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가지

_남과 잘 사귀는 솜씨, 붙임성이나 포용성 따위

by somehow

은초록 숲에는 수다쟁이 까마귀가 살았습니다.

까마귀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보고들은 이야기들을 잘 떠들어댔습니다.

“오늘은 까마귀 녀석이 안 오려나??”

땅속에 사는 두더지나 너구리 등은 까마귀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 구경을 했습니다.

“까르르~이봐, 기린 양반! 내가 저쪽 골짜기의 동물 운동회 얘기해줄까?”

“뭐라고? 내가 아직 못 가본 저쪽 골짜기에도 가봤단 말이야?!”

목이 긴 기린이 놀라서 물었습니다.

“아, 물론이지. 자 들어봐! 저쪽 계곡에서 말이야…”

까마귀는 기린의 머리 위에 내려앉아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한편 이런 까마귀의 모습을 지켜보던, 머리에 부스럼 난 사자가 침을 흘리며 중얼거렸습니다.

“하, 고 녀석 너울가지 한 번 좋구먼. 딱 한 입이면 되겠는데…!”


다음날, 호수 건너 자작나무 숲 속 결혼식에 갔던 까마귀가 돌아왔습니다.

“자작나무 숲 속 공작새 결혼식 얘기 듣고 싶지 않나? 정말 근사하였다고!”

그때 머리에 부스럼 난 사자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습니다.

“그래! 나에게 그 얘기를 좀 자세히 해주겠나? 이리 가까이 와서!”

“좋아! 얼마든지!”

신이 난 까마귀가 사자의 어깨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그 순간, 사자는 잽싸게 까마귀를 낚아챘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기린은 혀를 차며 이렇게 내뱉었습니다.

“쯧쯧! 까마귀 녀석, 아무에게나 너울가지 좋게 굴더니 결국 사자 밥이 되는구나!”



‘너울가지’란
‘남과 잘 사귀는 솜씨, 붙임성이나 포용성 따위’를 뜻하는
재미있는 우리말입니다.





-201409 다시 읽기* 한글은 힘이 세다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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