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편히 자는 잠
초등학교 3학년인 혜민이는 얼마 전 누나가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지만 오랜만에 아기가 태어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칫, 이젠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어. 모두 저 쬐끄만 녀석에게만 정신이 팔려있다니까!”
그런 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는 하루 종일 갓난아기를 돌보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래서 혜민이는 왠지 서글픈 마음이 되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건 좋은데 사랑을 빼앗긴 것 같아서 허전해…갓 태어난 녀석을 때려줄 수도 없고…”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 날입니다.
아기를 목욕시켜 재운 뒤 빨래를 정리하고 있던 어머니가 혜민이에게 속삭였습니다.
“얘…아기가 방금 잠들었으니까 살금살금 다녀야 한다!”
“흥! 엄마는 아기 밖에 몰라!”
이젠 학교생활이 어땠는지 묻지도 않는 어머니가 야속했던 혜민이는 더욱 쿵쾅거리며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한참 후, 거실로 나온 혜민이는 열린 안방 문 틈으로 아기가 보이자 살며시 다가갔습니다.
아기는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린 채 쌔근쌔근 소리 내며 곤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아 참 예쁘다…”
혜민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땀이 송골송골 맺힌 아기 이마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주었습니다.
그때 방으로 들어오신 어머니가 혜민이 어깨를 감싸 안으며 속삭였습니다.
“나비 잠든 아기가 정말 사랑스럽지? 우리 혜민이도 아기 땐 꼭 그랬단다…동생이니까 네가 아끼고 사랑해줄 거지?!”
“네…엄마…”
혜민이는 앙증맞은 아기 손가락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비잠’은
‘갓난아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편히 자는 잠’을 뜻하는
고운 우리말입니다.
-201409 다시 읽기* 한글은 힘이 세다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