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미리트립to유럽 4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는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함께 여행하기에 결코 좋은 쌍이 아니다. 여행 기간이 길면 조금 동선이 길면 어떻고, 오래 걸리면 어떻겠는가. 황금 연휴를 맞아 온 반도의 가족은 일주일 동안 두 나라의 핵심 관광지를 찍어야 했다. 취리히 (Zürich)에서 하루 잘까? 조금 더 가서 루체른 (Luzern)? 많은 경우의 수를 따져보다가 결국 선택한 것이 잘츠부르크에서 인터라켄 (Interlaken)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것이었다. 인터라켄에 저녁에는 도착해야 다음날 아침부터 산악열차를 타고 여유롭게 융프라우요흐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거리가 무려 554km이며 구글맵에 검색했을 때 6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나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456km라는데, 그보다 100km를 더 가야 하는 것이다.
시차적응이 여전히 덜 되어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났다. 자그마한 침실 창문으로 보니 하늘의 붉은빛이 심상찮아서 부랴부랴 옷을 입고 정원으로 나갔다. 새벽의 청량한 공기가 시원하고 호수의 물안개가 자욱했다. 호수 건너 저 멀리에는 이름 모를 높은 산들이 있었고, 그 뒤로 태어나서 처음 보는 하늘빛이 있었다. 새 울음소리와 청량한 공기가 지금은 저녁이 아니라 아침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종일 이동을 위해 잘츠부르크 시내 관광은 생략했다. 엄마와 언니는 잘츠가 두 번째였기 때문에 미련 없이 돌아설 수 있었다. 대신 조식을 먹고 체크 아웃 전까지 호텔 내부를 꼼꼼히 구경하고 주변을 산책했다. 조식 먹는 공간은 마치 예전에 무도회를 했을 법 한 공간으로, 멋진 샹들리에가 있었다. 집 내부의 도서관은 본 트랩 대령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다시금 알려주었다. 호텔 내부의 산책로를 따라 한 시간 정도 걸었는데, 호텔에 살고 있는 때깔 좋은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가족을 계속 에스코트했다. 잔디에 맺힌 이슬 때문에 플랫슈즈를 신은 발등이 촉촉해졌다.
호수의 건너편으로 가면 호텔과 호엔 잘츠부르크 성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지를 방문하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관광객 무리가 몇 차례 지나갔다. 특별하게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이 고요한 아침 시간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남았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목의 인스브루크 (Innsbruck)에 잠시 들렀다. 알프스 산 바로 아래에 자리잡은 도시라서 동계 올림픽을 개최했던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도심은 아기자기하고, 건물 색깔도 파스텔 톤으로 다채로워서 사진이 잘 나왔다. 무엇보다도 골목 사이로 보이는 알프스의 모습이 이 도시의 특별한 지점을 만들어주는 듯했다. 철제로 된 간판 보는 재미가 있어서 황금지붕의 집에서 뻗어가는 메인 거리를 따라 잠시 걸었다. 점심은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테이크 아웃해서 차에서 해결.
리히텐슈타인 (Liechtenstein) 국경을 지나 스위스에 진입하고도 한참을 달렸다. 경치가 워낙 좋아서 구경하는 맛이 있었지만, 아무리 가도 줄지 않는 거리가 원망스럽고, 이때만큼 간절하게 내비게이션을 자주 쳐다본 적도 없을 것이다. 불에 타는 것 같은 하늘을 보며 마지막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어두컴컴한 스위스 산길에 진입했다. 강원도 한계령을 넘는 듯한 길이 이어져서 아빠는 운전실력을 십분 발휘했다. 저녁 8시쯤이 되어서야 인터라켄의 예약해둔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 넷은 모두 녹초가 되어 호텔 1층에 있는 "인터라켄 맛집"인 스테이크 전문 식당을 외면하며 컵라면과 누룽지로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아침 일찍 시작될 내일 일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인터라켄 숙소 정보 - Hirschen
부킹닷컴 통해 예약했어요. 인터라켄은 호텔이 비싼 편이라 시설은 조금 떨어져도 저렴한 숙소를 찾다가 발견한 곳입니다.(4인실 20만 원대) 전통가옥 모양으로 생겼지만 밤늦게 도착하고 아침 일찍 체크아웃하느라 외관을 즐기진 못했어요. 쿼드 룸에는 더블베드 한 개와 화장실, 이층침대가 있는 방이 한 개 더 있습니다. 이층침대의 2층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지 먼지가 조금 있는 편이었어요. 방 안에는 커피포트가 없어서 1층의 공용 주방을 이용해야 하는데, 공용 주방은 너무 더러워서 사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조식은 과일, 빵, 요거트, 치즈 등으로 알차게 잘 나옵니다. 아침 일찍 식사를 하고 산악열차 타러 갈 수 있었어요. 저는 이용하지 못했지만 1층의 스테이크집 (Mattenwirtshaus)은 인기가 정말 많더라구요. 숙소 바로 옆에 주차장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대부분 유료입니다. 동전을 넉넉히 들고 다니는 편이 제때 화장실을 갈 수 있게 해줘요. 동전을 넣으면 영수증 같은 티켓이 나오고, 이 티켓을 바우처 처럼 휴게소 내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