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남의 환심을 사려고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몹시 배고픈 멧돼지가 있었습니다.
“어디서 먹을걸 구한담?”
멧돼지는 한밤중에 마을로 내려와 가까운 농장으로 다가갔습니다.
때마침 농장 입구에는 겁쟁이 너구리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너구리를 발견한 멧돼지는 군침을 흘리며 다가갔어요.
“이렇게 반가울 때가 있나?! 너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구나!”
멧돼지의 등장에 놀란 겁쟁이 너구리는 태연한 척 이렇게 말했어요.
“멧돼지님,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제가 더 맛있는 먹이가 있는 곳을 알려 드릴게요!”
너구리는 허둥거리며 근처 닭장으로 멧돼지를 안내했어요.
“멧돼지님, 보세요! 이렇게 맛있는 닭들이 가득하잖아요? 다 드셔도 돼요!”
“그래? 그럼, 문을 열어봐! 그래야 먹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겁쟁이 너구리는 서둘러 닭장의 허름한 바람막을 물어뜯기 시작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조금만! 곧 열어드릴게요! 헤헤-!”
그러나 다음 순간, 너구리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어요.
"아악! 살려줘~발가락이 끼었어!!"
알고 보니 사나운 짐승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고 닭장 주인이 쳐놓은 날카로운 덫에 걸려든 것이었어요.
“쳇! 바보 같은 녀석, 저 살겠다고 엉너리 치더니만 거참 고소하다!”
멧돼지는 비겁하게 목숨을 아끼려다 덫에 걸린 겁쟁이 너구리를 비웃으며 다른 곳으로 먹이를 구하러 가버렸답니다.
‘엉너리’란
‘남의 환심을 사려고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을 뜻하는
재미있는 우리말입니다.
_201409 다시 읽기*한글은 힘이 세다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