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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May 07. 2023

2.너는 나에게 상처를 줬어...

_다정한 미소뒤에 감춘 것은

준비된 밀실에 마주앉은 그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간절하게 혹은 절박하게, 나름대로 준비한 을 풀어대기 시작했다.


그날의 상황을 되짚어 최대한 진실만을 기록하고자 애쓴다.

굳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그들의 에 더 보태어 과장할 의도조차 없다. 독자들에게 그날의 분위기가 충분히 전달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의 내용은 이랬다.



우리 동네에 있다는 그 교회의 목사가 주로 을 풀었다. (불현듯, 이빨을 까다라는 관용구가 생각났는데, 지금 문득 그 표현이 쓰고 싶어진다.ㅎㅎㅎ)

우리교회 이름을 들어보셨느냐, 못들어 봤다니까 계속 말한다.

세상에 많은 교회가 있지만 문제가 많은 교회도 많습니다. 우리 교회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문제가 없는 것이겠지요? 저희 종교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 더 유명합니다.

나는 흔히, 교회라면 다 기독교/개신교인 줄 알았으나, 스스로 자신들의 교회를 또다른 종교라고 이야기하는 점이 뇌리에 박혔다.

세계 수십 개 국에 수백 명의 선교사들이 파견되어 수십 만 명을 선교하여, 신자 수가 다른 어느 교회보다도,(혹은 못지 않게라고 표현한 듯하다)많습니다. 대단하죠?!

그러면서, 전시회를 보려면 좀더 시간이 (끌어야 한다는 의도였겠지만) 필요하니까 기다리시는 동안, (커다란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잠깐 우리 교회소개 영상을 보시겠느냐,고 물었다.

이미 분위기상으로 내가 나가고 싶다고 박차고 나갈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일 밖에.

정성들여 요란하게 만들어진 홍보영상은 적어도 10~20분정도 분량은 되는 듯싶었다.

화면에서는 곳곳에 있는 커다란 교회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더불어 세계 각국에 퍼져 나가 열심히 선교활동과 봉사활동을 펼치는 신도들의 모습을 클로즈 업한다. 이어서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이 찢어질 듯이 웃으며 만면에 행복이 가득한 표정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미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외국인들의 인터뷰들이 이어지고 어느어느 나라인지 일일이 셀 수도 없게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로부터 수많은 상을 받았다고 자화자찬한다. 그중에는 영국여왕 상이라는 것도 있는데, 영국은 성공회 국가인데도 자신들의 봉사활동 업적을 칭찬하고 종교를 인정해주는 의미로 여왕님이 친히 상을 내리셨다,는 식의 내용이 이어졌다....

특히 수많은 나라에서 선교활동을 벌여 이를테면, 힌두교 국가에서도 대단히 많은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개종을 시켰다고 떠벌렸다.

자신들은 성경에 쓰인대로 실천하는 교회라고 했다. 성경에 토요일이 안식일이라 적혀있고 그날 예배를 드리게 되었어서 우리도 토요일에 예배를 드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ㅎㄴㄴㅇ교회라는 이름도 성경에 나와있으므로 그대로 따르기 위해 그렇게 붙였다고 했다....어쩌고저쩌고..


10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그 교회 주도의 전시회의 모토가 바로 '어머니'였는데, 그 역시 그들의 신념과 연장선에 있음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정말 깜짝 놀랄 일이었다.



그의 썰과 홍보영상의 현혹적인 내용들 중에서 내 귀에 우선 꽂힌 것은 저희 종교라는 단어와 힌두교 신자들을 개종시켰다는 자랑이었다.


우리 종교라?? 그냥 내가 아는 기독교/개신교가 아닌 또다른 어떤 것??

그쯤에서 아주 막연하고도 희미한 의심이 먼지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예전에 마주친 적이 있었던, 혹은 미디어를 통해 그토록 유명한 JMS_기독교복음선교회와 매우 흡사한, ㅎㄴㄴㅇ교회_OO복음선교OO라는 풀네임 타이틀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상황에서 나는 그 이상은 생각하지 못했다. 깊이 따지고 캐들어 갈 여유를 주지 않고 요란뻑적지근한 영상으로 눈과귀를 어지럽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 앞의 화려한 영상에 현혹되어 깊은 생각을 할 겨를을 빼앗긴 채, 그저 빨려들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다음으로, 힌두교 신자들을 개종시켰다자랑스런 에는 불현듯,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강렬한 의문이 일었다.

종교에의 귀의는 순수하게 개인의 의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국민의 대다수가 자신들의 전통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 쑤시고 들어가, 선교라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현혹하여 종교를 바꾸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세상의 모든 종교에 대해 알지 못할 뿐더러 선교와 세계 복음화라는 명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내 귀에 거슬린 것은 분명했다.

그 의문을 참지 못하고 내가 물었다.

왜 굳이 이미 자신의 종교안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회유해서 당신들 쪽으로 포섭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느냐,는 뉘앙스로.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강제'가 아니라, 우리의 신념을 듣고 감화된 이들이 자발적으로 개종을 한 것이다. 절대로 강제로 끌어들인게 아니다...

그런가, 그럴 수도... 그러나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혹은, 돈 때문이 아닐까...신자가 늘어나야 두당 1000원씩이라도 이득이 아닌가.


나는 반대다.

이미 자신만의 종교가 있는 이들을 설득이나 회유, 혹은 지구가 언제 종말이 오네 마네 하는 갖은 감언이설로 제편으로 막무가내로 끌어들이며 내세만을 강조하느라 정말 중요한 현재의 삶에 무심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가장 처참한 지경으로까지 망가뜨리는, 가짜들_사이비에 반대한다.


