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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Oct 27. 2024

천변, 깊어가는 것은 가을만이 아니네

_놀고먹는 자의 근심

그동안 비가 하루, 이틀 내리고 시간이 흐르고

하늘은 깊어가고 천변에는 부쩍 서늘해진 공기의 흐름이 가득하다.


천변으로 가는 길목의 은행나무 가로수 길


10월 들어 산책을 시작하고,

내친김에 수영도 시작하고,

사실은 PT를 땀나게 시작해보는게 애초의 계획이었으나

나는 망설였다, 한동안.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은 돈이 문제.


어머니 살아계실때,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시던 말씀은 언제나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단돈 십원이라도 벌어가며 써야 한다며 나를 독려하신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의 통장에 적잖은 자산을 가지고 계셨다.


평생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일해 번 돈으로 결코 당신의 배는 불려본 적 없음에도

자식들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쓰시고도, 끝까지 알뜰히 모은 돈은 챙겨 쥐고 계셨다.


그것이 우리 자식들에게는 다행이었다.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에게 들어가는 거의 모든 생활비, 병원비를 그것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병원에 오갈 때면 결코 보호자로 따라다니는 내가 비용을 계산하기를 원하지 않으셨다.

소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액수일 때는 물론이고 제법 큰 금액을 결제해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럴때, 나는 대체로 어머니 뜻대로 하시게 하지만 비교적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할 때는 내가 서둘러 계산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펄쩍 뛰며 꼭 그 금액을 되돌려 주셨다.

혹은, 어디 멀리 다녀오느라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주유라도 하게 되면 크든 작든 주유비도 꼭 갚아 줄 정도로, 자식임에도 돈때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셨다.

평생 경제활동을 하여 경제력을 쥔 사람의 당당함이라고나 할까...


어머니는 돈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 당신의 삶을 통해 누구보다도 절절하게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럴 형편이 안 되었더라면,

만약 어머니가 돈 한푼 없어서 동네 병원이나 약국이라도 한번 갈라치면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면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었던 어머니의 그 상황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바로, 너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늘 입버릇처럼 돈을 벌어야한다고 하셨던 것이다.


물론 자식들이 조금씩 꾸준히 용돈삼아 적게는 십수 만원에서 수백 만원씩 통장에 꽂아드리는 했으나

그것은 그저 기본적으로 어머니가 채워둔 잔고의 수위를 조절하는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러다 세상을 떠나신 후에도 적지않은 잔고가 남겨졌고, 그것은 우리자매들의 여행경비로 활용하자고 묻어두었다.


지난 16일 오전에는 어머니의 수목장에 다녀왔다.


휴직을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났다.

평소 우리 부부의 잔고가 언제나 바닥은 물론 아니었지만, 남편과 내가 함께 벌 때와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 물론, 8월말 내 수술과 입원이 결정되고 휴직이 결정되자마자 언니와 동생이 몇달치 생활비에 버금가는 큰 금액을 지원해주는 등의 도움으로, 지금 나는 빚지지 않고 매일 닭가슴살을 비롯하여 양질의 음식과 영양제를 먹어 가며 건강회복을 위해서만 노력할 수 있다.

형제간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큰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 나는 그저 놀고 먹으며 가진 돈을 쌈지에서 꺼내 쓰고만 있기에 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래서 PT를 받을까 말까로 고민했었다.

알고보니 개인트레이너에게 10회 운동법을 일대일로 배우는 비용이 최소한 50~60만원이라는 것이다.

1회당 5만원~6만원인 셈...


내가 지난 30여년간 수영장을 다니며 쓴 비용은 월 5만원 남짓의 수영강습비 혹은 수영장이용료가 전부였기에, 나로서는 깜짝 놀랄만한 금액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조금이라도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한 곳이 있는지 찾아보았으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했었다.

나혼자 해보자...

나이가 들어가면 근육운동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혼자서 근육운동을 한다는게 또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 지난 주, 인근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의 일대일 PT과정에 등록했다.

그곳에서는 회당 5~6만원의 절반정도로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3회의 수업이 끝났고 나머지 7회가 남아있는데, 기구를 어떻게 이용하며 신체의 어느 부위의 근육운동이 가능한지 배우게 되니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못하면 운동을 하다가 오히려 몸을 다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었기에, 이번 기회에 제대로된 운동법을 익히게 되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PT 수업은 오후에 받으므로, 오전에는 거의 매일 천변 산책을 이어가고 있다.

근육운동을 한 뒤에 수영을 해보니 훨씬 수월함을 느꼈다. 오십견의 통증도 오히려 나아지고 있다.

운동의 필요성과 의미를 요즘처럼 실감한 적도 없는 것같다.


고즈넉한 천변을 걷는 행위는 매우 소중하다....

여전히, 한번씩 잊었던 약속처럼 어머니를 떠올리면 가슴 한쪽이 아파오지만 그럴때면,

어머니 천국에 계시리라는 믿음을 소원처럼 되뇌이며 걸어간다...


하루하루 계절의 흐름이 천변의 하늘과 공기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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