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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Sep 01. 2023

산책 대신 세차

_오늘의 과업

어제는 산책코스가 변경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산책시간과 길이가 길어진 거다.

매일 4킬로 남짓을 걷다보니 시간은 40여분, 걸음수로는 4천보가 조금 넘는다. 너무 짧더라.

첫 하루는 집에서 천변을 왕복하고 오는 거리가 4킬로남짓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기뻤고 다음날부터는 그 코스에 적당히 적응되고 익숙해졌다.

어느덧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보니 그코스가 너무 짧은가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저께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10킬로를 걷자면 두시간 정도가 걸릴 것 같아서, 운동은 충분하겠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제는

늘 가던대로 집-천변왕복 후-근처 공원한바퀴를 추가-집으로 와 같이 코스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각각의 구간의 거리를 재보니 집에서 천변입구까지가 1킬로.

천변의 길이가 1킬로미터이니 천변만 왕복하면 2킬로.

근처공원까지가서 돌아오기(왕복)하면 1킬로,

거기서 집까지 1킬로를 더하니 5킬로 남짓이 된 거다.

그렇게해서 총 5킬로, 시간은 54분이니 10여분을 늘다.

그러니까 1킬로 걷는데 10분 정도, 약 1천보 남짓을 걷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총 걸음수가 6천보 남짓이 되는 걸 보니.


코스를 추가했다. 천변을 왕복후 저나무 데크가 설치된 다리를 건너 공원입구까지 가서 돌아오는.
어제의 산책 기록

걷는동안 라디오에서 어떤 사람이 여름동안 매일 10킬로미터씩 걸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7킬로그램을 감량했다고.

내 걸음으로 가늠해볼 때 10킬로미터면 2시간이 걸리고 1만보정도를 걷게 될 것 같다.

언젠가는 나도 하루에 1만보를 목표로 산책해볼까.



오늘은 산책 대신 세차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전 6:40즈음 세차장도착

세차는 예전에는 자동세차기에 부탁했으나 새로 내 차를 산 다음부터는 손세차를 한다.

셀프킹이라는 셀프세차 브랜드장소가 있던데, 거기 가서 직접 물뿌리고 거품 쏘고 문지르고 헹구고...내부 먼지털고 유리창 닦고...마치 내가 목욕재개한 듯 개운한 기분으로 돌아온다.


오늘의 세차는, 이번 여름에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닌가싶다.

보통 두어달에 한번 셀프세차를 하는데 올 여름엔 비를 자주 맞아서 외부세차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냥 버티다가 9월1일 오늘, 가을맞이로 한번 빡빡밀어 닦고 털어줬다.

한시간반정도 걸렸다.


기분이 날씨만큼 짱이다.


세차장에서


89년면허인 나는 운전을 한지는 30년정도 된것같은데, 내 이름으로 차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혼전에는 아버지의 차를 운전했고 결혼후부터 남편의 차를 끌고 다녔다.


2019년 10월중순의 일이다.

남편의 산타모 플러스가 20년을 넘긴 어느 날,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의 한의원에 가던 중, 터널을 미처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퍼져버렸다. 속도를 줄이려고 브레이크를 밟는데 안 듣는다 싶더니 갑자기 본닛에서 연기가 오르는 것을 보았다.

뭐지?

곧이어 불이 확 붙었다.

어어--하며 당황하는 순간 차안 에어컨 송풍구로 연기가 들어왔다.

너무나 당황해서 어찌어찌 차를 세운 뒤, 문을 열고 도망쳐야 하는데 문이 안 열렸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수동으로 문 잠금꼭지를 당겨 열고 엄마와 황급히 밖으로 내뺐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어떤 운전자가 자기 차의 소화기를 들고 와서 본닛의 급한 불을 꺼주었다.

금방이라도 차가 터지는 것은 아닐까...두려움에 떨며 119에 전화했다.

당시 기름이 거의 가득채워진 상태였기에...폐차 후에도 제일 아까운게 바로 그점이었다

나 때문에 뒤로 차들이 밀렸고 잠시후 소방차와 경찰차가 달려와 사태를 진압하고 정리했다.


운전하던 차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서지 않던 이상한 순간 연기가 치솟던 찰나, 차 밑으로 불이 붙는 것을 뒤따라오던 운전자가 먼저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내가 섰을 때 곧바로 달려와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그분께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

결국 그 차는 폐차되었다.

그때 새로 차를 샀다. 당시 현대의 신모델 소형 SUV_베뉴.


승용차는 그야말로 이동수단일 뿐이므로

큰 차나 외제차나 고급 차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남편의 의지에 따라

선택한 모델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드는 모델이다.


계약하고 두어달 후에 새차가 나왔고 이제 그 차는 내 명의다.

그러니까 차주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후 남편이 '자동 기계세차는 차를 손상시킨다'며 손세차를 권했다.

처음 몇 번은 함께가서 쓸고닦고 했으나 그 다음부터는 나혼자, 몰래 가서 내 마음껏 세차를 한다.

물론 왁스칠같은 건 할 줄 모르니 안 한다.

그냥 열심히 먼지와 때를 닦아내는 것뿐이다.

힘들기도 하지만 해볼만 하다.

내 차를 스스로 닦아보니 애정이 좀더 생긴다.



돌아오는 월요일, 어머니의 퇴원이 결정되었다.

지금 어머니의 상태는 매우 양호한 상태이다.

의사가 아침에 전화해서 퇴원에 대해 논의하게 되었다.


오늘 새로 닦은 차로 어머니를 모셔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는 못하고

사설 구급차를 불러 누운 채로 요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더이상 응급실로 실려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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