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개천이 흐르고 내가 걷는 이 길과 반대편 오른쪽으로도 무성한 초록에 가려져 보이지 않으나 좁다란 길이 있다.
그 길은 나의 강아지 뤼팽이가 살아있을 때, 봄여름가을겨울 항상 거의 매일 산책을 함께 다녔던 길이기도 하다.
그 길에는 여전히 많은이들이 나보다 더부지런하게 매일 걷고 있었나보다.
저 나무들은 거의 다 벚나무이다.
봄이면 온통 길양쪽이 고운 연핑크빛 벚꽃으로 흐드러진다.
그길을 뤼팽이와 수없이 걸었고, 최근 몇년전에는 거동불편해진 내 어머니와 차를 타고 가서 벚꽃구경을 하기도 했다.
이제 뤼팽이는 이미 5년전 하늘의 별이 되었고 나의 어머니도 노환과 통증으로 고통받으며 병원에 계시다.
생생하게 살아숨쉬던 것들은 한살 두살 나이먹어가며 스러져가고 끝내 영원 속으로 흩어져 가지만, 그럼에도 저 푸르고 고즈넉한 川邊은 여전하다. 시냇물과 바람, 햇볕들이 맞잡고 키워내는 나무들은 여름을 지내며 더욱 울창해졌으며 태풍이 지난 뒤 무성한 잡초들의 생명력 또한 불굴의 위용을 자랑한다...
나는 또한 세월이 흐르면 저 보도위를 지나간 수많은 발자국 중 그저 하나의 희미한 흔적으로 사라져 갈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