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시즈오카 6화
신칸센을 타는 건 처음이었다. 숙소가 있던 구라마에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시나가와역까지 이동했다. 티켓은 전 날 도쿄역에 잠시 들러 사두었다. 1시간 거리에 6천엔 정도였으니 속도와 가격이 비례하는구나, 싶었다. 최근에 읽었던 오영욱의 <파리발 서울행 특급열차>에서 신칸센이 고속열차의 선두주자라고 간단히 소개하고 있는데 후발주자와의 시간 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나서 이럴 때엔 함부로 일본을 무시할 수 없다. 역과 연결된 지하상가에서 아침으로 먹을 도시락을 샀다. 제대로 된 에키벤을 먹고 싶었지만 고르는 데에 재주가 없어서 마이센 도시락을 샀다. 카츠산도와 유부초밥, 채소 절임이 알차게 들어 있었다. 부지런히 도시락을 먹고 후루룩 스쳐가는 창 밖 구경을 잠시 하고 나니 시즈오카에 도착했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보통 기차들이 여러 좌석에 걸치는 큰 창을 가지고 있는데 신칸센의 창문은 비행기 창을 두 배정도 늘여놓은 듯한 모습이 특이했다.
사람마다 각자 선호하는 여행지의 유형이 있을 것이다. 나는 "도시냐, 자연이냐?"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타입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서울이나 도쿄는 내게 너무나 크다. 도시의 번화가가 한 군데 있고, 보통 1km 정도, 멀어도 2km 이내에 모든 것이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크기가 딱 좋다. 노르웨이의 베르겐이나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이탈리아 베로나도 걸어 다니기에 좋았다. 여행지에서 대중교통을 생략할 수 있으면 많은 수고로움을 함께 덜어낼 수 있다. 시즈오카도 그러했다.
후기가 별로 없던 'Garden Hotel Shizuoka'는 위치가 아주 좋았다. 상점가 한가운데에 위치해서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가 지척이었다. 호텔 자체도 혼자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느 도시를 가도 이제 하는 것이 비슷비슷하다. 카페, 미술관, 쇼핑, 맛집. 시즈오카 근대 미술관은 아담하지만 소장품이 알찼다. 관람객이 아무도 없어서 미안할 정도였다. 시즈오카 특산품인 와사비 아이스크림을 먹는 대신 일본의 그림을 보고, 관광객은 가지 않을 듯한 동네 거리를 걸었다.
'KINZABURO'라는 차 가게에 들러 입을 다셨다. 1층에서 먹을 것을 골라 계산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다양한 차를 시식해볼 수 있다. 녹차 또한 시즈오카의 특산품이다. 시즈오카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아베카와모찌를 먹으러 세키베야까지 버스를 타고 갔지만 휴무일이었다. 구글맵에 떡하니 목요일 휴무라고 나와있었는데, 왜 보지 못했을까. 찾아가는 자세한 방법은 시즈오카시 공식 블로그에 나와있다. 가이드북이 없어서 시즈오카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는데, 신청하면 무료로 책자를 받아볼 수 있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와 이른 저녁을 먹었다. 'Sawayaka'라는 함박스테이크 가게였는데 철판에서 지글지글 익혀주는 점원들의 전문적인 손놀림이 재미있었다. 앞치마를 주는 대신 테이블에 깔려 있는 종이를 착-빼서 튀지 않게 들고 있어야 한다. 젊은 커플 손님도 혼밥 하는 남자 손님도 나 같은 외국인도 한 마음으로 종이를 받아 들고 스테이크가 익는 모습을 구경하는 광경이 귀여웠다. 이동하는 날은 왠지 어정쩡하게 하루가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