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슬비 내리는 천변
대체로 새벽 5시쯤 알람이 울리면
눌러 끄고 꼼지락거리다 20여분쯤 일어난다.
그즈음, 남편이 어느때는 들어와 자고 있고 혹은 내가 이어날 즈음 살금살금
옆자리에 들어와 눕기도한다.
어느 순간부터 누가 옆에 있으면 잠을 못잘것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본의아니게 각방아닌 각침대도 아닌...각자 취침 상황이 된지도...한~~~~~참됐다.
남편의 작업특성상 낮에는 아무리 혼자 집에서 일을 하더라도 산만할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밤에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더니
최근 몇달째 거의 밤10시가 넘어야 자기 서재로 들어간다.
나는 밤 9시무렵이면 고개를 찍어가며 졸다가 취침모드로 들어간다. 다음날 출근일정이 있으므로(아 지금현재는 산재휴업중...)
그러고 새벽무렵, 내가 잠이 슬슬 깨기 시작할 때면 새벽도둑처럼 살살살 밤새 비어있던 자신의 자리에 모로누워 미뤄둔 잠을 청하는 것이다.
어느때는 오늘처럼 오전 8시가 넘은 시각까지 저러고 열나게 작업중이다.
실은 어젯밤 술을 드시고 그 길로 곯아떨어졌다가 새벽무렵에 일어났을 것이고 그 길로 죽 이시각까지 달리는 중이시다.
그는 항상 말한다.
자신은 자신의 일이 너무나 좋으며 일을 하다가 책상에서 죽고싶다고.
그 말에는 적어도 의무감이나 책임감은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내가 일어난 시각에 그가 깨어있으면 뭐라도 해주어야 할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려둔 블루베리를 큰 컵에 몇숟 넣고 꿀을 달달하게 넣고 끓는 물을 부어 섞어준다.
블루베리는 눈에 좋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피로회복에는 꿀이 좋다기에, 더운물을 좋아하는 그이기에, 나는 그 조합으로 밤새 눈 까뒤집고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남편에게 따끈한 블루베리꿀차를 대접한다.
얼었던 블루베리가 뜨거운 물에서 녹으면 그 덩어리들까지 씹어 영양을 고스란히 흡수하기를 바라며 생각해낸 나의 레시피다.
뜨거운물에 영양분이 다 파괴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그러니까 몽땅 한방울도 남김없이 싹 훑어 씹고 마시기를 주문한다.
오늘 아침, 6시 넘어 산책을 나갔다.
흐리다 싶더니 빗방울이 이슬처럼 내리다 좀더 짙어지다가 멎었다.
뤼팽이와 같이 걸었던 이 길, 한여름 장마철에도 뤼팽이와 나는 쏟아지는 비를 마다 않고 맞으며 신나게 싸돌아다니곤 했었다.
천변을 돌아 오는길이 어느정도 거리인지 몰랐는데, 오늘 삼성헬스를 켜고 걸어보니 4킬로 남짓한가 보다.
걸음수로는 5400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