사전에서 사이비를 검색했다.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사이비似而非: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름. 또는 그런 것.


어떤 종교를 선택할지는 순수하게 그 자신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서 진심어린 의도에서 전도를 위한 제스처를 취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역시 강제성이나 노골적인 현혹이나 감추어진 불온한 의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이비들, 내세만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탐욕은 교묘하게 감춘 다정한 미소뒤의 검은 속내를 증오한다.


뻑적지근한 홍보영상까지 본 뒤에야 나는 그 밀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후에 비로소 전시회 장에 들어 갔다.

관람객은 별로 없었다. 굳이 시간차를 두어야 할 이유를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전시회 내용 역시, 어머니라는 주제로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배치되어 있었음에도 그리 볼거리가 되지도 않았다.


오래전, 가난한 시절에 사용되었던 생활소품들이 군데군데 전시되어 있고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쓴 어머니에 관한 시나,편지 등등...


전시장 로비에도 커다란 화면에서 끊임없이 어떤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유명인들, 이를테면 얼굴이 잘 알려진 몇몇 연예인들...(그외에도 수 많은 이들의 얼굴과 인터뷰가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는데, 전혀 기억 안남)그들의 얼굴과 인터뷰가 보여졌다.


돌이켜 생각할 수록,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그것은 그야말로 후광효과를 노리는 전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저토록 유명인사들까지 우리 전시회를 다녀갔고 너무나 감동적이었다고 감사하다고 까지 말하는 것을 보라, 우리 교회 우리 종교가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는, 얼마나 좋은, 얼마나 믿을 만한 종교인가, 이렇게 좋은 종교이니까 너도 한 번 믿어봐!!!]



모든 일정이 끝나갈수록 내가 그곳에 끌려간 것은 그야말로 밀실에서의 회유대상 되기 위함이었음이 명백하게 체감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판단도 결단도 감정적 동요도 당장은 유보留保 중이었다.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며, 별볼 일 없는 전시회를 둘러본 뒤에는 동행했던 K와 기념사진도 찍었다. 떠날준비를 할때, 마치 우연처럼 다시 나타난 목사가 쐐기를 박듯 마지막으로 을 더했다.

그 끝에는, 자신이 목회자로 있다는 우리 동네의 교회 밥이 맛있으니 꼭 한번 먹으러 오라는 말을 던졌다.

돌려 말했으나, 결국 교회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 아닌가.

나는 공짜밥은 언제나 맛있죠,라고 영혼없는 씁쓸한 미소를 얹어 돌려주었다.



1시간여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코스를 되짚어 동네로 돌아온 뒤에도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아무것도 판단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분명히 어떤 사실을 확인하기까지는 모든 것은 미루어두기로 했으니까.

혹은, 어쩌면 나는 막연한 짐작이 진실이 아니기를 마음속으로부터 소망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K가 내는 점심밥을 먹고 두어 시간 더 차를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그 시간동안 그녀는 결코 교회에 함께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끝까지 다정했고 친절했으며 나와 남편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해질 무렵 헤어질 때에야 그녀가 무심한듯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언니, 우리 다음에는 쉬는 날 만나요!

(그날은 교회에 데려가겠다,는 속셈이 내포되었을)


집으로 돌아온 뒤 그 교회, 그 종교집단의 풀네임을 검색하자, 너무도 쉽게 '이단'이라는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다정한 미소 뒤, K 그녀의 일그러진 그림자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배신감을 느꼈고 견딜 수 없는 불쾌감이 밀려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 찬찬히 되짚어보며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유추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체력의 한계를 실감하며 중노동에 시달리며 퇴사를 고민하던 즈음, 나의 우울과 좌절을 그곳의 어느 누구와도 속시원히 공감할 수 없어 더욱 낙담하던 시간에 K는 작은 친절과 다정한 미소를 베풀었다. 남들과 다르게 마음 써주는 그녀가 고마웠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K를 존중했다.

그렇기에 집에서 먼 거리의 그 전시회에 같이 가보겠느냐는 말, 입장권은 자신이 구해보겠다는 말조차 부담감은 접어 넣은 채 수긍하고 고마워했다.

물론 K는 그 전시회의 팸플릿을 미리 나에게 주었었다. 나중에야 보니그 종교집단의 교회이름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제서야, 내가 조금만 더 그 전시회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사전에 파악하고 진작에 나의 입장을 조금더 부드럽고 우회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틀림없는 나의 불찰이다....그러니 일련의 상황의 가장 큰 변수는 나의 관심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관심,

나는 솔직히 그 전시회에 관심이 없었다.

어머니라는 주제라고 해도 속으로는 심드렁했다.

다만, 나를 향한 배려심과, 명랑하고 친절한 미소에 감격하여 기꺼이 시간을 내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순수하게 그녀의 마음씀이 고맙고 기뻤다는 말이다.


전혀 다른 그녀의 내심은 알지도 못한 채.


모든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야 그런 깨달음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K가 그 교회/종교의 신자라는 사실도 밝히지 않은 채로 그곳까지 나를 끌고 갔다는 사실에 분개했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바보처럼 그녀의 친절과 미소를 진정성있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게 화가 날뿐이었다.


나는 상처받았다. 

그리고 안타깝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한번의 사이비들의 교활한 포교방법에 혀를 내두른다.


 K,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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