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길고 긴 기다림의 끝
20241105
퇴원 후, 세 번째 호흡기내과 진료를 받으러 한 달 만에 다시 갔다.
이미 두 번째 진료에서 결핵약 두개가 빠졌고, 수술한 자리도 점점 제 살결들과 함께 어우러져간다.
의사는 늘 뻔한 질문을 한다.
좀 어떠셨어요?
네, 괜찮아요...
매 진료 두 시간 전에 미리 가서 피를 뽑고, 가래를 뱉어 제출한다. 폐 엑스레이 사진도 찍는다.
가래는 배양을 위한 채취이기에 그날 당장 어떤 결과를 읽을 수는 없다.
피검사와 폐사진 결과는 그날 한두 시간 이후에 알 수 있다.
의사는 피검사와 폐 사진 결과를 확인하며 특이사항이 없다고 알려준다.
내가 물었다.
두달 전(정확히는 8월 말) 배양을 시작했던, 객담배양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8~12주 정도 배양을 해서 객담 속에 결핵균이 있는지 확인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루하다면 지루할 만큼 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났고 나는 의사를 보자마자 물었다.
균은 안 나왔어요. 어차피 폐외결핵이기 때문에 균은 안 나올줄 알았어요. 그래도 혹시나 하고 검사를 한 거죠. 그리고 이번까지는 한 달마다 내원하셨는데, 다음부터는 한달 반으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진료는 45일 뒤로 잡을 게요!
아, 감사합니다.
다행이고 당연한 결과다.
폐결핵일 경우 객담에서 결핵균이 나올 수 있다.
그것도 약을 먹기 시작하고 2주가 지나면 전염성이 사라진다고 했다. 내 경우는 폐외결핵이기에 객담에서 균이 나온다면 말이 안 되는게 맞다....
그럼에도 의사나 보건소측에서는 만에하나의 우려때문에 길고긴 배양기간을 두고 객담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튼 그 소식을 듣자마자, 요양원측에 알렸다.
오늘 두 달 전에 시행한 객담배양검사결과가 나왔는데요, 결핵균 안 나왔다고 합니다. 다행이고 당연한 결과 겠지요 ㅎㅎ.
다행이네요! 건강 잘 챙기고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요!
객담에서 결핵균이 나온다면 폐에도 결핵이 침범했다는 소리가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전염성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한다. 그러니 내가 몇달 동안 근무했던 요양원의 모든 인원들도 결핵검사를 받아야만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노심초사했다.
나 하나쯤 앓고, 약을 한 주먹씩 먹는 것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다.
나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결핵에 감염되었을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모든 이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되는 일이야말로 간절히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하기는 24시간 붙어 지내는 남편도 감염되지 않았는데 하물며.
작년, 폐결핵 판정을 받았을 때는 그때까지 근무했던 두 곳의 근무지 인원들이 죄다 결핵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있다. 그때도,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서는 직장경력을 물으며 확진시점에서 거슬러 최소한 6개월이내에 근무했던 곳의 인원들은 무조건 검사를 받게 된다고 했을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쪽팔리는 것은 뒷전이고, 애먼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되었다는 사실이 끔찍하게 싫었다.
또 생긴 건 멀쩡하더니, 속으로 그런 끔찍한 병을 앓고 있었네?!, 나를 알고 나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지금도, 그 당시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아무튼, 이번 병원진료에서 두달간의 객담배양에서 균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기쁘고 다행스러운 결과였다. 재발도 서러운데, 다시 또 폐결핵 판정까지 받는다면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싶다.
결핵 증상 있어도 잘 먹고 운동하면 괜찮다? ‘재발’도 가능
이미 결핵 관련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저절로 나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결핵에 걸린 사람은 최대한 빠른 시간에 병원을 찾아 결핵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잘 먹고 운동하는 것'도 결핵 치료와 병행해야 효과가 있다.
결핵 치료는 결핵 환자 본인을 위해서도 필수지만 주변인의 감염을 막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결핵약을 복용하면 결핵 환자의 몸 속 결핵균이 서서히 억제돼 죽기 때문에 2주 이상 약을 제대로 복용했다면 전염성이 사라진다.
결핵은 재발도 가능하다.
보통 결핵 치료 후 3~6개월 안에 가장 많은 재발 환자가 발생한다. 치료 기간이 길었거나 결핵균이 살짝 남아있는 환자들이 보통 이에 해당한다.
만약 원칙대로 모든 약을 제때 먹어 결핵이 완치됐는데 재발한 사람은 첫 번째 결핵 치료 때 먹었던 약들을 다시 복용하면 된다.
결핵, 제때 약 먹지 않으면 ‘내성’ 생겨 치료 불가능
의료진이 권하는 대로 제때 약을 복용하지 않았거나 건너뛰거나 임의 중단한 결핵 환자가 큰 문제가 된다. 이들은 1차 결핵 치료약이 듣질 않는 다제내성 결핵 환자가 돼 더욱 길고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아야 한다.
1차 결핵 치료는 6~9개월 정도에 약 2가지 정도의 약만 복용하면 되지만 다제내성 결핵 치료는 치료 기간이 18개월 이상이 걸리고 환자가 복용해야 하는 약도 5~6가지로 늘어난다. 만약 이 때도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어떤 약도 사용할 수 없는 난치성 결핵 환자가 되고 심하면 사망한다.
다수의 의료진들은 결핵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어려운 점으로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을 꼽았다. 복약순응도는 환자가 약을 의료진의 처방대로 제때 먹는 정도를 말한다.
결핵 환자 수를 줄이는 데는 국가 차원의 환자 전수 조사와 의료진의 적절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치료에 적극 참여하는 환자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자료 출처: '후진국병' 결핵, 국내 환자 많은 이유? : 네이버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