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주말수당에 대하여.
드라마에서 보면 퇴사 이야기를 꺼낼 때 미리 준비된 사직서를 제출하던데, 우리 회사에서 사직서는 퇴사 과정의 마무리 단계에서 제출된다.
우선 면담 신청.
"퇴사하겠습니다."
보통 파트장, 팀장, 부서장, 사장 순서대로 보고가 되고, 경우에 따라 사장이 개인 면담을 추가적으로 진행한다. 회사에서 회유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보고 단계에 있는 모든 '장'들과 면담을 하게 되기도 한다.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퇴사를 이미 마음먹은 경우라면, 꽤 곤욕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다.
면담을 통해 퇴사 희망자는 퇴사 사유와 협의 가능성, 인수인계 계획과 퇴사일 조정을 한다. 보통 한 달 정도 전에 이야기해서 후임자를 뽑아서 인수인계를 하고 그만둘 것 같지만, 인수인계는 남은 사람에게 나눠서 하거나 인수인계 없이 떠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퇴사자 쪽에서 이미 14일 이내의 날을 정해놓고 말하는 경우도 많고, 퇴사 보고를 듣고 그냥 오늘까지만 근무하게 하라는 지시가 있기도 하다.
퇴사일 조정이란 것은 퇴사일 자체보다 실근무일에 대한 것을 말한다. 우리 회사는 남은 연차를 절대로 수당으로 환산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퇴사를 할 때에도 연차일을 계산하여 퇴사일로부터 남은 연차일 전까지만 실근무를 한다. 30일이 퇴사일이라면, 20일까지만 나오고 계약기간은 30일까지 유지되는 계산이다.
회계연도 연차와 입사일기준 연차 개수가 달라서, 회사에서는 계산을 다시 해서 퇴사일과 마지막 실근무일자를 고지한다. 사전에 본인이 알아본 내용과 다르다며 이의제기를 하는 직원이 있는 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회사에서 고지한 날로 마무리하는 직원도 있다. 그 과정에서 회사와 직원 간에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최대 언제까지 근무할 수 있어요?" 회사의 질문.
"11월 말까지요." 직원의 대답.
그렇게 11월 말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협의가 되었다. 그렇다면 사직서에 퇴사일은 언제로 적어야 하는 것이 맞을까?
직원은 11월 말까지 근무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퇴사를 하더라도 11월 급여는 모두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입장은 달랐다. 11월 30일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직원은 29일까지 근무하는 것이므로 30일 급여를 제외한 29일 치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은 소정근무일이 29일까지이지만 11월 만근을 한 것이 때문에 30일이 토요일이라고 하더라도 한 달 치 급여를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동청에 질의를 했다.
노동청의 답변은 모호했다. '회사와 협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답변을 받은 직원은 의기소침해졌다. 주위에 알아보니, 퇴사를 금요일에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주말수당 때문이라고 한다.
주말수당.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하며, 동법 시행령 제30조 제1항에 따라 이때 주 1회의 유급휴일을 가질 수 있는 자는 1주간의 소정근로일수를 개근한 자에 한한다.
예를 들어 소정근로일이 월~금까지이며, 개근했고, 주휴일은 일요일인 경우
월~금까지 근로관계 유지(토요일에 퇴직)->주휴수당 미발생
월~일까지 근로관계 유지(그다음 월요일에 퇴직)->주휴수당 발생
금요일에 퇴사하면, 그 주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월요일에 퇴사해야, 전 주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수당이 지급되는 것이다.
적어놓으면 합당한 것 같은 이 법은 사실 노동자에게는 좀 불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월요일에 하루 출근해서 퇴사하는 경우, '토일월'급여를 줄 것이 아니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을 했으면 그 주 주말 수당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월화수목금토일이지, 토일월화수목금이 아니지 않냐는 말이다.
'좋게 좋게'와 '알아서 잘해주시겠지.'라는 생각으로 퇴사일자 협의에 임했다가는 더 마음 상할 일이 생기니, 미리 알아보고 '쓸데없이 서운한'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알아서 분명하게 제시할 수밖에 없다.
서로 '믿었는데.'라던가, '나한테 이럴 줄은 몰랐다.'같은 순진한 말들은, 몇 년을 어떤 관계 속에서 일을 했던 그저 순진하거나 어리석은 '쓸데없는'감정일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노동자라면 월요일에 퇴사하길.