시고 싶다 해서 최선을 다해 만들어 들고 가서 드시게 했으나, 그 역시 마음뿐인지 몇 모금 드시지 못하고 내려놓았다.


어머니의 침대뒤쪽 벽면에는 가짜지만 푸른 창이 걸려있다....지난일요일 점심식사량도 그렇지만 내가 가져간 누룽지도 한두술  드시는게 전부다


나역시 동생카드를 들이밀었다.

OO이 올 때까지 부지런히 걷기연습해야지! 엄마, 일어나볼까?

아무리 설득을 해도 안되는가 싶더니 어제 오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어머니가 스스로 일어나 걷고 싶다며 요양원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보조대를 차고 워커를 밀고 방밖으로 걸어나가 앉았다 일어섰다하면서 걷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막내딸 올 때까지 연습을 이어가겠다고는 약속까지 하셨단다!


어제, 스스로의 의지로 일어나 보조벨트 차고 워커를 밀어가며 걸으셨다는...


지난번 요양원갔을때, 거의 2주동안이나 꼼짝않고 누워 걸을 엄두를 안내고 있는 것을 보고 요양원 원장에게 언니가 말했단다. 왜 그냥 두느냐, 걷게 해달라...

그러자 원장 왈, 

우리는 강요할 수 없습니다. 통증호소가 너무나 심해서 강제로 일으키고 걷게까지 하는 것은 못합니다. 가족들은 할 수 있지만 저희들은 본인이 하고자하면 도와줄수있지만 그이상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가족들은 우격다짐이라도 해서 일으켜보려 애쓰고 그러다 불상사가 나더라도 제몫이지만, 제3자인 요양원측에서는 억지로 노인을 일으켜 세우다 잘못되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사실 우리가 어머니를 그곳에 맡길 때는 걷기운동을 시켜주길 바란 것인데, 거기에는 본인의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직전 내가 보았던 일요일에도 어머니는 저렇게 식사때나 일어나 앉고 대부분 누워있었는데, 어제는 벌떡 일어나 걸었다니 역시 마음먹는다는게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깨닫는다.

 

어머니는 긴 시간 침대에 누운 채 생각하셨으리라,


막내가 나를 보러 손주와 함께 멀리서 또 온다는데, 이러고 있으면 안되겠다...어서 걸어보자....


가족들의 간절함을 잘 아는 원장이 언니에게  전해준 내용



집에서 가까우며 올해 1월에 새로 생겼다는 이 요양원은 내마음에 비교적 흡족하다.

건물은 실제 4층 높이지만 3층까지만 지었기에 층고가 높아 실내도 쾌적한 느낌이다.

새건물이라 깨끗하기도 하지만 오래된 요양원특유의 그 끔찍한 냄새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 지어져서 그런지 공조시스템이 방마다 설치되어있었다. 강제공기순환을 통해 요양원 특유의 냄새가 쌓이지 않도록 그들도 노력한다고 했다. 그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요양원 전경
왼쪽사진: 어머니가 머무르는 생활실/그외: 실제로도 드넓고 쾌적한  로비


사람들을 좋아하는 어머니는 4인실에 계시는데, 약간 좁은 느낌이라 3인 정도가 적당한 크기의 공간이다. 현재 어머니까지 3인이 기거중이고 어머니의 침대 뒤쪽으로는 푸른 빛이 가득한 창문그림이 걸려있어서 가짜인줄 알면서도 왠지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현재 입소중인 총인원이 열댓 명 정도인지라, 그리 북적대지도 않고 원장, 부원장, 요양보호사, 간호사 등 관계자들도 충분히 친절하고 가장 중환자에 속하는 어머니에 대한 배려도 많이 해주는 듯하다.


그들의 초심을 끝까지 잃지 않으며 인생 말년을 보내는 어르신들에게 좋은 도우미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ㅡㅡㅡㅡㅡ참고

22년도 자로이며 각 시설 혹은 물가변동 요인에따라 차이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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