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일요일, 오늘.
토요일인 어제 오늘 천변에는 이른 시각부터 많은 이들이 운동중이다.
걷거나 가볍게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어제 백만년만에 잠깐 탔던 자전거 덕분에 오늘 아침 늦잠을 잤다. 피곤했던 거다.
새벽5시쯤 알람이 울리고 곧 일어나야 하는데,
불현듯 눈을 떠보니 6시가 다된 시각이었다.
알람을 끄고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던게다.
시각을 확인하면서, 오늘 산책은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늦었으니 가지 말까...참 바보같다, 누가 6시반에 반드시 산책하라고 정해준 것도 아닌데, 어느날 우연히 어떤 일정한 시각에 무엇을 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그시각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누구랑 약속한 것도 아니고 그냥, 되는 대로, 빼먹지만 않고 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아무튼 나는 눈을 떴고, 늦었네 라는 생각을 하며 일어났고, 오늘도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자전거가 아닌 산책으로.
집앞 찻길을 건너면 행정복지센터가 있고 그곳 마당은 나의 강아지 뤼팽이와 함께 자주 산책을 하던 코스이다. 나는 항상 그 길을 지나 도로변의 저 은행나무 길을 걸어 천변으로 간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의 왼편으로는 사과밭이 있다. 원래 비닐하우스농사를 짓는 곳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사과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사과밭으로 바뀌었다.
남쪽도 아닌 우리 동네에서 사과농사가 가능한지는 잘모르겠으나....한반도의 기후가 많이 바뀌어 가능할 수도? 틀림없이 사과인듯.
사과밭을 지나 천변 산책로로 들어서니 휴일을 맞아 아침 운동을 나선 많은 이들이 보였다.
천변을 걷던중 뒤로 걷는 사람을 보았다.
나도 그렇게 한번 걸어보기로 한다.
그리하여 오늘 천변 산책로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왕복코스는 뒤돌아 걷기로 결심했다.
뒤로 걷기.
뒤통수에 눈이 없으니 앞으로 걷기와는 다르게 매우 조심해야 한다.
나는 천변 왕복지점에서 그대로 백스탭을 시작했다.
처음엔 불안하기도 했으나 내친김에 끝까지 뒤로 걷기를 시도했고 무사히 완주했다. 그러는 동안, 나를 본 저 아주머니가 나처럼 뒤로 걷기를 시도하셨다.
나는 아주 조심하셔야 한다고 주의의 말씀을 전했다.
뒤로 걷기가 끝나고 다시 앞으로 걷기 시작하자,
마치 높은 곳을 올랐던 것처럼 다리 전체가 뻐근하게 느껴졌다.
뒤로 걷는 것...
어제는 ㅇㅅ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면회가 가능한 날이었다.
나는 언니와 만나 이후의 일정을 논의했다.
어머니는 지난 9일 담낭제거수술을 받았다. 잘 끝났으나 아직 퇴원은 못하고 계시다.
다음날부터 의료진은 퇴원을 들먹이며 어서 빨리 나가달라고 재촉아닌 재촉을 해댔다. 그러나 내가 볼 때,가족들이 볼 때 어머니는 그렇게 쉽게 거취를 결정할 상태가 아니었다...결국 버티고 버티다 다음주초쯤 등떠밀리듯 퇴원할 상황이된다 싶을 때, 어머니의 상태는 다시 이상이 생겼다. 일단 하루이틀새 퇴원은 불가한 상태인듯.
언니와 이런 상황을 이야기할 때, 지나간 시점이 떠올랐다.
지난 2월말 즈음, 어머니가 방에서 낙상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놀라 뛰어든 방바닥에 어머니는 모로 누워 신음하고 계셨다.
뒤쪽에 멀리 있는 의자에 앉으려고, 거리는 생각도 없이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던 것이다.
그로부터 입원-퇴원-요양원-병원-요양병원-다시 입원...의 무한반복이 시작되었고 어머니의 활력상태는 완전히 바닥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뼈와 가죽만 남은 상태로, 근육이라곤 그나마 아직 살집이 남은 얼굴의 표정근육 정도일까...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언제나 너무 늦다.
이제 우리는 어머니에게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일까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