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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May 08. 2023

또 다시, 구직 모드

_이러다 '면접'이 습관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4월24일 실리콘공장에서 탈출과 동시에 나는 다시금 구직 모드로 돌입했다.

물론, 퇴사를 결심하면서부터 워크넷을 비롯한 취업정보사이트 여기저기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중노동에 시달리고 고단해도 나의 열정은 언제나 빠르게 리부트reboot된다.

얼마전, M을 처음 만났을때 그녀가 물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사시느냐고. 그냥...힘들어서 퇴사를 했으면 더이상 일을 안 하면 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다 힘들다하면서도 끊임없이 일을 찾는 이유가 뭐냐고...

나는 대답했다.

물론, 실력있고 능력자인 남편이 든든히 버티고 있으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 맞다. 그냥 고단했으니 때려치우고 다시 따스하고 안락한 방구석으로 돌아가 누우면 된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왜, 가정은 공동경제구역이니까. 



물론, 좀더 젊은 시절에 출간했던 어떤 책은 뜻밖에 매달 쏠쏠한 인세를 물어다 주기도 했다.

그 기간이 3~4년은 이어진 듯하다. 그동안 나는 마음 편히 솥뚜껑 운전에만 전념하며, 간간이 들어오는 출간의뢰에 화답하며 나태한 삶을 살기도 했다.

짧지만 그것은 분명 인세생활자로서의 생이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나는 인세생활자로서의 명맥을 유지할 안타를 연속적으로 날리지는 못했다. 아니, 어쩌면 교만했고 게을렀다.

하기 싫었다.

매달 들어오는 적잖은 인세_그 결과는 달콤한 열매임이 분명하지만 그렇게 우연과 행운이 맞아떨어져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피와 살을 졸이는 시간이 선행되어야 한다.

보상이 달콤할 수록 어쩌면 앞선 고통은 더욱 처절할지 모른다.

나약한 나는 지쳤다.

나에게 글쓰기, 아니 글로써 돈벌기는 내 일천한 능력에 더해 우연과 행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도박처럼 느껴졌다.

다음번에도 잭팟이 터질지 아닐지 아무도 모르는.



그래서 나는 땀 한방울마다 성실한 대가로 돌아오는 육체적 근로를 선택했다.

그것은 대체로 거짓이 없다.

물론 나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체력의 소실이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되겠지만.

그로써, 가정이라는 공동경제구역의 동업자로서 나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남편과 같은 지식산업이 아닌 생산직에 매진한다.


고단하지만 나는 대체로 만족한다.


문제는 내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이토록 잦은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는 매번 직면하는 현장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그럼에도 의지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관계들과 노동강도의 장벽에 봉착할 때면 빠르게 차선책을 찾으려, 그 또한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좀 까다롭다.

스스로 비추어 보기에도 적잖이 까탈스런 근로자임에 틀림없다.

내가 하루를 일하더라도 더 깨끗하고 덜 위험하고 안전한 사업장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까다롭게 일자리를 찾아다닌다.

한마디로, 나름 잔머리를 엄청 굴린다는 뜻이다.


아무튼 지나간 중노동의 아픈 기억은
재빨리 털어버리고 퇴사와 더불어 구인공고를
빛의 속도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언제나처럼
이번이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또한
당연하고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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