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川邊천변산책

_다시 걷다

by somehow

불현듯, 나섰다.

그 산책로.

川천邊변

우리 동네에는 개천이 있고 그 천변 양쪽으로 산책하기 좋은 길이 나있다.


한동안 잊고 있었고, 잊지 않았다한들 나는 오랫동안 산책을 하지 않았다.

6월부터 시작된 불의의 휴가도 어느덧 끝나가는 지금에야

갑자기 생각난듯 뛰쳐나갔다.


하루에 100보도 안 걷나 싶은 날들이 하루이틀...두어달...


결심은 어렵지 않았다. 뛰쳐나가는게 어려웠을뿐.


8월15일.

오전 6시반. 해가 뜨기 전에 걷기로 한다.

늘 그곳에 있는 시냇가로.


가운데 개천이 흐르고 내가 걷는 이 길과 반대편 오른쪽으로도 무성한 초록에 가려져 보이지 않으나 좁다란 길이 있다.


그 길은 나의 강아지 뤼팽이가 살아있을 때, 봄여름가을겨울 항상 거의 매일 산책을 함께 다녔던 길이기도 하다.

그 길에는 여전히 많은이들이 나보다 더부지런하게 매일 걷고 있었나보다.


저 나무들은 거의 다 벚나무이다.

봄이면 온통 길양쪽이 고운 연핑크빛 벚꽃으로 흐드러진다.

그길을 뤼팽이와 수없이 걸었고, 최근 몇년전에는 거동불편해진 내 어머니와 차를 타고 가서 벚꽃구경을 하기도 했다.

이제 뤼팽이는 이미 5년전 하늘의 별이 되었고 나의 어머니도 노환과 통증으로 고통받으며 병원에 계시다.


생생하게 살아숨쉬던 것들은 한살 두살 나이먹어가며
스러져가고 끝내 영원 속으로 흩어져 가지만,
그럼에도 저 푸르고 고즈넉한 川邊은 여전하다.

시냇물과 바람, 햇볕들이 맞잡고 키워내는
나무들은 여름을 지내며 더욱 울창해졌으며 태풍이 지난 뒤
무성한 잡초들의 생명력 또한 불굴의 위용을 자랑한다...

나는 또한 세월이 흐르면 저 보도위를 지나간 수많은 발자국 중
그저 하나의 희미한 흔적으로 사라져 갈테지.
이른 아침,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틀림없이 달라지고 있는 바람의 소리


오랜만에 작심하고 걷기시작하자마자 고관절이 삐걱거리며 발목이 버석거리며 온몸의 시들어가던 세포들이 들썩인다. 조금만 더 뭉갰더라면 어쩌면 고관절이 굳어졌을지도 모르겠다.ㅎ

날이 아주 조금씩 선선해지고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히 걸어보기로한다.

집에서부터 천변을 왕복하고 돌아오니 50여분 정도가 걸렸다. 첫날보다 둘쨋날에는 시간이 조금더 단축됐다.

마지막에는 아파트 10층계단을 걸어오르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10층오르는 데 겨우 2분이 걸린다.

그 2분이 귀찮아서 뻔질나게 엘리베이터를 애용한다...

산책의 마무리 노선일 뿐일지라도 10층 계단 오르기를 이어가보자.


천변산책은 이제 겨우 이틀, 오늘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오는 길에 동네 한바퀴로 변경했다.


천변산책로 주변 풍경, 저멀리 집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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