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미리트립to유럽 3화
렌터카 여행의 시작. 이른 아침 자매는 우버를 타고 예약해둔 차를 빌리러 갔다. 직원은 유창한 영어로 모든 유의사항을 천천히 이야기해줬다. 자동 기어인 승용차를 빈에서 빌려 취리히 공항에서 반납하는 플랜으로 예약했더니 비용이 상당했지만, 성인 네 명의 기차 비용을 생각하면 비슷한 수준이었다. 해외에서 차를 빌릴 땐 무조건 full coverage 보험을 들어야 차량을 인수하고 반납할 때에 문제가 덜 생기고, 여행하는 동안에도 마음이 편하다. 나라마다 도로 규정이나 고속도로 통행료 지불 방법 등은 여러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자동차로 국경을 넘나드는 게 비행기나 배로만 출입국을 할 수 있는 나라에서 온 나에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 가족은 네 명 모두 운전을 한다. 둘째인 나를 낳고 찾아온 산후 우울증을 운전으로 극복한 엄마는 두 딸에게도 적극적으로 운전 연수를 시켰다. 큰 캐리어 세 개를 겨우 트렁크에 욱여넣고 할슈타트 (Hallstatt)를 향해 출발했다. 첫 번째 드라이버는 언니. 아빠는 해외 운전이 처음이라서 일단 엄마와 함께 뒷자리에 앉았다. 화창했던 전 날과 달리 비가 오고 안개도 끼어 운전하기에 좋은 날은 아니었다. 뒷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아빠는 곧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늘 운전을 담당해왔는데 보호자의 역할이 바뀌면서 30여 년 만에 그 위치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아빠의 멀미는 운전대를 잡으니 이내 사라졌다.
할슈타트까지는 세 시간 반 정도 걸려서 휴게소에도 들르며 중간중간 쉬어갔다. 고속도를 벗어나 높은 산 들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첫 번째 호수인 트라운호 (Traunsee)를 마주쳤다. 관광지로서 이미 너무 알려진 할슈타트 대신 조금 더 조용한 곳이 없을까 해서 찾아봤던 곳 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호수 뒤로 펼쳐지는 광활한 산맥'이나 '초록색 들판과 파란 하늘과 물빛'은 날씨 앞에서는 모두 잿빛이고 황량했다. 여기가 알프스인지 일산 호수공원인지 모를 일이었다.
할슈타트 주차장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광버스와 자동차가 가득했다. 수많은 관광객 중 하나가 되어 우산을 쓰고 호숫가를 걸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지만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빼곡히 있어서 황량한 느낌을 주진 않았다. 오가는 사람이 많고 길에는 물 웅덩이에 우산은 두 개 밖에 없어서 2인조로 짝을 지어 걸었다. 걷는 것만으로 지쳐서 모든 것이 축축해질 때쯤 노천에 있는 식당에서 배를 채웠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사장님의 한국어가 무척이나 유창했다. 대중교통으로 오기가 쉽진 않다고 하더니 옆 테이블엔 동행을 구해 온 듯한 한국인 여행객 무리가 있었고, 어색함이 눈에 보여 부럽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했다. 메뉴는 굴라쉬 수프와 슈니첼.
호수에서 배를 꼭 타고 싶었는데 비가 와서 운행을 하지 않았다. 그냥 떠나기엔 아쉬워서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다.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면 소금광산과 전망대가 있는데, 우리는 전망대에서 구경만 했지만 소금광산도 꽤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면 들르는 것도 괜찮겠다. 다행히 비가 그쳐서 맑은 시야로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단풍이 막 들고 있어서 나무들이 무척 아름다웠다. "안 올라왔으면 후회했겠다"라고 할 만큼 뷰가 시원했다. 그리고 푸니쿨라는 언제 타도 재밌어.
