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푸렁이

_흐물흐물한 것, 줏대가 없고 흐리멍덩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를 때

by somehow

기영이는 중풍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단 둘이 산꼭대기의 월세방에 삽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폐지를 주워 모아 팔아서 조금씩 돈을 벌기도 합니다.

“아이고, 우리 기영이 종이 주우러 나왔구나?!”

오늘도 기영이는 조금 모은 폐지를 팔아 1000원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쌀집 아주머니에게 녹두가루를 얻었습니다.

“할머니께 죽이라도 끓여 드려라.”

기영이는 정성껏 녹두죽을 끓였습니다.

그릇에 담아 할머니께 드리려 할 때 마침 옆집 아주머니가 오셨습니다.

“네가 죽을 다 끓였어? 어디 한번 보자.”

그런데 냄비를 들여다본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셨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물을 너무 많이 넣었구나? 죽이 형편없는 코푸렁이가 다 됐네?!!”

기영이는 당황하여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주머니는 기영이를 달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께 죽을 많이 드시게 하고 싶은 마음에 물을 많이 넣어서 이렇게 된 거지? 그 마음이 아주 착하구나?!”

“그럼...어떡하죠? 다시 끓여야 되나요?”

“아니야, 대신에 할머니도 많이 드시면 되지 않겠니? 죽은 얼마든지 코 푸렁이같이 끓여도 괜찮아. 기영이가 앞으로 코 푸렁이 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된단다!”

아주머니는 기특한 기영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다독여주셨습니다.



‘코푸렁이’란
1. 묽은 풀이나 코를 풀어놓은 것처럼 흐물흐물한 것,
2. 줏대가 없고 흐리멍덩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재미있는 우리말입니다.

앞에서는 1의 뜻으로, 뒤에서는 2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_201409 다시 읽기*한글은 힘이 세다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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