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전 시행한 뼈동위검사에서 뼈의 손상여부를 미리 점검하였는데, 다행히 갈비뼈까지 침범하지 않았으며, 실제 개복과정에서도 뼈는 안전하여 뼈를 잘라내거나 오무리거나하는 더큰 단계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의사의 판단대로 내 질병은 복막과 갈비뼈 사이의 어딘가 음습하게 숨어 있던 결핵균이 주변조직을 서서히 잠식하며 곪아들어간 결과이다.
이른바, 흉막결핵 혹은 늑막결핵이라고도 했다.
결핵균은 폐 뿐아니라 신체의 어느부위에서도 병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대체로 폐에 잘 침습하기에폐결핵과 폐외결핵으로 크게 구분하는 모양이다.
폐결핵과 달리 폐외결핵은 전염성이 없다고 본다 했다.
폐결핵은 숨을 쉬는 과정 침방울과 객담에 의해 전파되고 감염시킬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것은 말하자면, 제 살깎아먹기라고나 할까, 저혼자 곪든지 썪어문드러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천만다행인가. 안심해도 될까....
길지 않은 수술을 마치고 나오며 의사가 그랬단다.
갈비뼈 위쪽으로 불룩하게 솟은 농양을 덮고 있던 피부조직은 얇아져 있어서 일정부분 잘라내야 했다고.
그 다음, 잘라내어 소실된 면적만큼 위아래쪽에서 피부를 끌어 당겨와서 이어붙여 주어야 하는데, 근육이 너무 없어서, 살이 없고 얇아서 그 일이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다. 하마터면 봉합을 못할 뻔했다고...
농양이 빠져나간 자리. 나를 잠식한 결핵균의 이미지가 이러할까!
그래서 저토록 해괴한 모양으로 봉합되어 있는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로 꿰맨 위에 다시 스테이플러로 단단히 고정을 시켜둔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혹시라도 한번 꿰맨 자리가 터질까봐 의사도 걱정스러웠던가.
수술후 첫 드레싱을 하던 날, 동생이 찍어준 저 봉합 부위 사진은 무척 낯설고 언뜻 매우 흉측하기 이를 데없다.
바로, 저 자리에서 농양이 빠져나갔다는 것, 그와 함께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결핵균이 완전히 뿌리 뽑혔으면 좋으련만... 언뜻, 날마다 곱씹어 되새겨보던 어느 때인가, 나는 문득 저 해괴한 사진에서, 어쩌면 암암리에 나를 잠식해 들어간 결핵균의 형상을 떠올렸다면 유난스러운가..... 나는 잡아먹혔나?
입원 9일째, 고름이 빠진 자리에 배액관 3개가 매달려 있었다. 끝에는 수류탄 모양의 통이 대롱거리며 고름이 나간 공간에 차오르는 핏빛 체액과 공기를 빼주는 것이다.
의사가 회진시간에 나타나 그중 하나를 조금전 제거했다.
몸속에 연결된 배액관이 주루룩 당겨져 나오는 느낌이 거지같다. 뚫린 자리는 스테이플러로 5-6번 찍어준다. 물론 그 부근에 마취주사를 먼저 맞았으나 그 주사부터 장난아니게 아팠다.
전신마취 후 이루어진 수술에 대한 고통스런 기억은 차라리 없는데.
대체로 퇴원을 주말쯤으로 말해 준다.
내일 또 나머지 두개의 배액관을 제거하기로 했다.
입원기간, 동생은 어느새 두달여가 되가도록 제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발이 묶였다.
지난 6월 갑작스런 뇌경색을 겪은 언니를 돌보러 7월중순 총알같이 텍사스에서 날아왔다.
그러더니 바톤터치라도 하듯, 이번에는 내가 환자노릇을 한다. 동생은 숨쉴 시간도 없이 24시간 옆에 붙어 간병인 노릇을 한다.....한없이 미안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