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
금요일 아침에 현관문을 나서던 남편이 생각난 듯 이야기했어요.
“아차, 오늘 퇴근 후에 초상집에 가야 돼서…새벽에나 들어올 거 같은데…내일이 토요일이라 다행이지…”
“어머, 누가 돌아가셨어요?”
아내가 놀라 되물었어요.
“응…내 중학교 동창…민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어제 연락이 와서, 오늘 저녁에 동창들이랑 같이 가기로 했으니까, 기다리지 말라고.”
“알았어요, 잘 다녀와요!”
다음날 새벽, 그날따라 일찍 잠이 깬 아내는 창밖이 밝아올 즈음 모아놓은 재활용품들을 가지고 아파트 마당 한쪽 분리수거장으로 향했어요.
“할 일은 일찌감치 해버려야지…”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함에 골라 넣고 있을 때, 서늘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근처 주차장으로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오는 게 보였어요. 그 차의 주인은 남편이었어요.
아내가 반가운 마음에 멀리서 바라다보고 있을 때, 차에서 내린 남편은 미처 아내를 발견하지 못한 채 승용차 트렁크를 열고 낚시도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아니, 저 사람이…동창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더니…밤새 어디 가서 낚시질을 하고 왔단 말이야? 세상에…’
그제야 진실을 알게 된 아내는 약이 올라 남편의 승용차로 쫓아갔어요.
“여보! 지금 어디 갔다 오는 거예요? 누굴 바보로 알고 그런 짬짜미를 부려요?!!”
갑작스러운 아내의 등장에 남편은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앗 깜짝이야!! 이 새벽에 뭐 하는 거야? 어딜 가긴 어딜 가…초상집에…”
“시끄러워요!! 초상집 좋아하시네! 트렁크에 낚시도구 챙겨 넣는 거 다 봤어요! 요새는 초상집에서도 밤낚시를 해요?! 흥!”
‘짬짜미’란
‘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을 뜻하는
재미있는 우리말입니다.
_201409 다시 읽기*한글은 힘이 세다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