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가 되려면 간호학원에

_롤모델을 만났다.

by somehow

주사맞을 때나 채혈을 할 때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던 내가,

간호조무사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요양보호사로 다시 일하기 시작한지 3~4개월즈음부터 극심해진 양쪽 상완부(어깨와 이어진 팔뚝부위)의 통증때문이었다. 중간중간 병원에 가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주사를 맞기도 했으나 그때뿐, 나중에는 결국 수술을 하게 될거라는 짐작이 어렵지 않을 듯 했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 자체는 이미 충분히 적응된 상태였으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하루에 한두 번씩이라도 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시키는 일(상완에 무리가 가고 통증이 나을 새가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물론,

주1회 정도 순번이 돌아오는

목욕당번도 점점 죽을만한 시간이 되어갔다.


안그래도 땀을 많이 흘리는 나로서는 한겨울 잠깐을 빼고는 목욕당번에 걸린 날마다

어르신들 3~4명을 2인1조로 목욕시키고 나면 거의 녹초가 될 정도였다.

목욕실에서는 목욕침대 위에 발가벗고 눕거나 의자에 앉은 어르신들이 혹여 감기라도 걸릴까봐

한여름에도 창문을 꼭꼭 걸어닫는 것은 기본이고 따끈따끈한 물을 연신 부어가며 목욕을 시키다 보면,

요양보호사들은 저절로 물이 아닌 땀으로 목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진이 다 빠졌다.

아무리 잘 먹어도 그렇게 힘을 쓰는 일이 반복되니 살이 찔 수가 없었다.

키가 162cm정도인 나의 체중은 그당시 46~8Kg정도였다.

(지금, 일을 그만두고 간호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살이 확쪘는데, 현재는 52~3kg정도가 되었다. 아직도 말랐다 소리를 듣는데, 그 당시의 몸무게는 무척 앙상해보였던가보다)


그렇게 체력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육체노동이 이어지자, 나는 살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요양원에 근무하며 어깨너머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온종일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와 달리 간호조무사

위생카트를 끌고 다니며 어르신들의 활력징후를 매일 측정/기록하고, 매일 3끼니 때마다 먹는 약을 나눠주며, 팔이 아프다거나 다리가 아프다거나 하는 어르신들에게

적절하고 간단한 처치를 해주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물론, 응급상황이 생기면 병원에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일도 도맡아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요양보호사처럼 용을 쓰는 일은 없는 것이다.


그렇구나....그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더군다나 근무당시(지난해 1월부터, 먼저 일하던 요양원에 재취업하여)그렇게 몇달 째 헉헉대고 있을 무렵, 간호조무사 신입 한명이 들어왔는데, 딱봐도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그녀는 그때 나이로 63세였다!


앗, 뭐지? 저 나이에도 간호조무사를 할 수 있나...?


그로부터 나는 그녀를 예의 주시하다가 질문을 던졌다.


저도 간호조무사 해보고 싶은데...될까요?


그럼요, 할 수 있어요!


아, 진짜?!!!

희망적인 대답을 하는 그녀는 60세에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하였고, 그후 2-3년간 요양병원에서 근무한 뒤에 내가 일하는 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그날, 나보다 서너 살 많은 그녀는 나의 롤모델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간호조무사가 되는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일단 공부를 해야 하는데,

간호학원에서 기본 1년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알게 됐다.

그런데 1년이라니?

한 살이 아쉬울 시간에 다시 또 1년을 털어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등의 직종과 달리 간호조무사는

엄연히 사람의 건강 나아가 생명과 관계된 업무를 하게 된다는 점에서 무게와 부담감이 느껴지는 직종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어느새 간호조무사가 되자는 생각으로 결심이 굳어져갔다.

롤모델 그녀도 저렇게 해냈는데 아직 더 젊은 내가 왜 못하겠어!


집에서 가까운 곳부터 좀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여러 군데 간호학원이 있었다.

내가 사는 시(市)는 서울 인근 경기도 지역이고, 아주 산골짜기도 아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왠지 우리 동네 간호학원은 미덥지 않다는 편견에 따라 동네에서 조금더 떨어진, 전철로 치면 두어 정거장 더 서울과 가까운 지역의 간호학원 몇 곳을 찾아갔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