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짜그라져서 못 쓰게 된 사람이나 물건
얼마 전, 사거리에서 큰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어두운 밤, 학교에서 돌아오는 손자를 마중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할아버지가 뺑소니 차에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할아버지~!”
때마침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너던 손자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하여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할아버지는 며칠 만에 겨우 깨어났으나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오래 입원하지 못할 것 같아요…”
손자와 단둘이 살던 할아버지는 병원비가 없어서 곧 퇴원해야 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게 된 할아버지 대신 생계를 떠맡게 된 손자는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신문배달, 우유배달,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어휴…쟤네 할아버지가 얼마 전에 뺑소니 사고를 당해서 아주 짜발량이가 되어버렸다지 뭐야?!”
“어쩌나…고등학교도 다 마치지 못하고 저렇게 열심히 일해 봐야 할아버지 약값으로 다 들어갈 테고… 뺑소니를 잡아야 할 텐데…츠츠…”
동네 사람들은 이렇게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이것저것 열심히 일하는 틈틈이 손자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폐지나 고물을 수집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사방팔방 누비고 다니며 모은 폐지를 고물상에 가져갔습니다.
고물상 주인은 손주에게 폐지 값을 쳐주며 이렇게 귀띔해주었습니다.
“경진아, 못 쓰는 양은냄비나 찌그러진 솥단지 같은 짜발량이들도 보면 가져오너라! 그런 것들도 돈이 된단다!”
‘짜발량이’란
‘짜그라져서 못 쓰게 된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킬 때 쓰는 재미있는 우리말입니다.
여기서 앞의 짜발량이는 할아버지를,
뒤의 짜발량이는 못쓰게 된 물건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201409 다시 읽기* 한글은 힘이 세다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