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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Aug 06. 2023

딱 기다려, 제.주.도!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보자

큰 마음을 먹었다.

오십대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는 이 나이까지 아직 제주도 한번 못 가본 나,

한번은 가보고 죽자는 생각에.


핑계 아닌 핑계는 이미 만들어 두었다.

언니의 둘째아들네가 올해초 제주 1년살이를 한다며 짐싸들고 갔다는 소리를 전해들었을 때다.


누구는 1년이나 살아보겠다고 후딱 짐싸서 떠나는 데를, 

나는 뭐 하느라고 아직 그 근처 바다에 발 한 번 못 담그고 

반도의 한복판에 뿌리내린 듯 발을 딛고서서 꼼짝을 안 하는 것인지....


너희들 있는 동안 나 한 번 가봐야겠네!


실은 늘 무언가 계획하려 들면 이것저것 걸리고 밟히는 일이 있어서 였다고 변명해 볼까.


지금도 나의 구순 노모는 생의 종착역을 향해 느리거나 혹은 잰 걸음으로 하루하루 스러져간다.

7월말 갔던 ㅇㅅ병원 외과-담낭제거와 관련해-의사와 상담을 하고 난뒤, 어머니는 위장출혈증세를 보여 8월10일로 예정했던 담낭제거수술 일정을 조정하게 되었다.


다시 8월3일 입원, 다음날 위장출혈관련 검사 등등을 거쳤고 결과에 따라 수술일정이 결정될 것이다.

나는 이 일로 다시 뻔질나게 요양병원과 ㅇㅅ병원을 왕복했다.


어머니는 현재 ㅇㅅ병원에 입원중.



요양병원은 말만 병원이지 정말로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요양원과 달리 피검사 하나는 할 수 있는 듯....

ㅇㅅ병원에 입원하며 간호사들이 확인시켜준 어머니의 욕창은 더나빠졌다. 


7/4일 ㅇㅅ병원에서 퇴원할 때는 1단계정도로 발그스름한 동전크기정도였던 것이 비교도 할 수없는 색상과 크기로 확대되어있었다. 충격...

요양병원은 보호자가 아예 병실에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기에 그곳에서 솔직히 어떻게 관리되는지 짐작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요양병원은 자기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이야기한다. 

환자 건강상태에 따라 욕창은 금세 커질수 있다며.


아무튼...저런 어머니를 두고 나는 여전히 어디론가 바람쐬러 갈 궁리나 한다는게 용납되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어찌되었든 10월쯤이면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상태에 대하여 정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일단 무조건, 제주행을 결정했다.

정 안되면 그때가서 취소하는 걸로.


아. 이 결정의 큰 부분에는 남편이 있다. 

번역가인 남편은 불철주야로 일에 몰두한다. 

최근에는 폭염이 지속되는 날씨로 인해 낮보다 심야시간에 일을 더 많이 한다.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낮보다는 밤이 훨씬 집중도가 높은 듯하다.

그러다보니 언제부턴가, 밤을 꼴딱 새고 아침이 되면 잠자리에 들어간다. 

그냥 밤낮이 바뀌었을 뿐일까?

아니었다. 

그것은 건강에 틀림없는 무리를 일으킨다. 

몹시 지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나로서는 뭐라도 해주어야 했다. 해주고 싶었다.


제주도_남편의 휴식을 위한 여행지로 삼자.


그렇게해서 나는 8월이 시작되자마자 두 눈 감고 예약부터 감행했다.


물론 그러자면 당장, 바로지금 떠나는게 맞을건데...우리는 또 사람들 많고 더운데서 북적이는 것을 싫어하다보니..

10월중순 4박5일 일정으로 비행기표를 사고 호텔을 고르고...


일정이 시작되기까지 거의 두달 넘게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어머니의 상태가 조금이라도 정리되고 안정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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