다시 차를 타고 잘츠부르크 (Salzburg)의 호텔로 이동했다. 이 호텔로 말하자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된 곳으로 성을 호텔로 개조한 곳이다. 원래 잘츠부르크 시내에 호텔을 예약했었는데, 이 곳을 발견하고는 바로 예약을 취소하고 변경할 만큼 여기다! 싶었다. 부모님과 우리 세대를 모두 아울러 사운드 오브 뮤직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려나. 어디 가서 자랑하기에도 딱 좋지 않은가. 잘츠부르크 시내에서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자동차 여행을 해야 편하게 접근이 가능해서 이번 여행에 적당했다.
영화 OST를 들으며 30여분을 이동했다. 철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입구가 여기가 아닌가? 싶어서 호텔 주변을 몇 바퀴 뱅뱅 돌고 땀이 나기 시작했으나, 철문 앞으로 차가 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방은 이 저택의 하녀가 살았을 것 같은 엘리베이터에서도 가장 멀고 창문도 자그마한 방이었다. 가장 저렴한 룸이 20만 원 정도였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20만 원으로 호텔의 다른 시설을 즐겼으니 그만이었다. 내부는 세트장에서 찍었는지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호수와 정원은 그대로였다. 호텔 앞 호수를 보니 영화 속에서 커튼으로 만든 옷을 입고 뱃놀이를 하다 모두 젖어버린 장면이 생각나서 기분이 묘했다. 부모님보다 내가 더 좋아했나 보다.
피로를 조금 풀고, 호엔 잘츠부르크 성으로 걷기 시작했다. 걸어서 넉넉히 30분 정도면 성곽에 갈 수 있다고 구글맵에 나왔다. 엄청난 오르막이 계속되어서 녹초가 되어버렸다. 성 위에 올라 잘츠부르크 시내의 야경을 마음에 남겼다. (푸니쿨라 타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가 상상했던 잘츠부르크는 미라벨 궁전과 알록달록한 정원에 빛이 부서지고, 모차르트의 음악이 어디서나 흘러나오는 가볍고 밝은 도시의 느낌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보지 못했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걸어 내려오니 이미 어두워진 잘츠부르크엔 많은 식당이 문을 닫았다. 베트남 쌀국수를 파는 식당을 겨우 찾아서 몸을 녹이고, 식당 사장님이 불러준 콜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소소한 정보입니다. (2017년 기준입니다. 참고만 해주셔요.)
♡렌터카 : 익스피디아 통해 예약했어요. 업체는 Europcar였고, 예약할 땐 아우디 A3급이라고 나와있었는데 실제로 받은 차는 벤츠 A 시리즈였어요. 4박 5일, 인수는 빈에서, 반납은 취리히로 해서 100만 원 조금 넘게 나왔고 풀커버 보험은 당일에 추가로 결제했습니다. 보증금도 걸었던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속도위반 딱지를 한 장 떼서 보증금 걸었던 카드로 요금이 나갔습니다.
♡운전 :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통행권은 렌터카에 이미 붙어 있어서 별도 구매하지 않았구요, 스위스로 넘어갈 때에 국경 넘어서 첫 휴게소에서 구매했습니다. 최소 단위가 1년이었던 것 같아요. 조금 비싼 느낌이 있어요. 아까우신 분들은 다시 떼어서 중고나라에서 판매하시는 것 같기도 해요. 스위스는 EU 국가가 아니라 국경 넘을 때에 여권 검사를 했던 것 같구요(가물가물), 중간에 리히텐슈타인이랑 독일 아우토반도 거치고, 프랑스에서도 하루 있었는데 따로 요금 냈던 기억은 없어요. 교차로에서 정지하고 안전 운전하시면 운전하는 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호텔 : 호텔 슐로스 리오폴드스크론 (Hotel Schloss Leopoldskron) 호텔스닷컴 사이트 통해 예약했어요. 20만 원~50만 원대로 룸 타입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방은 리모델링을 했는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어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좋아하시면 강추합니다. 호텔 투숙객만 다닐 수 있는 산책로가 꽤 길고, 조식 먹는 공간도 무척 멋집니다. 차가 없으시다면 시내까지 대중교통이 있는지 확인하셔야 할 것 같아요.
♡기타 : 빈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길에 멜크 (Melk)라는 도시에 장미의 이름의 배경이 된 수도원이 있어요. 시간이 되시면 들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